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00년, 200년 된 가게가 많은 일본에서는 오래된 가게를 일컬어 시니세(老舗, 老鋪)라고 한다. 일본 《어원유래사전》에 따르면 시니세(老鋪)라는 말은 에도시대(江戸時代,1603-1868) 에 오랫동안 신용을 이어가면서 가업을 이어가는 점포를 일컫는다. 지금은 한자로 노포(老舗, 老鋪)라고 쓰고 있지만 원래는 시니세(仕似せ)로 표기하였다. 현재는 노포(老舗, 老鋪)라는 한자를 쓰기에 한자음 그대로 ‘로우호’라고 읽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니세(老鋪)’라고 발음한다.
이 노포(老舗, 시니세)라는 말의 우리말은 무엇일까? 일본말 노포를 오래된 가게 또는 전통 있는 가게라고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서울시는 2017년 9월 26일 보도자료에서 ‘노포’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힌바 있다.
“서울시는 앞서 오래된 가게를 가리키는 일본식 한자어 표기인 ‘노포(老鋪)’를 대신할 서울만의 새로운 이름을 찾기 위해 올해 6월 시민공모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오래가게’라는 새 이름이 뽑혔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곧 ‘오래된 가게’ 보다는 ‘오래가게’로 시민들이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노포(老舗, 老鋪)’라는 말을 무슨 좋은 말이라도 되는 양 쓰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관공서에서 이런 말을 부추기듯 쓰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울도서관의 경우 2018년 11월 16일 행사에 ‘서울의 노포를 이야기하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가 하면 지난 3월 29일 KBS 6시 내고향에서는 ‘고향노포(老鋪) 50년 전통 맷돌을 돌리는 가게’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내면서 줄곧 ‘노포(老鋪)’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더구나 서울도서관은 ‘노포(老鋪)’를 대신할 서울만의 새로운 이름을 ‘오래가게’로 뽑은 서울시의 산하 기관이 아닌가?
한국에서 ‘노포(老舗, 老鋪)’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은 1918년 9월 24일 <부산일보> 기사로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포(老鋪)’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똬리를 틀고 있다. <부산일보>에 등장한 ‘시니세 다이마루의 신축 낙성식(老鋪大丸の新築落成式)’ 기사는 아무래도 씁쓸하다. 왜 우리가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들어선 다이마루백화점 신축 건물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알아야하는지 말이다.
일제강점의 쓰라린 역사 109년(국치일로 따져)이 되는 올해, 우리말은 아직도 일본말 찌꺼기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관공서에서 일본말을 버젓이 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