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의학 치료의 기본은 흔히 일침(一針), 이구(二灸), 삼약(三藥)이라 하여 침을 놓고 쑥뜸을 뜨고, 한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치료 방법들은 기본 이론의 토대가 명확하고 실질적인 효과가 있어 의학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학의 정수는 섭생(攝生)과 양생(養生)으로 대표되는 건강법이라 할 수 있다. 정신을 기르고, 기를 단련하며, 몸을 보양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에 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바탕 속에 ‘도창법’과 ‘하천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봄이 오면 피로(疲勞)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이는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적용되며 하다못해 동물의 세계에서도 보이는 모습이다. 왜 봄에 피로를 많이 느낄까? 왜 보약은 봄과 가을에 먹으라 했을까? 이러한 의문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어떻게 하면 피로를 풀어내고 활기찬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피로하면 노폐물이 먼저 떠오르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백호탕(白虎湯)’을 기본으로 다양한 배합의 처방들이 떠오른다. 한편으로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동의보감에 기록된 도창법(倒倉法)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 전통적인 실천방안으로 하천고(霞天膏)와 윤회주(輪廻酒)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도창법(倒倉法)
한의학의 근원이 되는 몇 가지가 있다. 한의대에 입학하면 한의학의 이론적 토대와 치료의 방향을 얘기하는 《황제내경(黃帝內經)》과 ‘상한론(傷寒論)’을 필수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이때 치료 방법의 한줄기로 ‘한토하(汗吐下)’ 삼법(三法)이 있는데 지금으로 보면 노폐물을 제거하는 원시적인 출발점이다. 곧 몸에 불필요한 것들을 토하고, 땀을 내고, 설사를 통해서 제거하는 방법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점점 발달되어 도창법이 탄생한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도창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腸胃爲市 無物不有 而穀爲最多 故謂之倉也 ”
장과 위는 마치 시장과 같아서 모든 물건이 다 들어가지만, 그 가운데 곡식이 제일 많아서 ‘창고(곳간)’이라고 한다.
“倒者 傾去舊積而滌濯 使之潔淨也”
‘도(倒)’란 오랫동안 쌓인 것을 뒤집어 보내고 씻고 빨아서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人之飮食寧無過傷 停痰 瘀血 日積月深 中宮不淸矣 土德不和矣,”
사람이 과식하지 않고 음식으로 손상을 입지 않는다고 하여도 담이 정체되고 어혈이 날로 쌓이고 세월이 갈수록 깊어져 비위가 맑지 못하다. 토의 덕행이 조화롭지 않은 것이다.(소화 불량)
“誠於中 形於外, 發爲癱瘓 爲勞瘵 爲蠱脹 爲癲疾 爲無名奇病”
속에 병이 있으면 밖으로 나타나니 반신불수가 되거나, 폐결핵이 되거나, 암이 되거나, 간질이나 이름 모를 기이한 병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공
“先哲 製爲萬病元 溫白元等劑 攻補兼施 非不工巧 然不若倒倉之爲便捷也”
선현들이 만든 만병원(萬病元), 온백원(溫白元) 등의 처방은 다스리고 보(補)하는 작용을 겸하여 공교롭게도 도창법(倒倉法)의 빠른 효과보다는 못하다.
위장에서 대장까지 소화기 장관은 창고처럼 음식물이 거쳐 가는 곳이기 때문에 제아무리 잘 소화해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찌꺼기가 끼어서 뭉치게 마련이다. 하수구에 때가 끼듯이 탁한 것들이 변하여 수액이 마르면서 담이 되거나 혈액이 돌지 못해서 뭉친 어혈이 쌓이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누적되면 하나둘씩 병증으로 드러나 다양한 질병을 발생시킨다. 이들을 제거하는데 만병원(萬病元), 온백원(溫白元)과 같은 공인된 처방보다 도창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2. 소고기국물 ‘하천고(霞天膏)’와 자기 오줌 ‘윤회주(輪廻酒)’
하천고란 진한 소고기 국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의학적 개념이 추가되어 좀 더 완성된 약식(藥食)으로 변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만드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살찐 황소 고기 15근~20근을 큰 솥에 넣고 장류수(끊임없이 늘 흘러가는 물 곧 냇물이나 강물)를 부은 다음 삶는데, 물이 다 졸아들면 끓는 물을 더 붓고 삶는다. 이때 찬물을 써서는 안 된다. 그렇게 고기가 푹 삶아 퍼지면서 끓는 물에 녹아들어 가 액체가 될 정도가 되면 무명자루에 넣은 다음 짜서 찌거기를 버리고 즙(국물)만 모은다. 이를 다시 솥에 넣고 중간불로 호박빛이 나도록 졸이면 된다.
복용법은 매번 술잔으로 한 잔씩 마시고 조금 있다가 또 마시고, 조금 있다가 또 마시어 하루 수십 잔을 마신다. 겨울에는 중탕(重湯)하여 따뜻하게 해서 마셔야 한다.
병이 상초(上焦)에 있으면 흔히 토하게 하고, 하초(下焦)에 있으면 흔히 설사하게 하고, 중초(中焦)에 있으면 때로는 토하는 것과 설사를 같이 하게 한다. 이러한 활용은 토하거나 설사할 때 나오는 내용물을 보아서 병의 뿌리가 빠질 때까지 한다.
토하고 설사한 뒤에 갈증이 날 때는 끓는 물을 마시면 안 되고 자기 오줌 1~2사발을 마셔야 하는데 이를 ‘윤회주’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갈증을 멎게 하는 것뿐 아니라 남은 찌꺼기를 씻어낸다. 이렇게 한 뒤에 배고픔이 심하게 느껴지면 묽은 죽을 먹어야 한다. 다시 3일 뒤 비로소 푸성귀를 넣은 국을 준다. 이렇게 실행하면 보름 뒤에는 정신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고 몸이 가볍고 튼튼해지며 고질병이 다 편안해진다. 그 뒤 5년 동안 소고기 먹는 것을 금한다.
무릇 소는 마른 흙을 상징하고 황색은 흙의 빛이다. 순종을 덕으로 삼고 강건함을 본받아 일을 해내는 것이 황소의 쓰임이다. 고기는 위를 즐겁게 해준다. 삶아서 액체가 되면 형체가 없어진다.
쌓이고 모인 것이 오래되면 형질을 이루어 위장관에 달라붙는데 소화기 장관의 요소요소에 돌아 굽어지는 곳에 머물러 옹골지게 자리 잡는다. 이러한 것들을 배를 가르고 뼈를 긁어내는 신묘함이 없이 어떻게 제거하겠는가? 어찌 몇 홉, 몇 냥 되는 환약이나 산제로 조금이나마 제거할 수 있겠는가? 고깃국물이 넘쳐흘러 소화기 장관으로 흘러 들어가면 홍수에 부유물과 묵은 쓰레기가 모두 휩쓸려 내려가 깨끗이 제거되는 것처럼 된다.
병이 피부와 살에 있으면 토하게 하거나 땀을 내고, 위장에 있으면 토하게 하여 솟아 나가게 하고, 대장에 있으면 설사시켜서 제거한다. 곧 막힌 것과 장애물을 한 번에 씻어내 다 없앤다.
소고기는 중후하고 조화로운 성질이 있어서 마른 것을 윤기가 돌게 하고, 허한 것을 보하여 정신을 깨어나게 하고 활달하게 하여 지극한 충만감을 선사한다. 이 처방은 서쪽의 도인에게 유래된 것으로 중년 이후에 1~2번 시행하면 질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도창법을 시행하려면 시행하기 한 달 전에 배우자를 가까이하지 말고, 또 도창법을 시행한 뒤 6달까지는 배우자를 가까이하지 말고, 3년 동안 소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 성질이 급하고 색을 좋아하고 금기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 방법이 불가하다.
이와 같은 도창법은 서역 도인[至人]에게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이러한 소고기를 이용한 하천고는 인간의 몸을 이해하고 자연을 이해한 지인(至人)의 통찰력에 기인하여 탄생한 알려진 비법으로 온몸의 노폐물을 쉽고 편하게 제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