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춤, 인간의 욕망을 파고들다

  • 등록 2015.05.28 20: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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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신작 <적(赤)>

[한국문화신문 = 이나미 기자]  국립극장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은 신작 <()>을 오는 611()부터 13()까지 3일간 달오름극장에 올린다. 국립레퍼토리시즌 시작 이후, 국립무용단은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과 파격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을 끊임없이 선보이며 우리 춤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한 <()><묵향>, 핀란드 현대무용가 테로 사리넨 안무의 <회오리>, DJ 소울스케이프가 음악으로 참여한 <기본활용법> 등 현대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최근 한국무용은 가장 협업에 유연한 장르가 되었다. 이번 국립무용단의 작품은 예술은 경계에서 피는 꽃이다의 주제를 가진 14-15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부제:We all dance at the cliff)은 멈추지 않는 구두를 신고 발이 잘려나가더라도 춤을 추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안데르센의 잔혹동화 빨간 구두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마치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서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춤을 계속 추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다. 안무 최진욱, 구성 및 연출 임필성, 음악 모그, 의상 박승건. 영화와 패션 등 현재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피 끓는 네 남자가 오직 이 작품만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먼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최진욱은 처음으로 장편 작품 안무를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뛰어난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가진 주역무용수로 무대에 서온 그는 <묵향>, <토너먼트> 등에서 조안무로도 활동하며 꾸준히 안무가로서의 역량을 키워왔다. 최진욱은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해 춤으로 표현해내는 작품을 만들어내길 갈망해왔고, 그에 적합한 영화감독 임필성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영화 <남극일기>, <마담 뺑덕> 등을 연출한 임필성은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도 뚝심 있게 자기만의 색깔을 관철시켜가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하나로, 매번 자신의 영화에 그릇된 인간의 욕망을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필성은 그의 최근 영화 <마담 뺑덕>에서 의상을 맡은 정구호를 통해 국립무용단을 주목해오고 있었으며, 이번 작품으로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무대 연출 타이틀에 처음으로 도전한다.  

또한 임필성은 영화 <도가니>,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음악감독 모그와 패션브랜드 푸시버튼(pushBUTTON)의 박승건을 합류시켰고, 창의적 작업에 목말라있는 이들은 한뜻으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하는 이들은 상업성을 벗어나 순수 예술적 창의력을 십분 발휘하며 서로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낸다. 무용수들의 표정과 감정을 강렬한 미장센과 함께 표현해내고, 주문식 영화음악 작곡이 아닌 창의적 영감을 받아 움직임에 따른 음악을 만들어내며,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정확히 살릴 수 있는 미적인 의상을 제작해 하나의 무용작품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 숨이 끝까지 차오르도록 쉴 새 없이 움직임을 요하는 최진욱의 안무를 제대로 소화할 송설, 조용진, 이석준, 이재화, 박혜지 다섯 명의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까지. 국립무용단의 창의적 시도는 어디까지일까. 분명 <()>은 장르간 융합을 넘어 국립무용단의 창의적 시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무엇보다 무용수가 중심이 되어야  

<()>은 그 무엇보다도 춤에 집중되는 작품이다. 영화감독, 영화음악감독, 패션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무용 공연인 만큼 무용수들이 가장 빛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입 모아 말한다. 안무를 맡은 최진욱은 맺고 어르다 푸는한국무용만이 가진 감칠 맛, 빠른 움직임 속에서도 깊이가 묻어나는 한국 춤 특유의 호흡법을 살려 독특한 안무를 선보인다. 날렵한 움직임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춤의 호흡은 동작을 한순간도 단절되지 않도록 부드럽게 연결시킨다. 또한 한국무용 공연에선 보긴 드문 애크러배틱(acrobatic)한 군무와 남성 2인무 등 다양한 움직임도 돋보인다. 

이 작품을 통해 무용연출로 데뷔하는 영화감독 임필성은 그간 <마담 뺑덕>, <남극일기>, <인류멸망보고서> 등 드라마, 미스터리, SF를 넘나들며 매번 자신의 작품에 인간의 욕망을 담아왔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미학적으로 표현해 행위적 몸짓을 활용할 줄 아는 국내 몇 안 되는 감독이다. 디테일한 것을 잘 잡아내고, 모션과 감정을 잘 이끌어내기로 충무로에 정평이 나있다. 임 감독은 현대사회, 욕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우리 모두가 벼랑 끝에서 춤추는 무용수와 같다고 하며 낭떠러지에 떨어질지라도 끝까지 가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무모함을 이야기한다 

 

   
 
영화감독의 장기인 입체적 무대 구성기법과 미장센을 활용한 시각적 연출 능력을 살려, 처음으로 도전하는 무대 예술 창작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무용수들의 춤에 캐릭터를 부가하여 밀도감 높은 춤을 이루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국립무용단의 극무용 스타일과는 차별화되는 스토리텔링을 시도, 각 인물 캐릭터가 두드러지도록 무용수를 배우라 생각하고 연기지도에 특히 신경을 쓴다. 무용공연임에도 대극장 해오름극장이 아닌 중극장 달오름극장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런 섬세한 연출과 동작이 더욱 잘 보이도록 함이다. 대사가 없는 무용공연이지만 충분한 스토리를 전달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전자악기로 국악 장단을 연주, 판타지를 보여주다 

영화 <도가니>, <악마를 보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유명한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 모그가 음악을 맡았다. 그는 한때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어울려 공연하고, 뉴욕 언더그라운드를 누비던 베이시스트였다. 모그는 주로 상업음악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음악가로서 음악에만 전념한 순수 창작활동을 하고자하는 욕망을 이 작품에 쏟았다. 그는 그간 접해왔던 국악과 민속 음악을 바탕으로, 판타지와 아프리칸·라틴 아메리칸 음악의 요소를 넣어 정열적인 감성을 음악 전반에 녹아내려 한다.  

악기는 전부 서양 악기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현대악기의 최전선에 위치한 신디사이저 계열의 전자악기들과 타악기 중심의 퍼커션이 주를 이룬다. 서양악기에서 나오는 전자음임에도 우리음악의 장단과 가락이라 더 묘한 음색을 전해준다. 미니멀한 음악은 역동성과 긴장감을 극대화시켜 무용수들의 몸짓에 더욱 집중하게 할 것이다.

 

이나미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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