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위 작품은 국보로 지정된 청동정병으로 절에서 매우 귀하게 사용했던 주전자다. 이 정병은 기본적인 형태는 목이 길고 몸통이 길쭉한 원통형의 병에 물이 나오는 주둥이를 붙이고, 물병의 뚜껑은 마개위를 길게 늘여 붙여 한층 멋스럽게 꾸민 것인데, 물병을 잡는 손잡이가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본형태는 평범한 물병인데 물이 나오는 주둥이와 물을 넣는 뚜껑을 이러한 모양으로 만들어서 붙이니 그 전체 형태가 매우 독특한 모양이 되었고, 그 겉모양에는 다양한 상징성을 띠는 그림을 새겨넣어서 더욱 아름답게 만든 것이다.
이 정병은 감로수 곧 아주 깨끗한 물로 부처님이나 보살에게 바치는 정화수를 담는 주전자인데, 관세음보살이 중생들의 병을 고쳐주는 약수를 보관하는 주전자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수월관음보살도에는 절벽위에 앉아 있는 수월관음보살이 이러한 정병을 옆에 두고 대나무가 있는 해안가 절벽에 걸터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병의 몸통에는 물가의 풍경들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는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언덕 위로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가 있고, 물 위로는 노를 저어가는 어부와, 갈대숲이 있으며, 버드나무 아래 위로는 물새들이 날아다니는 매우 한가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져 있으며, 병의 뚜껑에는 은으로 만든 구름무늬와 덩쿨 무늬가 있고, 주둥이 주변에는 풀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 정병에 그려진 그림들은 은입사로 그린 그림인데, 이는 청동으로 몸채를 만든 다음, 그리고자 하는 무늬를 모두 세밀하게 선으로 파내고 그 파인 곳에 은덩이를 늘려서 만든 가는 실로 넣어서 작은 망치로 두둘겨서 은실과 청동 몸채가 하나가 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기법을 『은입사기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흙으로 만든 그릇에 무늬를 그려서 파낸 뒤, 그릇의 몸통과는 다른 흙을 넣어서 무늬를 새긴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을 응용하여 청동그릇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런 청동은입사정병은 청자로 만든 정병보다 훨씬 깨질 위험성이 적고, 혹시라도 손상된 곳이 생겨도 고칠 수가 있어서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 작품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3층 청동공예실에 전시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