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에 나오는 오래된 길, “문경 토끼비리”

  • 등록 2017.11.15 00: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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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68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設險函關壯(설험함관장) 험하게 만들어져 함곡관(函谷關)처럼 웅장하고

行難蜀道奇(행난촉도기) 험한 길은 촉도(蜀道) 같이 기이하네

顚隮由欲速(전제유욕속) 빨리 가려 욕심내면 넘어져 떨어지니

跼蹐勿言遲(국척물언지) 엉금엉금 기어가더라도 늦다고 꾸짖지는 말게


 

조선 태종세종 때의 문신 어변갑(1380~1434)이 지은 관갑잔도(串岬棧道)”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경북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에 있는 명승 제31문경 토끼비리를 묘사한 것입니다. “문경 토끼비리는 수십 년 동안 인적이 끊어져 지금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예전엔 영남 사람들이 한양으로 가는 길에 꼭 넘을 수밖에 없었던 길이지요. 더구나 다음과 같이 신증동국여지승람문경현 형승조에도 기록될 정도로 역사성이 있는 길입니다.

 

관갑천은 용연의 동쪽 벼랑을 말하며 토천이라고도 한다. 돌을 파서 만든 잔도(棧道, 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가 구불구불 6, 7리나 이어진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 원정 때에 이곳에 이르렀는데 길이 막혔다. 마침 토끼가 벼랑을 타고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주어 진군할 수 있었으므로 토천이라 불렀다.” 고려 태조에게 토끼가 길을 일러주지 않았다면 고려라는 나라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비리벼루의 문경 사투리로 낭떠러지 아래 강이 흐르거나 바닷가를 끼고 있는 곳을 가리키며 벼랑과는 다른 말입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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