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이야기, 몽유가(夢遊歌) 1

  • 등록 2025.07.01 11: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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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3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단가 가운데 <역대가(歷代歌)>를 소개하면서 시작 부분에 나오는 이청련(李靑蓮)이 현세의 삶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 “죽은 뒤 여기저기 이름이 기재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하수신후천재명(何須身後千載名)’과 장사군(張使君)의 ”세상에 살면서 돈이나, 벼슬, 명예와 같은 것들은 생전의 한잔 술만 같지 못하다라는 ‘불여안전일배주(不如眼前一杯酒)’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우리나라 관련 내용, 곧 아동방 예악문물(禮樂文物)이 천하에 유명하다는 내용, ‘만조정에 국태민안(國泰民安)하고 각 가정의 인심이 좋고 생활이 넉넉해서 만만세지(萬萬歲之) 무궁(無窮)’이란 이야기도 소개하였다.

 

이번 주에는 꿈속의 이야기, <몽유가(夢遊歌)>라는 단가를 소개한다.

 

‘몽유(夢遊)’란 꿈속에서 놀다 곧 ‘즐긴다’는 뜻으로 그 내용은 꿈속 상황을 현실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처럼 엮어 낸 것이다. 이 노래 역시, 다른 단가에서 보아 왔던 바와 같이 사설 내용의 과장이 다소 심한 편이고, 허황된 내용이 많아서 이전에 소개한 단가처럼 친숙함은 있으나,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꿈속의 분위기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어 재미는 있다.

 

그 시작 부분을 소개한다.

 

“이 몸이 한가하여 세상사를 소제(掃除)하고, 초당(草堂)에 누워 세상 풍경

을 생각하니 창외(窓外)에 달이 밝고 청풍이 서래 커늘, 학슬침 돋우 베고

겨우 한잠 들었더니, 호접(蝴蝶-나비)이 장주(莊周-벼슬을 포기하고 자유

롭게 살았다는 사람)되고, 또한 장주가 호접 되어 통천하를 두루 돌아, 태고

삼황(三皇-천황, 지황, 인황.) 뵈온 뒤에, 인간만물 알리로다.”

 

 

위에 나오는 ‘학슬침’이란 잠잘 때 머리를 받치는 베개를 말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말은 아니다. 앞에서 소개한 <장부한>이란 단가에서는 한단침(邯鄲枕)이라는 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다고 하였는데, 이 몽유가에서는 학슬침이라 부르고 있다. 베개의 이름으로 학슬침이란 처음 듣는 매우 낯선 이름이다.

 

학(鶴)이란 두루미고 슬(膝)은 무릎이란 말이 들어 있으므로 흰 빛깔을 띠고 있는 베개라는 의미가 짙고, 학의 긴 다리를 상징하듯 높고 부드럽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베개란, 흔히 우리가 잠잘 때, 또는 휴식하기 위해 누울 때, 머릿밑에 받치는 물건인데, 일반적인 형태는 긴 주머니 속에 부드러운 왕겨나 메밀껍질 등을 넣고 봉한 다음, 흰색의 무명으로 겉을 싼 것이 일반적이다. 그 속 재료나 모양은 다양한 편이어서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자거나 쉴 때, 머리밑에 받히는 물건이기에 우리 생활에 있어 절대적인 필수품이 아닌가 한다. 다만, 너무 높은 베개는 삼가라는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는 말도 전해온다.

 

 

베개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고사(古事) 한 토막 소개해 본다. 옛날, 당나라의 도사(道師) 여옹(呂翁)이란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객사의 주인이 좁쌀로 밥을 짓고 있는 동안, 나이 어린 한 소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소년은 자신의 곤궁함을 매우 절실하게 탄식하며 여옹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여옹은 그 소년에게 베개 하나를 내어주며 “이것을 베고 잠이 들면 부귀(富貴)를 뜻대로 얻게 될 것이니라“라고 하였다.

 

과연 그 소년이 그 베개를 베고 잠을 자면서 꿈을 꾸게 되는데, 여옹의 예언대로 부잣집 딸을 만나 결혼도 하고, 글공부도 열심히 해서 고위직에 올랐다. 이와 함께 재물이며 명예도 얻어 영화롭기 비할 때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니 늙게 되었고 고향으로 가고 싶었지만, 이런 일, 저런 일들이 앞을 막아 고향도 가지 못하게 되어, 결국은 관직에서 죽게 되었다고 한다. 그 순간 좁쌀밥이 다 외어 소년을 깨우니, 소년의 표정이 살아 있음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고 하던가?

 

여옹이 웃으면서 “인생사(人生事)란 네가 꾼, 그 꿈과 같은 것이니라.”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들어보아도 새삼스럽고, 또한 알다가도 모를 인상사의 한 장면을 베개를 통해 전해 주는 여옹의 메시지가 더더욱 크고 실감나게 들려오는 듯한 것이다.

 

학슬침과 관련한 베개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어지는 다음의 노랫말, “공맹안증(孔孟顔曾-공자, 맹자, 안자, 증자) 찾아 뵈니, 칠십 제자(제자의 제자 등 3,000명 가운데 특히 육예(六藝)에 뛰어난 제자 70명을 말하는 듯.) 모였구나.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한다.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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