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기적소리 바람소리 – 연변ㆍ2
기차도 여기 와서는 조선말로 “붕”--- 한족말로 “우(鳴)”--- 기적 울고 지나가는 바람도 한족바람은 “퍼~엉(風)” 불고 조선족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분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늘을 나는 새새끼들조차 중국노래 한국노래 다 같이 잘 부르고 납골당에 밤이 깊으면 조선족귀신 한족귀신들이 우리들이 못 알아듣는 말로 저들끼리만 가만가만 속삭인다
그리고 여기서는 유월의 거리에 넘쳐나는 붉고 푸른 옷자락처럼 온갖 빛깔이 한데 어울려 파도를 치며 앞으로 흘러간다.
《장백산》, 2004년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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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설 >
이 작품은 아무래도 경계의 공간과 숙명적인 공존의 주제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석화시인의 대표작의 하나라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디아스포라는 지역적 공간이나 정신적 공간에 있어서 아주 미묘한 중간상태에 처해 있고 경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보다 넓은 영역을 넘나들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작품세계는 모국과 거주국 사이에서 양가성* 내지 혼종성*으로 특징지어진다. 바꾸어 말하면 디아스포라의 문학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표현하게 되며 두 문화형태의 혼종성 또는 공존상태로 나타난다. 조선족과 한족이라는 두 민족의 공존공생의 상황을 이 시 "기적소리와 바람—연변ㆍ2"를 통해 보여주었다.
이 시는 상이한 것들이 갈등이 없이 공존하는 다문화적인 혼종성, 쉽게 말하자면 조선족과 한족이 연변에서 공존, 공생해야 하는 숙명 내지 필연성을 유머로 이미지화한다. 제1절에서는 기차와 바람을 의인화하면서 “우(鳴)---”와 “붕---”, “퍼~엉(風)과 ”바람“과의 대조를 통해 조선족과 한족의 언어적인 상이성을 확인한다.
그렇지만 제2절에서는 미물인 새들도, 납골당의 귀신들도 서로 상대방의 소리와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의사소통을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두 문화형태 간의 대화와 친화적인 관계를 하늘을 날며 즐겁게 우짖는 새와 납골당에서 구순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귀신이라는 메타포(은유)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함으로써 몽환적인 분위기를 십분 살리고 있다.
제3절은 이 시의 기승전결(起承转结)의 내적 구조에서 보면 “전(转)”과 결(结)에 속하는 부분인데 연변의 풍물시라고 할 수 있는 “6.1아동절”의 모습을 색채 이미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다원공존, 다원공생의 논리로 자연스럽게 매듭짓고 있다.(김정영ㆍ김호웅 <시인의 실험정신과 조선족공동체에 대한 시적 형상화>에서)
* 양가성(兩價性) : 동일 대상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성질
* 혼종성(混種性) : 이질적인 문화가 섞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현상을 가리키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