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해 4계절 가운데 식욕이 가장 떨어지는 계절은 봄이다. 하루 중 식욕이 가장 떨어지는 때가 아침이라는 말과 같은 이치이다. 그 때문에 식욕이 부진해서 한의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는 치료 뒤 아침 식욕까지 활발해졌다면 비로소 식욕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봄에 식욕이 왕성하고 아침에 배고파하면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은 소화력이 왕성하고 위장이 튼튼하다는 확증이다.
따라서 잘 먹고 잘 소화하는 것이 건강한 사람의 모습이기에 그렇게 되기를 원하며 이를 반농담 삼아 위대한 사람이라 하거나 뱃골이 크다고 표현한다. 이처럼 현격히 많이 먹고, 소화도 잘하는 사람들을 위가 큰 사람, 또는 뱃골이 큰사람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위장의 용적 차이는 거의 없다.
이렇게 많이 먹고 잘 먹는 사람들은 위장의 기능이 튼튼하고 위장을 중심으로 장의 운동성이 활발하여 많은 음식이 유입되어도 본래의 운동성을 유지하며 한편으로 위액 분비와 췌장을 중심으로 한 소화액 분비도 넉넉한 사람이다. 특히 소화액 분비가 넉넉한 경우 위액을 기준으로 하면 간이 안 맞아도 맛있게 먹으면서 소화가 잘되고. 췌액의 분비가 넉넉하면 맛이 없어도, 익지 않아도 소화를 잘하게 된다. 흔히 돌도 먹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참으로 부러운 모습이다.
반대로 잘 먹지 않고, 먹어도 양이 적은 사람들을 뱃골이 작은 사람이라고들 한다. 이렇게 뱃골이 작은 사람들은 이를 키우려는 시도를 은연중에 하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 많이 먹는 것에 적응하려고 훈련하려고 하는 데 대부분 실패한다. 그러므로 뱃골의 크기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이를 개선할 방법들을 알아보기로 하자.
1. 위장의 용적과 위대한 사람
아이들과 성인 위장의 용적은 대략 다음과 같다.
위장의 용적 차이는 뼈를 기준으로 한 체격의 차이, 남녀의 차이에 따라 개개인의 편차가 있지만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위장의 소화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두 가지 요인에 따라 차이가 벌어진다.
첫 번째, 위장에서 분비하는 위액의 양
위장에서 분비되는 위액은 대략 먹은 음식의 절반 정도를 분비한다. 곧 태어난 지 3달이 된 아이의 위장 용적이 100CC일 때 실제로 100CC를 섭취하면 위액이 50CC정도 분비되어 실제로는 150CC의 위장 용적을 차지한다. 과식을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인의 경우 800CC를 먹어 위장의 용적을 채웠을 때 몇 분 동안 먹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곧 천천히 오래 씹어서 음식을 섭취하여 30분 이상 식사를 하였을 때 먹은 음식물과 위액분비양의 합이 800CC가 되어 적당량을 먹은 것이 된다.
그러나 5분 만에 식사를 끝냈다면 800CC에 음식은 700CC, 위액은 100CC 정도가 되며 이후에 위액 분비가 더 이루어져 20~30분이 지나면 위장은 대략 1,100~1,200CC의 내용물을 담고 있는 상태가 되어 역시 과식을 한 상태가 된다.
두 번째, 위의 확장성
위장은 본래 용적의 300%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탄력이 있다. 즉 위의 용적이 100CC라 할 때 3배의 용적 300CC 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용적의 300%까지 채웠을 때 위장 운동이 활발하게 유지되는 위대한 사람과 위장의 움직임이 정지되어 체하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신의 용적의 300%를 먹어도 소화를 잘하는 사람을 뱃골이 큰 사람이라 하고 자신의 용적만큼 먹어도 위장의 운동이 어려운 사람을 뱃골이 작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2. 모든 사람은 뱃골이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은 까마득한 원시시대의 유전자를 가지고 형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곧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는 시기의 소화능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위장은 있을 때 잔뜩 먹기 위해 위장의 용적의 300%까지 늘어날 수 있게 발달하였다. 그리고 위장과 더불어 소화의 양축이 되는 췌장은 소화를 시켜 흡수된 영양분 가운데 남는 양을 간에 비축시켜 못 먹을 때를 대비하는 형태로 발달했다.
곧 내가 가진 위장과 췌장의 능력이 온전히 발현되면 보통 양의 3배까지 먹어도 소화할 수 있고 남는 영양분을 비축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을 빼면 현실에서는 용적의 3배를 먹으면 소화불량이나 체기로 고생하고, 어찌어찌 소화를 시킨다 해도 몸이 찐빵처럼 부풀어 비만이 된다. 그러므로 최대치는 아니더라도 내가 잘 자라고 충실한 활동을 영위할 정도의 넉넉한 양을 먹고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소망하는 것인데 그 해답은 원시인의 모습에 담겨 있다.
곧 네발로 달리거나 두 발로 달리고, 맨발로 활동하는 모습이 뱃골을 키우는 비결이 된다.
3. 위장의 능력을 좌우하는 변수들
첫째, 위장 자체의 능력이 중요
아무리 안 먹고 못 먹는 아이들이라도 간혹 배불리 흐뭇하게 먹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위장 자체는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 잘 못 먹었다면, 먹는 양이 다른 장부조직이나 외부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더 많은 양을 먹지 못한 아이들은 위장 자체의 능력이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췌장의 능력에 따라 영향을 받아
우리가 먹은 음식물의 화학적 소화과정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을 기반으로 침과 위액, 담즙의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췌액 분비량이 적으면 자연스레 먹는 양을 스스로 조절하여 적게 먹게 된다. 곧 췌장의 소화액이 적으면 음식이 맛이 없어지면서 식욕이 사라져 많이 먹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며 자연스레 위장의 운동성도 떨어진다.
셋째, 비장의 협응에 따라 달라진다
비장도, 위장에 혈액 공급함으로써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곧 비장에서 여분의 혈액을 간직하고 있다가 음식을 먹을 때 위장에서 혈액 요구량이 늘어나는 만큼 제공해준다. 곧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위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에 따른 혈액 공급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이를 비장에서 비축하고 있는 혈액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만약 비장에 비축된 혈액량이 적어서 위장에서 요구하는 혈액량을 제공하지 못하면 위장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더 이상 음식이 안 먹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넷째, 부신의 조율이 필요
한방에서 부신을 일러 솥이라는 위장을 태우는 아궁이 불이라고 본다. 곧 위장을 움직이는 힘을 제공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전체적인 세포의 활력을 좌우하는 호르몬 분비와 연관이 있다.
4. 뱃골을 키우는 현실적인 방법들
① 신생아는 기고, 아이는 맨발로 걷고
손바닥은 소화기관의 운동을 유도하고 발바닥은 소화기관의 발달을 유도한다.
뱃골을 키운다는 의미는 몸에 필요한 충분한 양을 먹어도 위장이 활발하게 운동하고 췌장이 소화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조하는 장치가 손과 발에 있는데 한방에서 말하는 경혈의 흐름, 곧 침 자리들이다. 손바닥은 기운의 흐름을 조절하고 엄지는 심폐의 기능을 유도하고, 검지는 위장과 대장의 활동을 유도하고, 중지는 뇌의 명령을 유도한다. 발바닥은 육체의 발달을 조절하여 엄지발가락은 비장과 간 기능의 발달을 유도하고, 검지발가락은 췌장과 소장의 발달을 조절하고, 중지 발가락은 부신의 기능을 조율한다.
곧 손바닥과 발바닥이 원시시대와 같이 맨발로 걷거나 네발로 기어 다니는 환경이 된다면 끊임없는 손바닥 발바닥 자극으로 소화기능이 최대치로 기능하도록 발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에서 아이들의 뱃골을 늘리기 위해서는 억지로 많이 먹여서 적응시킬 것이 아니라 최대한 손바닥과 발바닥을 자극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신생아는 최대한 많이 기고, 아이는 맨발로 걷는 활동을 유도해야 한다. 이는 성인도 마찬가지다. 소화능력이 떨어졌다면 식후에 산책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결책이다. 산책할 때 맨발로 돌이나 모래 또는 흙바닥을 걷는다면 소화능력이 발달하면서 점점 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예전 육아로 보면 곤지곤지 잼잼도 많이 하고, 땅바닥에 신발 없이 신나게 놀고 하면 되었다. 도심 속 육아의 현실에서는 여의찮다 보니 먹는 것에 스스로 제약을 만들고 장부 발달에 손해를 보고 기운의 정체로 점점 먹는 것에 부담받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손해와 악순환의 고리는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 빨리 제거하는 한편, 아이를 최대한 기고, 맨발로 걷도록 유도해 보자.
② 장의 운동성 회복
위장을 중심으로 한 소화기 장관은 끊임없이 율동한다. 곧 위장에 음식이 없는 순간에도 일정한 운동을 하고 있어야 존재가 유지되며 음식을 씹을 때는 씹는 동작에 동조(同調)하여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음식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본래 위장의 움직임과 탄력은 씹는 동작에 비례해서 발달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한국인에게 오래 씹는 유전자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가 고프고 음식이 맛있을 때 여유를 가지고 오래 씹어 삼키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오래 씹는 경우는 위장의 운동성이 떨어져 음식이 안 먹힐 때 꾸역꾸역 오래 씹는데 이마저도 견디질 못하고 국을 말아서 후루룩 꿀꺽 삼키게 된다. 따라서 본래 장의 운동성을 회복하려면 오래 씹는 훈련이 필요하다.
오래 씹는 훈련은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큰 훈련법은 한 수저를 입에 넣은 뒤 무조건 30번을 저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하려고 해도 대부분은 채 열 번을 씹지 않은 상태에서 목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빨리 넘어가 버려서 입안이 비어있더라도 헛씹어서 30번을 채우는 훈련을 꾸준하게 하여야 한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씹는 훈련을 하다 보면 밥을 기준으로 30번 씹을 때까지 입안에 음식이 남아있게 되며 이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어도 오래 씹는 사람이 되어 있게 된다.
③ 침과 한약의 도움을 받는다
시중에 유통되는 소화제 대부분은 한약을 기반으로 한 약품이다. 곧 한의학이 소화에 대한 이해도가 충실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화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다. 따라서 체기를 해소하기 위한 소화제만이 아니라 소화능력 자체를 기를 수 있는 방향의 한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침 치료도 소화능력 개선의 한 방법이다. 흔히 체했을 때 사관(四關)을 딴다고 표현하며 소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경락(經絡)의 흐름을 개선하여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을 회복하고 좀 더 발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