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요즘 세대는 '축하해'라는 글자보다 폭죽이 터지는 모양의 이모지를 여러 개 달아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수단이 아니라, MZ세대는 이모지를 새로운 '언어'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든 세대에 속하는 어른들은 이모티콘이라는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다르다. 이모티콘이 이모지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2022년에 새롭게 출시될 이모지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 MZ세대 : 1980년대 초 ~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울 이르는 말
#1 김부장은 같은 부서 단톡방에서 요즘 왕따를 당하는 중이다. 좋은 한글을 두고 왜 하트 뿅뿅에 다양한 표정의 사람 얼굴들이 등장하는 이모지(엄밀히 따지면 카톡 이모티콘)를 붙여서 보내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입사한 젊은 직원들은 글자가 하나도 없는 이모지로만 대화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2 어도비가 한국, 미국, 영국 등 7개국 이모지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지구촌 이모지 경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3가 단순한 문자 메시지나 전화통화, 대면 대화보다 이모지를 활용한 소통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3 상표 로고 대신 이모지를 브랜딩해 선보이는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얼굴을 이모지로 만드는 시스템 특허를 등록했고, 구글은 남녀평등 메시지를 담은 13종의 이모지를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 키보드 앱에 글의 문맥에 적절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인 스위프트모지를 추가했다.
이모지가 모지?
'이모지(Emoji)’는 사물이나 개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그림문자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던 컴퓨터 자판에 있는 문자를 이용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기호들인 ‘이모티콘’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모지는 흔히 문자를 대체하거나 문자와 함께 쓰인다. 여러 종류의 이모지 가운데서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이 가장 대표적이다.
최초의 이모지는 1998년 일본 통신사인 NTT도코모에 의해 탄생했다. 이모지의 어원은 일본어로 그림을 뜻하는 에(e)와 문자를 뜻하는 모지(moji)의 결합이다. ‘그림문자’라는 뜻의 일본어 단어인 ‘絵文字(에모지, 이모지)’ 발음을 옮긴 것이 이모지다. 이에 견줘 이모티콘은 :-) 이나 :-( 처럼 점, 선, 괄호 등을 이용해서 표현한 감정으로, emotion(감정)과 icon(아이콘)의 합성어다. 이모티콘은 텍스트(아스키 문자)의 조합으로 감정을 나타내는 반면 이모지는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하던 구글과 애플의 제안으로 2007년 유니코드 기술 위원회(Unicode Technical Committee)에서 유니코드 이모지 기술을 표준으로 제정했다. 이로써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형태의 이모지인 스티커(sticker)까지 등장했다.
많은 사람이 이모지와 이모티콘을 혼동하는 이유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서 만들어 대화창에 삽입할 수 있게 한 그림들을 통틀어 ‘이모티콘’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카카오톡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이모지도, 진짜 이모티콘도 아닌 그냥 삽입할 수 있는 그림 스티커일 뿐이다.
오로지 카카오톡에서만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카톡 이모티콘과 달리 이모지는 각 그림이 특정한 유니코드를 갖고 있어서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좋다’는 표현을 영어로 하면 Good, 일어로 하면 いい, 중국어로 하면 好的, 프랑스어로 하면 bon이지만 이모지를 사용하면 웃는 얼굴 표시 하나면 모든 나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다.
옥스포드 사전은 지난 2016년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모지'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언어가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된 이모지를 옥스포드가 '단어'로 받아들인 것이다. 옥스포드는 "이모지 문화가 지난 몇 년간 폭발적 성장을 거듭해 국제적인 소통 수단의 주류로 등극했다."라며 "시각적, 정서적, 즉각적 표현이 위주가 되는 디지털 세상을 살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했다"라고 밝혔다.
해마다 새롭게 추가되고 있는 이모지
컴퓨터와 손말틀(모바일)에서 사용되는 그림문자인 이미지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새 이모지를 심사, 승인하고 있다. 매년 4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PNG 포맷으로 제출한 뒤 심사를 받게 되는데, 흑백이면 안 되고 반드시 천연색이어야 하고 검색엔진에서 자주 검색되는 이미지들이어야 한다. 곧,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싶은 이미지들이어야 한다는 지침(가이드라인)이 있다.
유니코드 컨소시엄이 내년에 업데이트될 이모지를 확정, 발표했다. 내년 업데이트될 이모지에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이 교차한 손가락 하트나 트렌스젠더 남성 등의 임신을 고려해 임신한 남성 모양의 이모지가 제작됐다. 왕관 쓴 사람 이모지도 전형적인 성별로 구분되지 않게 만들어졌다. 피부색이 서로 다른 6가지 피부 색깔의 악수 이모지도 추가됐다. 녹는 얼굴이나 눈물을 참는 얼굴도 눈에 띈다.
앞서 사례로 든 어도비의 이모지 경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약 3분의 2가 단순한 문자 메시지나 전화 통화, 대면 대화보다 이모지를 활용한 소통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실제로 단어를 이모지가 대체할 거라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서 한국인 응답자는 전 세계 평균치(68%)보다 높은 76%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인 응답자의 93%는(지구촌 88%) 이모지를 사용할 때 대화 상대에 대해 더 공감한다고 답했다. 디지털 영역에서 이모지가 한국인의 정서적 교류와 공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MZ세대에 있어 이모지가 어떻게 자리매김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AhnLab 콘텐츠기획팀 제공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