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획전 《너는 나를》

2022.07.03 12:04:21

서울시립미술관, 신진미술인 전시 지원 프로그램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우리는 1이 아닌 상황을 도모한다. 최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1로의 수렴은 우리의 쟁점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1은 특정 주제 아래 구성되는 기존 전시다. 작가와 기획자 모두 이 전시에 대한 상의를 시작했을 때 기존 전시 방식으로 행해질 전시라면 더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합의에 쉽게 도달했다. 그렇다면 이 전시는 무엇일 수 있는가?

 

너를 주어의 자리에 놓고 나를 목적어 자리에 놓으며 말문을 열어보려고 한다. 《너는 나를》이란 제목은 우리 태도에 대한 압축이다. 우리는 길게는 이십여 년, 짧게는 이삼 년간 만나온 이들이다. 각자의 예술적 행보를 믿고 격려해 왔다. 미술이란 그리고 동시대 미술이란 무엇일까 해답을 찾는 과정은 각자의 몫이었다. 창작의 주어에 나를 놓고 응당 이 길은 외롭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조급했고 언제나 인정과 이해에 목말랐다. 그런데 이상하다.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왜 이 길은 땅속에 뚫어 놓은 길처럼 어둡고 빛이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너는? 이 단순한 질문을 던져본다. 

 

 

너로부터 다시 출발하고, 너를 이해하는 여러 시도로부터 배움을 얻어본다. 여기에는 이입이 요청되었다. 너의 작품의 면면을 떠올리며 너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곽한울은 손승범이 취하는 염(念)의 태도를 꽃으로 번안한다. 손바느질 드로잉을 하는 정철규와 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여 그의 바늘을 잡아 다시 건낸다. 그리고 이해에 동반되는 오류도 수긍하기 위해 오랜 벗인 김원진과 협업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맺어 온 관계에는 시간 차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김원진은 이 조건을 인정하여 곽한울과 협업하고, 곽한울과 정철규의 바느질에 어느새 동참한 모두의 행위를 〈산책로〉로 명명하면서 기록한다. 김원진은 손승범과 작가적 의견의 일치를 탐색하지만, 김원진의 〈Eye to Eye〉는 의견 일치의 여부보다 찬란하게 이해하고 오해하는 만남의 다반사와 닮았다. 

 

곽한울과 김원진이 다른 이들과 서로 마주보면서 당기고 미는 과정을 취한다면, 손승범과 정철규는 원의 대형을 그린다. 정철규는 사랑을 짝사랑에 가깝다고 믿는 것 같다. 짝사랑에 가까울 때 사랑하기란 더 생동적이기도 하다. 매혹의 순간들에서 너에게 닿기를 희망할 때 우리는 너의 모든 말, 행동, 자취를 훑는다. 바로 그런 것들을 훔쳐와서 상자에 담는다. 

 

전시에서는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며 내 짝사랑과 닮아있을 너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손승범은 다른 작가들의 작업실에 처치 곤란한 상태로 남겨진 것들을 그

러모아 모뉴먼트로 변환시킨다. 작품 이외의 것들을 부산물처럼 치부해 온 창작의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남겨진 것들의 미래는 폐기의 수순을 밟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대한 순환 앞에서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던 평소 손승범의 태도는 곽한울, 김원진, 정철규의 작업실에서부터 당도한 것들에 새 숨을 불어넣어 소생시킨다.

 

이와 같은 방식에 대해서 적당한 말이 없어서 흔히 협업이라고 표현되지만, 우리의 협업은 안전한 무게 중심 찾기가 아니다. 균형점을 찾기보다 밀고 당기는 그 사이에서 이름을 달리하는 시도들을 펼치려고 한다. 협업이 오고 가는 화살표 사이 어느 지점에서 잠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우리가 시도하는 협업은 너와 함께 하지만 나의 질문과 이해의 방식으로 갈무리된 외화이다. 

 

《너는 나를》은 창작 형식의 실험이자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전시를 모색한다. 형식 실험을 표방하지만, 그 과정과 내용은 동시대 미술에 대한 각자의 특수한 화답이다. 여러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이 실험 앞에서 우리 다수는 신진 아닌, 신진예술가이다. 화살표의 오고 감은 이차원 평면에서의 사건이 분명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사이에서 굽고, 끊기고, 덧그려지며 구체적인 산물을 파생시킨다. 4명의 작가, 2명의 기획자로부터 출발하지만 우리는 또 다른 벗을 만나서 그 벗을 주어의 자리에 모시고 너는 나를 ( )하다고, 더 보고 듣기를 희망한다.

 

*전시장소 : SeMA 창고 1층 전시실

*전시기간 :2022.07.06~2022.07.24

*관람료 : 무료

*문의:  02 2124 8942

 

 

금나래 기자 narae@koya-culture.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