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지만 잊어야 할 4대강 사업 매몰비용

  • 등록 2025.09.12 11: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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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24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경제학 용어 가운데 매몰비용(sunken cost)이라는 말이 있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발생하여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매몰비용은 지나간 것으로 취급하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결정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매몰비용이 아깝다는 까닭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투자하여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행동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말한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개발 사업은 매몰비용의 오류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1969년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를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파리-뉴욕 간 비행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주는 혁신적인 기술이었지만 개발비(1976년 기준 20억 파운드. 현재 값어치로 150억 파운드, 한화로는 약 25조 원)가 너무 많이 들어서 경제적 타당성에 문제가 있었다.

 

콩코드는 1976년 상업 운항을 시작하였으나 높은 연료 소모, 극심한 소음 공해 등으로 대서양 횡단 노선만 허가되었다. 음속 2배 속도의 콩코드는 런던-뉴욕 비행시간을 7시간에서 3시간 반 곧 1/2로 줄였지만, 항공권 가격이 일반 여객기보다 15배나 비쌌다고 한다. 당연히 승객이 적어서 콩코드는 적자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미 투자한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너무 아까워서 두 나라 정부는 오랫동안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였다. 콩코드는 상업 운항 내내 해마다 적자가 발생하여 결국 2003년 운항이 최종 중단되었다. 콩코드 사업을 1년이라도 일찍 포기하면 일찍 포기할수록 적자를 줄일 수 있었지만 두 나라 정부는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27년 동안 포기 결정을 미루었던 것이다.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올바른 결정을 내린 대표적인 사례는 오스트리아의 핵발전소다. 오스트리아의 츠벤텐도르프(Zwentendorf) 원전은 1972년에 건설을 시작하여 1978년에 완공했다. 건설 비용은 당시 오스트리아 화폐로 140억 실링(EU 화폐인 유로로 환산하면 약 10억 유로)이 들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안전성과 핵폐기물의 위험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까닭으로 원전 가동을 반대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핵발전소의 가동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였는데, 반대 50.47%(2만 표 차이)로 가동이 무산되었다. 완공한 핵발전소를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한, 매우 기이한 결정이었다. 결국 건설비용 10억 유로는 매몰되고 말았다.

 

그런데, 츠벤텐도르프 원전은 해체되지 않고 시설이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는 학생들의 견학과 에너지 교육장, 영화 촬영지, 태양광 발전과 연구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 뒤 오스트리아는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 수력,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하였다. 2023년 현재 오스트리아는 전력 생산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87%로서 EU 국가 가운데 최상위에 속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1년에 완공한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당시 기준으로 22조 원이었다.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완공 이후 4대강은 해마다 여름이면 녹조가 창궐하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보를 철거하려고 했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보의 유지 정책으로 되돌아갔다. 이재명 정부가 2025년 6월에 출범한 이후, 환경단체는 4대강의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보를 철거하자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렇지만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지지한 ‘한나라당’의 바뀐 당명)은 보의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어느 쪽의 주장을 지지하는가?

 

국민 대부분은 4대강의 녹조 발생 현장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보의 유지 또는 철거에 대해서 분명한 의견을 가지지 못한다. 필자가 보기에 많은 국민은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22조 원이나 들여서 만들어 놓은 보를 철거하자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과격해 보인다. 보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4대강 사업에 쏟아부었던 22조 원은 아까운 돈이다. 그렇지만 보를 철거하지 말고 개선책을 찾아보자는 주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보를 철거하지 않으면 어떠한 경제적인 손해가 발생할까?

 

그동안 감사원은 세 차례 4대강 사업을 감사하였으나 매번 공정성 시비에 시달렸다. 정권이 바뀌면 감사 결과도 바뀐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감사원은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 8월에 외부 기관인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4대강 사업의 경제성 연구를 의뢰하였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2013~2016년의 4년 자료를 토대로 2013년부터 50년 동안 4대강의 16개 보를 유지한다고 가정하고 총비용과 총편익을 추정하였다. 50년 동안의 총비용은 22조 원의 최초 사업비와 유지관리비 등을 포함하여 31조 원으로 계산되었다. 총편익은 수력발전, 수자원 확보 등을 포함하여 6.6조 원으로 계산되었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0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데, 4대강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21에 불과하였다.

 

감사원은 이 연구 결과를 2018년 7월에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감사원의 발표를 알기 쉽게 풀이하면, 4대강 사업을 현 상태로 유지하면 2013년부터 50년 동안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액은 총 24.4조 원이다. 년 단위로 계산하면 해마다 488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손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기만 할 뿐이다.

 

4대강의 16개 보를 철거하지 않고 50년 동안 유지하면 해마다 약 5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2022년부터 시작된 부경대 이승준 교수의 녹조 연구에 의하면 녹조가 번성한 낙동강물로 재배한 쌀과 배추 등의 농작물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 심지어는 낙동강 주민의 콧속에서도 녹조독소가 검출되었다. 학계에서는 녹조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주민의 건강 피해를 경제적 값어치로 환산하는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녹조 피해를 계량화하면 4대강의 보를 철거하지 않고 유지하는 동안의 경제적 손실은 점점 커질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진보 또는 보수라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자. 4대강 사업을 오로지 경제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 개조의 꿈을 실현하는 사업’이며, ’죽어가는 강을 살리는 사업‘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필자는 4대강 사업을 나라 안팎 경제학자들이 ’매몰비용의 오류를 잘 설명하는 제2의 콩코드 사업‘이라고 인용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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