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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노은주의 소리를 배우며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 <2>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1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노은주 명창이 지도해 온 열성 동호인 제자들의 발표회 이야기를 하였다. 애호가층이 두터워야 전문가들의 무대가 살아난다는 점, 국가나 지방정부의 역할은 공간의 확보, 교육 여건의 조성과 함께 문광부, 문화유산청, 기타 관련기관과 전문인들의 역할에 따라 전통음악이 확산하느냐, 쇠퇴하느냐가 결정된다는 이야기, 관련하여 일반 동호인들이나 애호가 집단의 활성화도 전통음악의 확산화 작업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이번 주에도 노은주가 지도하는 동호인들의 발표회 이야기를 이어간다.

 

발표회장은 많은 관객으로 벌써 만원이었다. 격려차 찾아준 전문가도 보였으나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지들이었고, 단체 관람객으로는 송파구의 독서클럽 E.S.U 회원들, 광진 문화원의 하모니카 연주단 회원 등등, 다른 분야의 동호인도 다수 참여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다.

 

박효순 은사모 회장은 발표회를 열면서 “소리입문 시점이 개인별로 다르고 타고난 소질의 차이가 있는데도, 모든 열정을 쏟아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 회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열심히 준비했으나 크게 부족하다. 그러나 예쁘게 봐 달라”라는 진심 어린 인사의 말씀으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발표의 내용이나 출연자의 소개는 지난주에 하였거니와 여기서는 무대에 올라 직접 참여한 회원들의 경험담 가운데 그 일부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먼저 이날, 발표회의 사회자 겸 출연자로 나선 이오규 회원의 판소리사랑 이야기다.

 

“판소리에 대한 저의 간절한 소망은 직장을 퇴직한 다음에 이루어졌어요. 한 구절, 한 구절 따라 부르는 것을 녹음해서 집에서나, 길을 걸어가거나 차를 타고 가면서도 나도 모르게 부르게 되더군요. 집에서 하도 많이 불러대니까 이제는 아내도 흥얼거릴 정도입니다. 제가 배운 <사철가>나 <사랑가>의 몇 대목은 아마 수백 번도 넘게 반복해서 불렀을 겁니다. 제 소리를 단체 카톡방에 올리면 노은주 명창님은 가던 길도 멈추고 영상을 찍어 주시거나, 이른 아침에도 녹음으로 보내주시는데, 이러한 열정에 우리는 매료되었지요. 특히 이번 발표회에서 저는 사회를 맡았는데, 자료를 찾아가며 판소리 이론도 공부하게 되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공연을 보러 온 사위와 딸, 특히 손자가 “할아버지 멋지다”라고 칭찬을 해 주는 거예요. 아마도 먼 훗날 손자들은 이 할아버지의 멋진 모습을 기억하리라 봅니다. 이제 판소리는 저에게 든든한 친구, 그 이상입니다.”

 

옆에 앉아 있던 정덕균 회원이 뒤질세라 한마디 거든다.

 

“판소리를 듣기만 좋아하다가 막상 불러보게 되니 그렇게 어려울 수 없었어요. 저는 매일 새벽, 청계산을 오르내리며 소리를 해보는데, 특히 새로 배우는 대목들은 1주일 이내에 사설부터 완벽하게 외우기 위해 정말 열심히 부르며 다녔지요. 어느 날, 한의원에 진료차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무슨 운동을 많이 했는지, 복근(腹筋)이 아주 좋아졌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판소리를 연습하면 건강도 회복되는 점에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런데, 저 혼자 하면 잘 되는 것 같은 소리가, 선생님 앞에만 가면 왜 그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잘 맞던 장단도 틀리고 음정도 틀리는 거예요. 그런데도 우리 가족은 제 실력이 많이 늘었다면서 전국대회에 한번 도전해 보라는 거예요. 웃음이 저절로 나오지요, ”

 

 

76세의 최고령자인 이은주 여성 회원의 판소리 예찬론이다.

 

“저는 선생님 만난 지, 7년이 되지요. 나이 들수록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가사도 깜빡깜빡 잊어버리고, 박자 감각도 느려져요. 그런데도 우리 노은주 선생님은 늘 밝은 미소로 열정을 다해 가르쳐 주시지요. 일주일 동안 배운 부분을 익히는데, 주로 이른 새벽에 뒷산에 올라가 소리를 하며 운동을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판소리 잘하시네요.', '좋아요'라며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한번은 잠을 자다가 당일 선생님한테 지적받았던 내용을 잠꼬대로 불렀던 모양입니다. 남편이 웃으며 '명창님, 적당히 하시지요.'라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건강이 썩 좋지는 않지만, 소리를 하며 정신력으로 버팁니다. 운 좋게 대회에 나가 수상도 하게 되니, 스스로 삶에 대한 의욕이 불타오릅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자녀에게 발표회 영상을 보내주었더니, 옆에서 잘 지켜드리지도 못하는데, 열심히 사시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감사해 눈물을 흘렸다지 뭡니까?. 가끔은 모임에 가서 부족한 소리도 해보고, 좋은 친구들과 우정도 쌓으며 소리공부를 하는 이 시간이 절실하게 기다려집니다. 제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판소리가 너무도 좋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회에 참가하여 큰 손뼉과 격려를 받으니 부족함보다는 성취감이나 자존감으로 매우 행복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소리 공부를 접하게 된 것이, 인생의 좋은 선택인 것 같아,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듣고만 있던 김영범 회원도 그 만의 소감을 피력했다.

 

 

“직장 생활하며 소리를 배우다 보니 시간의 제약이 많았어요, 특히 단가 <사철가>를 배울 때는 그 가사를 빨리 정확하게 암기하기 위해 화장실 2곳에 붙여놓고, 외우기 시작했지요. 새벽잠이 깨면 아내 모르게 소리를 죽이고, 가락을 떠오르며 외우고, 출퇴근 시간에는 차속에서 운전대를 두드리며 장단 연습을 했지요. 산악회 친구들 앞에서 사철가를 불러보는데, 처음에는 가사도, 장단도 틀렸으나 점점 좋아지니까, 친구들이 ‘술만 마시는 줄 알았는데, 언제 이런 소리들을 배웠느냐’며 부러워했지요. 제 소리를 좋아해 주는 친구들도 생겨나니 등산모임이 더 즐거워졌고 자연스럽게 연습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예요. 발표회 준비를 할 때입니다. 단체로 부르는 것은 적당히 넘어가는 편인데, 혼자 나와서 점검받을 때는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 긴장되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무대를 오히려 즐기고 있는 편입니다. 무대에서 혼자 뽐낼 기회가 없었는데, 늦은 나이에 판소리를 배워 정신을 쏟을 수 있으니, 정말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고 엔돌핀이 생겨 감사할 따름입니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