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그리듯 그린 ‘가지ㆍ오이ㆍ무’ 그림 <소채도>

  • 등록 2017.10.29 23: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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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67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최북(崔北, 1712~86)이 그린 그야말로 최북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채도>가 있습니다. 붉은빛 무와 가지, 그리고 오이를 마치 정물화를 그리듯 배경 없이 그려낸 이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특별한 물건이 아닌 삶에서 흔히 보는 푸성귀(채소)들을 소재로 했는데도 결코 가볍지 않은 깊이를 볼 수 있습니다.


 

최북의 그림 속에는 꽃과 새가 별로 없습니다. 대신 그는 그의 기질 때문인지 파격적으로 가지와 무를 그린 그림이 있는 것이지요. 최북과 견줄 수 있는 서양의 고흐가 남이 잘 그리지 않는 구두와 낡은 의자를 그리듯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최북은 고귀한 것,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삶에서 흔히 보이는 것을 그저 친근하게 그렸고, 평범함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담아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북의 호는 붓으로 먹고 산다 하여 호생관(毫生館)’ 자신의 이름 북() 자를 반 자르면 칠()자가 된다 하여 스스로 칠칠이라 했고, 메추라기를 잘 그려 최메추라기’, 산수화에 뛰어나 '최산수(崔山水)'로도 불렸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신분 차별이 심했던 조선 후기를 예술가의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살았던 최북이었습니다. 독특하게도 손가락이나 손톱에 먹물을 묻혀서 그린 그림 지두화(指頭畵)를 잘 그렸던 최북은 불같은 성격과 고독한 삶이 더해진 한국의 반 고흐입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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