[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 1월 13일부터 오는 4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84 ‘스페이스 이수’에서는 <사물들의 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물들의 힘>은 일상적 사물들을 통해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 사이를 오가며 미술에 관해 탐구하는 열 명의 작가가 ‘사물들’을 소개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들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익숙한 것들이면서도 작가들의 전복적 상상력으로 또 다른 삶을 살게 된 낯선 것들이다. 이들은 사물과 작품, 삶과 예술,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채 그사이를 오가며 우리를 난처하게 하고, 새로운 언어와 대안적 문법을 고민하게 하고, 우리와 사물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정립하도록 요구한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사물들은 매끄러운 비닐민속장판(정서영, 〈–어〉), 차곡차곡 쌓아 올린 A4 용지 더미(박이소, 〈A4를 위한 소조〉), 촉촉한 수분을 뿜어내는 대야, 스펀지와 수건 같은 잡동사니들(이주요, 〈가습기〉), 인생 시기마다 갈아입은 유니폼들(서도호, 〈유니폼/들: 자화상/들: 나의 39년 인생〉), 전시장 벽에 밝은 화면을 투사하는 프로젝터(박진아, 〈프로젝터 테스트〉), 이른 저녁부터 어둠을 밝혀 주는 임시 작업등(양유연, 〈From Early Evening〉), 지점토로 빚은 통닭 두 마리(김범, 〈12개의 조각적 조리법〉), 따뜻하게 데워주는 전자레인지(베르트랑 라비에, 〈FM 400〉), 길게 펼쳐지는 보드라운 카펫(임민욱, 〈알라딘_인터체인지〉),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그물망 항아리(정광호, 〈항아리〉)다. 무대에 오른 사물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일상적 사물이자 생경한 미술 작품이다. 이들은 때로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악동이면서, 함께 일하고 음식과 온기를 나누는 동료고, 우리의 은밀한 개인사와 함께 겪어온 시대사를 조잘대는 이야기꾼이고, 때로는 우리 몸을 감싸안고 위로하는 친구이자 우리가 알던 미술이 미술이 아니라고 가르치려 드는 선생이다. <사물들의 힘>은 실재 대신 정보가 우리 삶을 지배하는 오늘날, 우리의 동반자인 사물들을 섬세하게 인식하고, 잊혔던 사물들의 힘을 회복하며, 사물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의 사물들 사이를 거닐면서 사물이 미술이 되는 순간에 동참하고, 우리 곁을 지켜 온 사물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참여작가는 김범, 박이소, 박진아, 베르트랑 라비에, 서도호, 양유연, 이주요, 임민욱, 정광호, 정서영 등이다. 관람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 1시부터 저녁 6시까지며, 토ㆍ일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없으며, 전시에 관한 문의는 번개글(문의 space.isu.info@gmail.com)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