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내 가슴엔 그리움의 홍수

2023.02.18 11:43:21

권경업, <우수(雨水)>
[겨레문화와 시마을 12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수(雨水)

 

                             - 권경업

 

   언제부턴가

   엄동의 조개골 비집고

   실낱같은 물길 열더니만

 

   보세요, 큰일났어요

 

   그 물길 콸콸 그리움 되어

   밤마다 내 가슴엔

   막막한 홍수

 

 

 

 

내일은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24절기 가운데 둘째 ‘우수(雨水)’다. 우수란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 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거다. 꽁꽁 언 강물도 풀리는 것처럼 오늘 우수는 불편했던 이웃과 환하게 웃는 그런 날이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한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봄은 이제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이때쯤 되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다는 김선달이 생각난다. 이제 대동강물도 풀리니 또 다시 봉이 김선달이 활개 칠 것인가?

 

권경업 시인은 그의 시 <우수(雨水)>에서 “보세요, 큰일났어요”라고 외친다. “언제부턴가 엄동의 조개골 비집고 실낱같은 물길 열더니만 ~ 그 물길 콸콸 그리움 되어 밤마다 내 가슴엔 막막한 홍수”가 난단다. 꽁꽁 얼었던 우리네 가슴이 풀리면서 물길이 그리움 되고 그것이 밤마다 막막한 홍수를 일으키고 있다고 속삭인다. 홍수가 난 물길은 김선달이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물길에 나도 휩쓸리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차라리 휩쓸려 버리기라도 할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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