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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것을 자처한 ‘김민기’ 세상을 뜨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작은 연못 - 김민기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아침이슬, 상록수, 작은 연못, 내나라 내겨레, 공장의 불빛, 친구, 봉우리, 늙은 군인의 노래 등 수많은 명곡을 세상에 남긴 김민기는 지난 7월 21일 73살 삶을 내려놓고 영면에 들었다. 지난 4월 SBS스페셜 3부작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다큐를 보면서 존경의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김민기가 세상을 뜬 것이다. 조승우, 설경구, 황정민 등 유명 영화배우와 김광석 같은 전설적인 가수를 키워낸 김민기는 대학로 학전을 운영하면서 늘 ‘뒷것’을 자처했다. 그는 연극계에 처음 계약서를 도입하고 수입을 공개한 다음 일일이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월급을 주었음은 물론 배고팠던 배우들의 밥을 꼭 챙겼다는데 배우들은 앞것, 자기는 앞것들의 뒤를 채워주는 뒷것임을 늘 강조했다. 김남주 시인의 산문집에는 "할아버지, 따먹을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산중에다 감나무는 뭣 하러 심어요?“라고 묻는 이에게 ”내 입만 입인감? 아무라도 와서 따먹으면 그만이제“라고 했다지 않은가? 이웃과 더불어 살 때 나도 행복해지는 것임을 김남주 시인은 알고 있었다. 고 노회찬 의원이 꼽은 ‘내 인생의 한마디’는 신영복 선생이 말한 ‘함께 맞는 비’였는데 우산을 왜 안 쓰느냐고 훈수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또 단지 우산만 들어주고 끝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며 함께 비를 맞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뜻이었다. 여기 김민기는 자기가 작사한 노래 <작은 연못>에서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라고 읊조린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며, 서로 싸움을 그치지 않는다면 결국은 함께 죽는 길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세상에 보이는 삶을 살지 않은 뒷것이었지만, 이 시대의 큰 어른이었던 김민기는 그렇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는 삶을 살고 갔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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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화분에 묘목 키우는 시즈오카 블루베리농원
[우리문화신문=일본 나가이즈미에서 이윤옥 기자] "이 화분은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미세 뿌리의 성장 환경에 가장 적합한 화분(루트 플러스 폿트)으로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나가이즈미(長泉町)에서 블루베리농원을 하게 된 것은 올해로 10년 째며, 2년 전 누마즈(沼津)에서 블루베리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히라노농원에는 1,000그루의 블루베리 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농약을 전혀 치지 않은 친환경 블루베리를 직접 나무에서 따 먹을 수가 있습니다." 이는 히라노농원 대표인 히라노 노리유키(平野則之, 49살) 씨의 이야기다. 어제(26일), 노리코 씨와 나는 아침 9시 노리코 씨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블루베리농원을 찾았다. 이른바 '블루베리 체험(일본말로는 블루베리가리)을 하기 위해서였다. 예약을 해둔 덕에 바로 농원에서 포도만 한 크기의 블루베리를 실컷 따먹을 수 있었다. 1인당 1,200엔을 내면 입장이 가능한 블루베리농원에는 벌써 10여 명의 입장객이 나무 사이사이에 서서 블루베리를 따 먹고 있었다. 딸기따기 체험이나 귤따기 체험, 사과따기 체험 등 한국에서도 종종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나 직접 현장에 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번 블루베리 따기 체험이 매우 흥미로웠다. 사실 블루베리는 한국에서도 값이 비싸 선뜻 사 먹기 쉽지 않은 과일이다. 그런데 막상 뜨거운 햇빛 아래서 블루베리를 따 먹어 보니 맛은 있지만 보통 고역이 아니다. 모자를 썼어도 아침 9시인데도 쏟아지는 햇살이 따갑다. 체험자들은 따먹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블루베리를 따야 하는 노동자들은 온종일 햇볕 아래 블루베리 나무에 서서 까딱하면 터져 버리는 블루베리를 살살 다루면서 따야 해서 시중에 파는 블루베리값은 사실 '노동력의 값'임을 실감했다. 모든 과일 체험이 '맘껏 따 먹을 수 있지만 가져갈 수 없는 것'처럼 히라노농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실컷 따먹고 혹시 가져가고 싶은 사람들은 별도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1팩당(250그램) 1,000엔을 별도로 계산해야만 가져올 수 있다. 넓은 농원에는 1,000그루나 되는 싱싱한 나무들이 탐스러운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지만, 막상 농원에 들어가 잘 익은 블루베리를 골라 따먹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 장이 안 좋은 나는 혹시 이국땅에서 블루베리를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배가 부르도록 따먹고 싶었지만 자제하느라 힘들었다. 까페를 겸하고 있는 블루베리농원에서는 직접 블루베리를 따 먹고 커피나 블루베리 쥬스 등을 사서 마실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을 뿐 아니라 작은 풀장도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를 데리고 가도 좋을듯싶었다. 미소를 잃지 않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젊은 사장인 히라노 씨는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까, 한국산 묘목 화분(루트 플러스 폿트)이 들어있는 큰 상자를 번쩍 들어보이며 '한국산이 최고'라고 추켜세웠다. 난생처음 찾은 시즈오카현 미시마의 나가이즈미마을(長泉町)에 있는 히라노농원의 블루베리 따기 체험은 이래저래 기분 좋은 추억이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