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텟미엣(Htet Myat). 미얀마 말로 ‘밝은 사람’라는 뜻의 이 이름은, 미얀마 한 작은 마을의 노인이 한국인 신진호에게 지어 준 이름이다.
십 년여 동안 해마다 수차례 미얀마를 방문해 그곳 사람들의 삶과 사연들을 사진에 담아온 사진가 신진호. KIST에서 뇌과학을 연구한 과학자이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전공한 신학도, 외교부 소속 국제구호단체 ‘타이니씨드’(tiny-seed.org)의 활동가 등 그를 가리키는 여러 수식어들에 이국의 이름 하나가 더해진 것이다. 웃을 때면 얼굴이 온전히 환해지는 그의 모습에서거나 혹은 그의 명민함에서, 노인이 영어로는 ‘똑똑한 사람(Bright Person)’이라 번역되는 그 이름 뜻을 빌었으리라.
“과학자로서, 그리고 종교인으로서, 저에게 빛은 참 특별합니다. 빛의 이중성을 이해하게 되면서, 그런 빛을 담는 도구로서의 카메라와 결과물로서의 사진이 또한 저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물리학을 공부하던 학생시절, 이른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태양과 그 빛으로 인해 변하는 하늘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처음 카메라를 들었다.
초기에는 컬러 필름으로 하늘, 구름, 빛을 찍다가 자가 현상과 인화가 비교적 쉬운 흑백필름으로 바꾸었고, 자연스레 색을 뺀 사물의 형태와 구조 그리고 빛으로 관심이 흘러갔다. ‘빛을 이용한 분석 방법으로 미시 세계를 관찰하면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거시 세상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관찰하였다.’라고 말한다.
미얀마가 그의 ‘거시 세상’ 안으로 들어온 것은 2013년, 비정부조직(NGO단체) ‘타이니씨드’의 일원으로 빈민 구호활동을 간 때로 부터다. 미얀마사람들은 이방인이었던 그를 이웃으로, 이웃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었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나를 그들의 삶 속에 깊이 초대했다.”
그들의 삶 속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비참과 슬픔에 가려졌던 기쁨과 행복 그 속의 사랑을 보게 되었다. 오히려 크고 값진 것들을 자신이 그들로부터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은 늘 값어치 있고 형태가 어떻든 간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미얀마 사람들의 ‘삶 속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사진을 통해 각기 다른 삶을 공유함으로서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일을 꿈꿉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그가, 미얀마 사람들의 삶 속의 빛을, 빛의 소산인 사진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한다. ‘밝은 사람’이라는 그의 이름 뜻이 또 한 겹 두터워지는 순간이다.
신진호 사진전 <그들에게서 나를 보다>는 1월 3일부터 2주 동안 류가헌 전시2관에서 열린다. 갓 출간된 사진집도 함께 선보여진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