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 우울증 고치기

  • 등록 2022.12.18 11: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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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왕성한 야외 활동하면 우울을 벗어날 수 있어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70]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 주변에 마음에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 가볍게는 사소한 언행에 의한 마음의 상처부터 시작하여 울화(鬱火)로 표현되는 전통적인 마음이 병이 있다. 이러한 마음의 병은 우리 생활에 언어로 녹아 있다. 가벼운 마음의 흔들림은 심란(心亂)하다 하고, 마음의 위축이 심하여 사소함에도 부담받는 상태를 소심(小心)하다 한다.

 

현대에 들어서 마음의 병이 부쩍 많아졌는데 두뇌의 이상에 의한 정신적인 질환 몇 가지를 빼면 정신적인 질환은 모두 마음의 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의 병이 구체화하여 질병으로 드러난 것들로 우울증과 조울증, 공황장애와 조현병 등이 있다.

 

오늘은 우울증에 대하여 대략을 살펴보고 한방과 양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1. 우울증의 정의와 진단 기준

 

우리가 말하는 우울증의 공식적인 병병은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다.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와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우울증을 진단하는 기준은 최소 2주 동안의 우울한 기분 또는 대부분의 활동에서의 흥미 또는 즐거움의 상실하는 것이 필수증상이다. 이러한 필수증상 말고 식욕과 체중의 변화, 수면의 변화,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 피로감, 무가치감 또는 죄책감, 사고력과 집중력의 감소, 자살 사고 또는 시도 등에서 4개 이상의 증상이 최소한 2주 이상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일시적인 답답함이나 우울증, 특정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상실감이나 감정 변화를 우울증이라 진단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정신의학회 우울증 진단 기준

 

가. 다음의 증상 가운데 5가지(또는 그 이상)가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견줄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 증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1) 우울한 기분이거나 (2)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어야 한다.

주의점: 명백한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증상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1)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예, 슬픔, 공허함 또는 절망감)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됨(예, 눈물 흘림) (주의점: 아동, 청소년의 경우는 과민한 기분으로 나타나기도 함)

(2) 거의 날마다, 하루 가운데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해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3) 체중을 조절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몸무게의 줄어듦(예, 1달 동안 5% 이상의 체중 변화)이나 몸무게의 늘어남, 거의 날마다 나타나는 식욕이 줄거나 증가가 있음(주의점: 아동에서는 체중 증가가 기대치에 미달하는 경우)

(4) 거의 날마다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수면

(5) 거의 날마다 나타나는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함, 단지 주관적인 좌불안석 혹은 처지는 느낌뿐만이 아님)

(6) 거의 날마다 나타나는 피로나 활력의 상실

(7) 거의 날마다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망상적일 수도 있는)을 느낌(단순히 병이 있다는 데 대한 자책이나 죄책감이 아님)

(8) 거의 날마다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주관적인 호소나 객관적인 관찰 가능함)

(9) 반복적인 죽음에 관한 생각(단지 죽음에 관한 두려움이 아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나.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다. 우울한 모습이 물질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다.

 

주의점: 진단기준 가부터 다까지는 주요 우울 양상을 구성하고 있다.

주의점: 중요한 상실(예: 사별, 재정적 파탄, 자연재해로 인한 상실, 심각한 질병이나 장애)에 대한 반응으로 진단기준 가에 기술된 극도의 슬픔, 상실에 대한 반추, 불면, 식욕 저하, 그리고 몸무게의 줄어듦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우울 양상과 유사하다. 비록 그러한 증상이 이해될 만하고 상실에 대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할지라도 정상적인 상실 반응 동안에 주요 우울 모습이 존재한다면 이는 주의 깊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과거력과 상실의 고통을 표현하는 각 문화적 특징을 근거로 한 임상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라. 주요 우울 양상이 조현정동장애, 조현병, 조형양상장애, 망상장애, 달리 명시된 또는 명시되지 않은 조현병 스펙트럼 및 기타 정신병적 장애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마. 조증 양상(비정상적인 흥분상태) 혹은 경조증 양상이 존재한 적이 없다.

주의점: 조증 유사 혹은 경조증 유사 양상이 물질로 인한 것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경우라면 이 제외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진단 기준과 더불어 우울증은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 우울증의 핵심 증상이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우울장애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자살 사고로, 우울증 환자의 2/3에서 자살을 생각하고 10~15%에서 실제로 자살한다. 일부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인 것을 알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위축되어 기능이 떨어질 때까지도 자신의 기분 문제에 대해 호소하지 않는다.

 

대부분 우울증 환자는 무기력감, 삶에 대한 에너지 상실을 호소한다. 그래서 대부분 일을 끝까지 마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학업 및 직장에서 정상적인 업무에 장애를 느끼고 새로운 과업을 실행할 동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의 4/5 정도가 수면 장애를 호소한다. 특히 아침까지 충분히 잠을 못 이루고 일찍 깨거나 밤사이 자주 깨는 증상을 보인다. 또한 많은 환자가 식욕감소와 몸무게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일부 환자는 식욕이 증가하고 수면이 길어지는 비전형적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불안 증상도 90% 정도에서 보이는 흔한 증상이다. 성욕 저하 등의 성적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절반 정도의 환자가 하루 동안 증상의 정도 변화를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아침에 증상이 심했다가 오후에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 증상도 상당수에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우울 장애에 대한 역학조사의 경우 2011년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상태 역학조사에서는 주요 우울장애 평생유병률이 6.7%, 일년유병률이 3.1%로서 2006년 역학연구에 견줘 다소 높은 수준의 유병률을 보이나, 서구권 국가에 견줘 낮은 수준이며, 비서구권 국가들과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2. 우울증은 심장의 질환이다.

 

한의학적 개념에서 심장신(心藏神)이라 하여 심장은 신을 품고 있다 정의하고 있다. 이는 정신의 병이 마음[心)의 병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마음이 정신(精神)을 잘 통솔해야 정신이 망동하지 않고 안정된다는 것을 표현한다.

 

우리가 심장을 말할 때 마음의 심장과 물리적 심장을 혼용(混用)하여 표현한다. 따라서 두루뭉술하고 어정쩡할 때가 많으며 특히 마음의 심장은 더더욱 표현이 힘들다. 따라서 물리적인 심장을 토대로 심장의 건강을 점검하여야 하는데 현재 심전도나 심장 초음파 같은 검사 장비로 물리적인 이상이 발생했을 때는 이미 심장이 많이 손상된 상태이므로 정확한 가늠이 어렵다. 따라서 대략 적인 심장의 건강도를 가늠하는 기준은 수면의 질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이 느끼는 증상으로는 가볍게는 한숨과 하품의 빈발이 시작되어 가슴에서 답답함을 지나 무거움을 느낄 때 심장의 기운이 저하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여기에서 더해지면 심장의 리듬이 흐트러지는 뭉클한 감각이나 옥죔이 드러나고 이후에 심장이 급작스레 빨라지는 동계(動悸) 증상이 드러난다. 이러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오만 잡념이 많아지고 대부분 안 좋은 생각으로 귀결되면서 답답하고 우울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심자생지본야신지변야(心者生之本也神之變也)’라 표현하는데 마음이란 삶의 기본이 되며 정신의 변화를 주관한다고 하였다. 곧 마음이 약하면 삶에 대한 의지가 줄어들면서 살기 싫다 죽는다는 생각과 말을 빈번하게 하면서 삶의 의욕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우울증이란 이렇게 심장이 약해지면서 마음이 작아지고 마음이 갈 길을 잃어 소멸해가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방법이 우울증을 해소하는 지름길이 된다.

 

3. 우울증의 양방적 원인

 

우울장애의 분명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다른 정신 질환과 같이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우울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화학적 요인으로 우울 장애는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신경계와 노르에피네프린 신경계의 기능 저하로 인해 생긴다는 가설이 지배적이며, 실제 이러한 신경계의 기능을 증강해 주는 SRI, SSRI 등의 약물을 통해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아론 벡(Aaron T. Beck)은 우울증의 인지 모델을 제시했는데, 우울증의 기저에 관한 개념으로 세 가지 인지적 오류(자신, 세계, 미래에 대한)를 제시했다. 이와 같은 반복되는 우울한 생각과 도식 그리고 왜곡된 정보 처리 등이 우울 장애를 발생시키고 악화시킨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우울증의 인지 행동 치료를 개발했다.

 

발달적 관점에서는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을 기반으로 우울 장애를 설명한다. 어린 시절 주요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상실 및 분리, 거부의 경험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인식을 하게 하며, 이러한 인식이 이후 우울감과 관련된다고 보고한다. 또한 자율신경의 불균형 특히 부교감 신경의 기능저하에 따른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대처능력이 저하되면서 우울증이 시작된다는 관점이 대두되고 있다.

 

이 밖에도 유전적 소인,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 삶에 있어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경제적 문제, 그리고 강한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4. 우울증 치료의 한방적 실마리

 

“정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하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몸을 안정시켜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살펴보면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장(心臟)을 튼튼히 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를 토대로 심장을 튼튼히 하기 위하여 다양한 처방이 존재하며 대표적으로 천왕보심단과 우황청심환이 있다. 다음으로 마음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한의학의 기본 개념인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반대로 작용한다는 것에 실마리가 있다.

 

곧 정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하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몸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몸을 활발하게 움직일수록 잡념이 줄어들고 우울감이 사라지는데 마라톤에서 러너스하이(달리기를 하는 도중 나타나는 신체적인 쾌감) 지점에서 무념무상(無念無想)한 상태가 이를 방증한다.

 

이를 기반으로 아침에 일찍 기상하여 활동하는 것이 우울증의 기본적인 치료 방향이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의 경우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새벽녘에 겨우 잠들거나 잠을 못 자는 관계로 아침을 활기차게 맞이하기 힘들다. 따라서 아침 해돋이 무렵에 기상하여 집 밖으로 나가서 활동하고 해가 진 뒤에 집으로 들어오는 생활을 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기본이 되는 셈이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분에게 농담 삼아 “낮에 광합성을 하면 우울증이 해소됩니다.”라고 말하게 되는데 진실이 숨어 있는 셈이다. 과학적으로도 비타민 D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해 우울감을 감소시켜주는데 햇볕이 비타민D 생성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낮에 왕성한 야외 활동을 하는 중에 우울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빛과 꿈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유용우 한의사 dolph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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