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 소설은 제가 수원대를 정년 퇴임하기 직전인 2015년 4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5달 동안 <수원대 교수협의회 카페>에 발표했던 장편소설(모두 73회)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소설이란 작가의 경험을 재료로 하여 예쁘게 색칠하고 상상의 날개를 달아 재미있게 부풀린 이야기입니다.
시계를 27년 전으로 돌려서, 1998년에 저는 수원대 후문 근처인 화성군 봉담면 수기리 호수마을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오래 근무한 수원대 교수님들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해 봄에 학교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고, 그 후 6달 동안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저는 그때 일어난 사건들을 수첩에 메모해 두었습니다.
지금부터 27년 전 수첩에 메모한 내용을 토대로 10년 전에 발표한 소설을 2025년에 맞게 수정하고 보완하여 우리문화신문에 장편소설로 연재하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올리겠습니다. 실화 같은 소설, 소설 같은 실화라는 말이 있지만 소설은 소설입니다.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실제 인물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등장인물에 대해서 더 이상 묻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주: ‘이뭐꼬’는 제가 소설을 발표할 당시 사용하던 필명입니다.(글쓴이 말) |
평생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사건이 일어난 그해에는 봄꽃이 빨리 피었다. 아직 4월 초순인데도 분홍색 진달래와 노란색 개나리가 흐드러진 사이로 새하얀 목련까지도 탐스러운 꽃이 피어나 있었다. 옛날부터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진달래와 개나리다. 진달래는 대개 산에 피지만 개나리는 도시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노란 개나리꽃이 피었다가 떨어지고 하얀 목련꽃이 피어나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해에는 개나리꽃 진달래꽃 그리고 목련꽃이 동시에 꽃이 피었다. 계절에 이변이 생긴 것이다.
기상학자의 설명인즉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동차가 많아지고, 공장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연료의 소비가 많아지자, 이산화탄소가 늘어나서 지구가 더워졌다는 것이다. 예년에 견줘 2주 정도 봄이 빨리 왔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이라고 하니, 스키 또는 모피와 관련된 회사의 사장님은 일찌감치 전업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998년 봄이 깊어지던 어느 날, K 교수는 동료인 ㄱ 교수와 함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소문의 내용인즉 학교 후문 부근에 이탈리아 요리를 주로 하는 식당이 개업했는데 여주인이 ‘낙안(落雁) 미인’이라는 것이다. 낙안미인이란 기러기가 날아가다가 힐끗 바라본 미인이 너무 예뻐서 그만 날갯짓을 잊고서 떨어졌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는데, 미인을 과장되게 칭찬하는 말이다.
“식당 주인이 그렇게 예뻐요?”
“글쎄요, 나도 소문만 들어서 잘 모르겠는데, 대단한 미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괜히 상상만 하지 말고 같이 가봅시다.”
“좋아요, 언제 한번 같이 갑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