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말뚝아, 이놈 말뚝아!
어디 갔다 이제 오냐?
아따, 상줄라꼬 찾았능교, 밥줄라꼬 찾았능교? 나으리 할 일 따로 있고 말뚝이 할 일 따로 있지, 물에 데었소 불에 데었소? 벼룩이 뜀박질 하듯 요들방정, 와 그라요? 남인 북인 노론 소론 저들끼리 작당하여 찜쪄먹고 고아먹고 개평도 안 주길래 함안 말뚝이 의령 말뚝이 끼리끼리 모이고 모여 계 만들고 오는 길이오. 새경은 고사하고 끼니밥은 우찌됐소? 깃발 아래 대동단결, 오죽하면 떼로 모여 나발 불고 북 치것소.
나으리
노여워 마소
지렁이들 두레 모임

<해설>
그래서 우리도 뭉쳐봤소. 옛날에는 두레라 할 수 있고, 시방은 노동조합이라 부를 수 있겠구먼.
잠시 잠깐 비웠다고 그새를 못 참고 채근이다. 불러본들 밥을 주나 상을 주나. 고작해야 술 심부름, 논 심부름이 아닐까. “벼룩이 뜀박질 하듯 요들방정” 좀 그만두소. 당신들은 이 당 저 당, 남인 북인 노론 소론 적당히 작당하여 찜쪄먹고 고아먹고, 스리슬쩍 배 불리는 그 놀부 심뽀 우린들 모를 줄 아오?
그래서 “함안 말뚝이 의령 말뚝이” 지렁이 같은 신세들 모여 노조 한 번 만들어본 거요. 새경은 고사하고 끼니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었으니 우리도 깃발 들고 할 말 하려 하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깃발 아래 대동단결하여 나발 불고 북 치면서 소리 높여 외쳐 보고 싶소.
하지만 이 또한 그리 노여워할 정도는 아니오. 기껏해야 목쉰 놈 목구멍에 찬물 한 바가지 더 되겠소. 잘 아시다시피 내가 전태일도 못되다 보니 참 이런 비겁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