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마음이 문제구나

2022.02.23 11:26:37

송광사 선방에 거울이 모셔진 까닭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3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새해를 맞았기에 지난해 허송세월한 것을 반성하며 이제 뭔가 새로운 결심을 해 보자고 자리에 앉아 생각을 가다듬어 본다. 그런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고 하면 5분도 못 가서 생각은 어느새 한강에 가 있고 이태리 로마에 가 있고 멋진 경치를 보고 싶어 집 밖으로 줄달음친다. 생각을 도로 붙잡아 놓으면 또 모르는 사이에 어디론가 막 날아간다. 새해 결심이고 뭐고 굳은 맘을 먹고 뭔가를 결심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이렇게 생각이 안정이 안 되고 마구 날아다니는 것을 불교에서는 ‘심원의마(心猿意馬)’라고 한단다. 우리 마음이 원숭이처럼 날아다니고 우리의 뜻은 말처럼 뛰어다닌다는 뜻일 텐데, 두 동물의 성질에서 나왔다고 한다. 원숭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 하고 촐랑대 마음이 조용할 새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한다. 말은 항상 뛰기만을 생각해 뜻이 가만히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여러 갈래로 오간다. 여기에서 사람이 근심걱정 때문에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는 것이고, 중국 후한(後漢)시대에 위백양(魏伯陽)이 펴낸 것으로 전해지는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에 아래 문장과 같이 나온 뒤 역대 불교 선사들이 즐겨 쓰는 말이 되었단다.​

 

마음은 원숭이처럼 날뛰어 안정되지 못하고, 뜻은 말처럼 사방을 뛰어다니는 등 정신의 기운은 외부의 일 때문에 산란되어 있다(心猿不定 意馬四馳 神氣散亂於外)​

 

역시 공부를 해 본 사람들은 우리 마음이 널뛰듯 하는 정황을 잘도 파악하고 그것을 콕 찍어내는구나. 우리가 꼭 불교의 참선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일상생활에서 너무 들떠 있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살고 있어서 참선하듯 그걸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어도 이렇게 생각과 뜻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진정한 나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속인들이 자기를 제대로 내려놓지 못하고 방황하기 일쑤인데, 선방에서 참선하는 분들은 어떨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승보사찰인 송광사의 방장이신 현봉 스님이 오랫동안 일반인들이 볼 수 없었던 송광사의 선원 내부를 최근 공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원에서는 스님들이 새벽예불시간에 동방이나 적삼 위에 바로 가사를 입고 죽비에 맞춰서 삼배하고 선방에 곧장 들어가게 되며 이때 예배의 대상으로는 선방 가운데에 모셔둔 작은 불상이나 불조(佛祖)의 진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송광사 선방에는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큰 거울이 하나 모셔져 있음이 이번에 알려진 것이다. 부처님을 보며 부처님처럼 성불하고자 정진하고 있는 수좌 스님들이 부처님 대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먼저 삼배하고 참선을 한다는 그 파격이 놀랍다. 스님들은 거울 앞에서 두 줄로 나눠 앉아 서로 맞절 삼배를 하고 참선을 한다는 것이다. 방장 스님은 가장 새로 들어온 젊은 스님과 마주해서 삼배하니 여기엔 아래위가 없고 깨달음의 앞에는 나이나 직위의 높낮이가 없는 평등한 세상이다.​

 

그것은 참신한 선공부 방법이 아닐 수 없는데 그것을 보면서 나는 문득 마음을 잡는 것은 스님들도 어려운 것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한다. 부처님 대신에 거울을 놓는 것은 결국 너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그만큼 어렵고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다만 참선을 하는 스님들이야 우리 속세의 일반 사람처럼 그렇게 흔들리겠는가? 우리 속인들이 문제지. 원래 우리의 마음은 원만하게 이루어져 있어 새로 닦을 것도 없고 깨달을 것도 없다는 데도 마음의 원숭이[心猿]가 나부대고, 뜻의 말[意馬]이 날뛰는 바람에 욕심과 욕망과 번뇌를 떨쳐내지 못한다. 마치 나뭇가지가 고요히 머물려 해도 바람 그치지 아니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것이 정신집중이 안 되는 까닭일 것이다.​

 

선을 할 때는 화두를 잡고 그것을 철저히 파고 들어가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삶의 문제, 존재의 문제를 파고 들어가서 무언가를 알게 되었고 우리의 마음의 문제를 다 알아내었다고 생각을 하지만 다시 잘 보면 그것은 안개 속 같은 미혹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무념무상의 경지로 접어들었다고 착각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우리가 그렇게 마음을 잡지 못하는 이유가 당연히(?) 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에다가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하루 십만 명씩 늘어나는 확진자들을 보면 우리 옆에 코로나가 와 있기에 불안하기만 하다. 대통령 선거도 엎치락뒷치락 하면서 당과 후보자들의 지지율, 선호도 등이 계속 바뀌고 있어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서로 진영논리가 강해지면서 상대방 후보가 되면 나라가 망할 듯이 난리를 치는 형편이니 마음속의 원숭이와 말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상황이고 그러니 애꿎게 자기 자신만 탓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돈도 벌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애들도 키워야 한다. 친구한테 얻어먹은 술도 갚아야 한다.

 

 

어떻게 하나? 해가 바뀐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나 석 달을 맞이하는 상황인데 아직 계획도 못 세우고 뜻도 확실히 모으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일반인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고 자신의 갈 길을 정함으로서 자신과 가정과 집이 사회가 평화로워지도록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인가? 코로나가 끝나고 선거도 끝나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너무 늦지 않겠는가? 차라리 그 해답을 억지로 끌어내지 말고 더 시간을 들여 차차 찾아보는 게 좋을까?

 

 

이동식 인문탐험가 ld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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