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들에게 명나라 사신으로 다녀오라는 것이옵니까?

2019.01.12 11:46:01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3 위기의 장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선조의 인상이 구겨졌다.

“너희들을 부른 연유가 거기 있는 것이니라.”

“네엣?”

“하명해 주소서.”

선조는 왕자들을 둘러보면서 편치 않은 심사를 끄집어내었다.

“대명의 병부주사가 벽제관에서 석식 도중에 사라지고 말았다. 명나라에서는 병부주사 사헌에게 개인적 원한을 지니고 있는 동인들을 의심하고 있다.”

“영의정에게 장형을 가했다고 들었나이다.”

“그래서 왕자들이 직접 신종 황제를 배알하는 것은 어찌 생각 하는고?”

 

선조의 정치적 계산은 영민 하였다. 명나라에 대한 조선의 변함없는 충성을 보여줄 필요가 존재했다. 사헌의 실종으로 인하여 자칫 불똥이 조선 왕실로 비화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 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소자들에게 명나라 사신으로 다녀오라는 것이옵니까?”

임해군의 취기가 풀리지 않은 눈동자가 이 순간에는 빛을 발하였다. 선조의 용안에 설명하기 어려운 미소가 번졌다.

“임해군, 그대의 명나라 원행은 결코 평범한 일정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오면......?”

“그대에게도 조선을 경작할 수 있는 절호의 호기가 될 수도 있느니라.”

임해군은 참담하게 무너져 버린 왕권의 기대감이 다시 용솟음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설마 명나라에서 조선의 세자로 장자인 자신을 지목하고 나설 줄이야 누가 생각인들 했겠는가. 완전히 포기하고 있던 왕권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소자가 가옵니다. 가겠습니다.”

순화군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큰형님을 모시고 명나라 황제를 뵙겠습니다. 조선에서 벌어진 사신에 대한 전말을 낱낱이 고하고 왕실의 흔들린 법도를 바로 잡겠나이다.”

선조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명나라 사신의 실종에 대한 조사를 사헌부 지평 강두명이란 자에게 맡겨두었다. 그를 불러서 명나라 사신 사헌에 대한 진상을 파악한 연후에 명나라로 떠나도록 하라. 그에 대한 준비는 승정원을 통하여 하명 하도록 하겠다.”

“황공하옵니다.”

 

임해군과 순화군은 왕 선조에게 절하고 물러났다. 궁궐을 나서면서 순화군이 임해군에게 속삭였다.

“아바마마도 큰형님에게 기대를 하시고 계십니다. 이번 명나라 황제를 배알하고 실종 사신에 대한 정리만 제대로 된다면 큰형님이 조선의 임금이 되시는 겁니다. 히힛, 이거 엄청난 사건 아닙니까?”

임해군은 교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냐? 아바마마가 광해를 안중에 두지 않고 바로 날 지목하고 계시다는 것 말이다.”

“광해형님은 사실 익호장군 김덕령으로 인해서 아바마마와 매우 소원한 관계였으나 요 근래 일본과의 전쟁이 재발됨에 따라서 활동을 재기하였다고 들었습니다.”

“경상과 전라 지역으로 남하 하였다고.”

순화군의 눈매가 가늘게 번뜩였다.

“이것은 큰형님에게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입니다. 명나라 황제에게 조선의 장자로 확실히 각인시켜야 합니다.”

 

유광남 작가 ykncf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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