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함께 가는 동반자

2017.10.13 11:18:57

[허홍구 시인이 만난 사람 3]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하늘은 높푸르고 나뭇잎은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었다

또 머지않아 싱그러움으로 위세를 떨치며 펄럭이던 이파리는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져 바람에 휩쓸리는 낙엽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고 계절이 가을로 바뀌면 나는 왠지 그냥 쓸쓸하다.

 

또 가까운 친구 여러 명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도 있었다.

이 세상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고 있는 공간이지만

끝없는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처럼 저마다의 낙원을 찾아 간다.

시인의 길을 함께 걷는 동년배의 앞선 시인이 있다

어눌하면서도 바보스럽도록 순진한 사나이! 참 좋은 시인이다.

 

문단에 이름만 앞세우고 장사꾼 같이 재빠른 시인들 틈에

작품 보다 더 빛나는 그의 순수와 자유로운 영혼을 사랑한다.

 

때로는 광장시장 통로 난전에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그래도 마음은 부르고 기분 좋아지는 문단의 귀한 동반자이다

그럴듯한 포장으로 독자를 속이는 거짓상품 같은 시인이 아니라

어눌하고 바보스러운 순수가 내 맘을 뭉클하게 만드는 시인이다.



 

 


김 용 언


 

          모래바람 부는 허허벌판의 멀고 먼 사막을

          홀로 낙타 타고 건너온 외로운 순례자를 닮았다.

 

          신비한 곳으로 여행을 꿈꾸고 낙원을 찾는 시인

          아무래도 또 어디론가 먼 길을 떠날 것만 같다.

 

          어눌하면서도 바보스럽도록 순진한 사나이

          동년배의 앞선 시인이지만 나는 늘 고개가 숙여진다.

 

          빛나는 작품보다 더 빛나는 순수와 자유로운 영혼

          함께 걸으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것 같다.




    

     * () 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이다



허홍구 시인 hhg194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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