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2020.11.28 11:08:07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3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집으로 가는 길

 

                                  - 김정원

 

       길고 고단한 하루

       땅거미가 기어올 때

       쟁기질 끝내고 뚜벅뚜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

       땀에 젖은 소를

       마을 우물로 데리고 가

       찬물로 등물을 해주며

       엄마는 애틋하게 말합니다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그러면 말 못 하는 소가

       엄마 치마에 머리를 살며시 대고

       아기바람과 악수하는

       무화과 나뭇잎처럼

       가볍게 귀를 흔듭니다

 

 

 

우리네 어렸을 적에는 여름날 흔히 “등물”이란 걸 했다. 아버지가 논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돌아오시면 어머니는 우물가에서 시원하게 등물을 해주셨었다. 등물은 그렇게 끈끈한 가족애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김정원 시인은 엄마가 소에게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하면서 등물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러면 소는 가볍게 귀를 흔들며 응답을 했다나?

 

예전 우리 겨레는 사람이 죽어 장사를 지낼 때 부르던 상엿소리가 있었다. “입춘날 절기 좋은 철에 /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救難功德) 하였는가 /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越川功德) 하였는가 /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活人功德) 하였는가”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했는지에 따라 죽어 염라대왕에게 심판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징검다리를 놓거나, 거친 길을 곱게 다듬거나,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 것들을 했어야 했는데 그것은 바로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이 아니어도 좋다. 저 시인의 엄마처럼 소에게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라고 말할 줄 아는 심성만 가져도 좋을 일이다. 우리가 주문한 상품을 편하게 집에서 받아볼 때 택배를 배달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고통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수거를 해야 하지만 음식쓰레기를 일반쓰레기와 마구 섞어 버려 환경미화원들이 너무나 힘들다고 한다. 그분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우리가 편히 살 수 없음은 분명한데도 그분들에게 작은 마음 씀씀이도 어려운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2020 경자년도 저물어간다. 제발 소에게 "여보게, 애썼네, 고마우이." 할 줄 아는 마음 씀씀이의 설밑을 만들면 좋겠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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