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작가의 수영장 그림은 꽃과 나무가 우거진 정원에 있는 수영장에서 가족들이 함께 노는 모습이나, 각자 쉬는 모습이 여유롭게 표현되었다. 특히 이번 개인전 “Picnic day”전에는 수영장으로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쿠션, 소설책을 준비해 소풍을 나온듯한 풍경이 등장한다. 수영장에서의 소풍 장면은 지친 현대인들 중 누군가에게는 꿈꾸는 이상향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어느 때 제일 행복했던,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기억되기도 할 것이다.
관람자가 작품을 보는 동안은 현실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반짝이는 햇살 속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잔디를 밟으며 소풍을 즐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는 박영희는 말한다. “아주 추운 겨울부터 수영장을 그리기 시작했다. 영하의 날씨로 몸도 마음도 얼어갈 즈음, 5년 전에 다녀온 발리여행 사진을 뒤적이고 있었다. 아마도 얼어가는 마음을 녹여줄 기억의 난로가 필요했나 보다.
오래된 호텔의 넓디넓은 수영장엔 관광객이 서너 명 밖에 없었고 그래서인지 한가롭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었다. 열대 나무와 꽃들이 오래 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듯이 안정감 있게 피어있고 나의 피곤한 등을 눕힐 수 있는 비치의자가 넉넉하게 줄을 서있던 아주 오래된 호텔의 너그러움이 그 어떤 초호화 리조트의 럭셔리한 시설보다 훨씬 더 나를 내려놓게 했다.
이러한 느낌으로 그리기 시작한 수영장풍경은 더없이 한가롭고 나른하게 그려졌다.
수영장풍경 속에는 가족들이 함께 노는 모습이나, 각자 쉬는 모습이 무심한 듯 표현되었다. 작품 속에서 엄마, 아빠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아이들의 모습은 아직 순수하고 부끄럽고 수줍어서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소년과 소녀로 표현된다.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는 수영장그림에는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모르는 척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의 풋풋한 감정이 그림 속에서 이야기가 되어 오고 간다.
가족 그리고 소년과 소녀의 수영장그림이 보는 이로 하여금 과거의 시간 속 자신으로 되돌아가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과 만나게 하여 스르르 미소 짓게 하는 매개채가 되길 바란다. 현실의 일상이 아무리 고되고 불안하여도 우리의 마음속엔 자신을 위로해줄 추억의 테라피가 있음을 나와 같은 그들에게 속삭여주고 싶다.“
여기에 평론가 최인정 씨도 한 마디 거든다.
“수영장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가만히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 안에 함께하는 사람들, 바로 가족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의 딸이자 아들이고, 어머니이자 아버지이며, 아내와 남편이다. 그렇기에 그림 속 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 가족이 주는 편안함과 따스한 감정이 수영장이 가진 휴식의 이미지와 맞물려, 그림에 몰입을 더해 준다.
또한 그녀의 사실적이고 세밀한 인물 묘사는 그림 속에서 내러티브적인 요소로 작용해,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를 추측하고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특히, 작가가 붙인 제목은 관람자 개인이 가진 수영장 경험을 작품에 녹여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너를 기다려’라는 작품은 수영장에 걸터앉은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녀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잠시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관람자가 자신이 기다렸던 추억 속의 그 누군가를 회상하게끔 할 것이다.
박영희는 화선지를 여러 장을 겹쳐 만든 장지에 그림을 그림으로써 한국 전통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재료적 특성을 통해 담백한 색채를 뿜어낸다. 여러 겹의 두껍고 질긴 종이는 색깔을 자연스럽게 머금어 캔버스와는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답게 세심하고 섬세한 표현력과 수채화처럼 소박한 색채를 선보인다. 이러한 요소들이 장지 위에 서로 어우러지며 동양화가 주는 특유의 편안함과 수수함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