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Pain tree. 언뜻 보면 그저 소나무를 찍은 것 같아서, 소나무의 영어 이름 Pine tree와 겹친다. 사진가 최금화가 찍은 이 일련의 소나무들은 고통을 겪고 그 생채기를 몸에 새기고 있는 나무, Pain(고통, 통증) tree다.
나무들의 껍질에 깊게 팬 커다란 생채기들은 일제강점기 때 비행기 연료로 쓰이던 송탄유를 만들기 위해 송진을 강제로 채취한 흔적이다. 1909년부터 45년까지, 우리나라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과 자원도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전시체제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송진 채취가 시작되었고,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 나라 전역의 마을과 절 주변의 나이 20년 넘긴 소나무들이 그 대상이 되었다.
해방 이후로도 공업용도의 부자재로 송진 채취가 자행되었으니, 피해 상태가 가장 큰 평창, 제천, 남원을 중심으로 인천, 울산, 태안, 보령, 아산, 서산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아직도 많은 소나무가 폭력의 상흔을 간직한 채 서서히 병들거나 죽어가고 있다.
중앙대학교와 미국 SCHOOL OF VISUAL ARTS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감각적인 광고사진가로 이름을 날린 최금화는 우연히 그런 소나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몸에 깊게 팬 커다란 생채기를 지닌 채 서 있는 소나무와 마주 보았을 때 일었던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이번 사진 작업의 실마리가 되었다.
생업의 틈틈이 전국 곳곳에 흩어진 소나무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에 담았다. 이십여 년 넘게 광고사진을 찍어 온 경험은 자연광을 조명처럼 섬세하게 조율하여 소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주인공이 되게 했다. 마치 상처 입은 나무들의 초상화 같은 사진들.
자연 안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상처는 더욱 두드러진다. 견디지 못하고 고꾸라진 채 엎어진 소나무를 바라보는 일은 사진 너머의 일임에도 고통스럽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는 “귀신의 얼굴 내지 가면 같기도 하고 일그러지고 우는 얼굴이자 고통에 뒤척이는 몸이기도 한 소나무는 짙은 목탄화처럼 바탕으로부터 솟아오른다.”라고 했다. 소음이 제거된 듯한 흑백의 숲은 고요하면서 아름답기도 하다. 어떤 생채기들은 마치 일부러 새긴 것 같은 ‘하트(heart)' 모양을 하고 있는데,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치유되면서 자행된 폭력과는 반대 개념의 무늬를 이룬 모습은 아이러니를 넘어 숙연한 감정조차 일게 한다.
최금화의 <Pain tree>는 닥터 프린트 유병욱 대표가 한 장 한 장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인화했다. 전시와 함께 발행되는 사진집은 유화컴퍼니의 유화대표가 맡아 5도 별색잉크로 인쇄본 흑백사진을 인화인 양 표현해냈다. 인화와 인쇄 분야, 두 프린트 마스터가 <Pain tree>의 전시와 기록에 힘을 합친 것이다.
전시는 9월 1일부터 13일까지, 사진위주 류가헌 1, 2관 전관에서 열린다.
문의 : 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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