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의학 용어가 수 천 년을 이어오다 보니 어느덧 일상으로 쓰이는 것이 많다. 그 가운데 비장에 대한 것도 가장 흔한 일상어가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소화기능이 약할 때 “비위(脾胃)가 약하다”라고 하고, 주변 요구에 순응하면서 호응할 때 “비위(脾胃)를 맞춘다”라고 말하는데 이때의 비(脾)가 비장(脾臟, 지라)이다.
한의학에서도 비장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져 말 그대로 ‘비장이 비장’이라는 주장과, ‘아니다 예전에는 해부학의 발달이 미흡해서 췌장(이자)을 비장이라고 말했던 것’이라는 주장이 혼재되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비위가 약하다고 할 때의 비장은, 우리말의 지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양방에서 ‘스프린(spleen)’을 말하는 장부다.
양방에서 말하는 비장은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림프기관으로서, 온몸 림프기관 중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면역의 중추이면서 면역의 사령관이라 말할 수 있다. 지라는 우리 몸을 침범하는 세균이나 외부 단백질을 제거하는 면역 기능을 담당하며 노화된 적혈구, 혈소판을 포함하는 여러 혈액 세포들과 면역글로불린이 결합된 세포들을 제거한다. 또한 적혈구와 림프구를 만들고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 보내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단핵 세포의 절반을 저장함으로써 우리 몸에서 상처를 입는 부위가 발생하면 상처 부위로 단핵 세포가 이동하여 상처의 치유를 돕도록 한다.
이러한 비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면역에 대한 반응이 늦고 상처 치료가 더디어 살성이 나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특히 한의학적 관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혈액에 대한 조절 능력이 떨어져서 노후되고 손상된 적혈구와 백혈구가 많아지며 여분의 혈액양이 줄어드는 상태로 진행된다.
이러한 연유로 비장이 약하거나 비장이 약해지는 봄철이 되면 ‘귀찮음’으로 시작되는 피로 증상과 소화능력의 저하, 수면 질의 저하 등이 야기되어 양질의 삶을 어렵게 한다.
1. 비장은 우리 인체의 재활용 공장이자 창고
한방에서 비장을 한마디로 말하면 “인체 모든 체액의 재활용 공장이자 창고”라고 표현할 수 있다. 곧 혈액을 비롯한 체액이 비장을 통과하면서 노후되고 손상된 것들은 파괴되고, 파괴된 만큼 새롭게 만들도록 유도하며, 인체에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이 혈중으로 유입된 것을 감지하는 센서로 전신 면역을 유도하는 면역 조절의 중추이기도 하다.
첫 번째 기능 ‘파괴’
소설책에 나오는 말로 “파괴는 창조(생산)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우리 몸의 적혈구를 예로 들면 적혈구 가운데 낡고 손상된 혈구를 비장이 확실하게 제거하면 제거된 만큼 생산이 이루어져 우리 인체의 혈구는 항상 싱싱함을 유지하면서 산소 공급과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확실하게 책임진다. 그러나 낡고 손상된 놀고 있는 혈구가 많으면 양방 혈액 검사상 정상이라 하여도 실제 활동하는 혈구는 부족하므로 빈혈과 유사한 증상이 다가온다.
따라서 비장의 파괴와 생산 능력이 저하되면 우리 몸의 백혈구의 활동성이 떨어져 면역기능의 둔화가 일어나고 적혈구의 산소 전달 효율이 떨어져 몸에 산소의 부족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다음의 증상이 보이면 비장의 기능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몸이 무겁고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 하품이 심하다.
*머리가 무겁고 때로는 어지러움, 두통이 발생한다.
*머리를 좀 쓰려고 하면 졸음이 다가온다.
*멀미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실내에 오래 있으면 답답해지고 열감이 오른다.
이러한 현상이 빈번한 분들은 비장의 생산적인 파괴 기능이 미흡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명확하게 치료하고 생활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 기능 ‘저장’
인체의 에너지원에 대한 저장 창고는 2개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신제품 공장이자 창고로서 간(肝)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재활용 공장이자 창고로서 비(脾)장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비장은 재활용 공장이자 창고가 주된 역할로서, 혈액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비장이 낡고 손상된 혈액을 파괴하고 파괴된 만큼 새롭게 만들어 비장에 비축하는데, 만약 새롭게 만들어진 혈액량이 적어서 비장에 비축된 혈액량이 적으면 몸의 혈액 요구량 변동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일상에서 혈액 요구량의 변동이 큰 조직과 장부에 과부하가 일어나고 어느 순간 몸에 여러 가지 증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운동하려 하면 금세 근육의 혈액 요구량을 심폐만 감당하면서 숨이 차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음식을 먹을 때 위장의 혈액 요구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조금만 먹어도 음식이 안 먹히고 조금만 더 먹어도 식곤증이 잦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밥을 입에 물고 있다.
*여성들의 생리할 때 피가 빠져나가는 만큼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따르지 못하고 몸이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생리통을 비롯한 생리불안 증후군이 드러난다.
위와 같은 증상이 자주 발현하는 경우 비장의 저장 기능의 저하를 의심하여야 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과 생활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세 번째 기능 ‘면역 총사령관’
내부의 항원이 과도하건,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과 바이러스를 비롯한 면역물질이 과도하건 우리 몸은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을 한다. 이를 국가의 시스템에 견준다면, 군대가 국경선을 지키고 각 지구 경찰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같다. 그러나 외부의 침입이 심해서 국경선이 뚫렸거나 몸의 내부의 문제가 심해서 각 지구의 경찰력으로 부족하게 되면 몸 전체가 협력하여 이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의 면역 이상이 발생 되었을 때 우리 몸에서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 체열을 높여 백혈구의 증식을 유도하고 활동성을 늘리는 ‘발열’ 현상이다. 이러한 이상을 감지하고 발열을 유도하는 사령부가 비장이다. 따라서 비장이 튼튼한 경우 면역 사항에 대하여 유연하고 예민하게 대처가 가능하나 비장의 기능이 낮아지면 면역 반응의 둔화내지 면역력의 증감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감기가 심하게 걸렸는데 발열도 없다 갑자기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진행한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미열이 지속되는 경우가 잦다.
*두드러기나 피부 반점이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이 자주 드러나는 경우 비장의 면역기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
2. 어떻게 비장을 살릴 것인가
비장은 우리 몸의 재활용 공장이자 창고로 보편적인 인식보다 매우 중요한 장부이다. 위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말하였으나 어린이들이건 성인이건 “귀찮음”이란 단어가 몸과 마음에 스며들었다면 비장 기능의 저하를 의심하고 자신을 돌이켜 본 후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비장은 조혈(調血) 기능의 중추이자 소화 기능의 출발점으로 보아, 이를 보완하고 치료하는 다양한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비장 기능의 정도가 심한 경우 한의원을 방문하여 진료받고 조금 드러나는 정도의 경우 생활 관리를 통하여 스스로 회복해야 한다.
첫째 비장에 추가 부담을 주지 말자
비장의 첫 번째 부담은 저장된 혈액이 없는데 과도한 요구에 응답하기 위하여 비장을 스스로 쥐어짜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몸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적당한 휴식을 하고, 졸리면 잠을 자되 낮잠은 눕지 않은 상태에서 자도록 하며 과식을 삼가야 한다. 특히 식생활에서 음식을 오래 씹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정량을 알 수 있고 비장과 위장의 협조로 당기는 만큼만 먹으면 된다. 그러나 급하게 먹거나 과식하면 비장이 쥐어짬을 당하는 데 그 첫 번째 증상이 식곤증이다. 비장에 이상이 있으신 분들이 식곤증을 수시로 느끼고 체기를 자주 느낀다면 비장은 점점 힘들어진다.
그리고 수면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밤이건 낮이건 졸음은 두뇌를 보호하고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어기제이다. 이때 수면의 요구를 따르면 두뇌도 회복할 시간을 가지고 비장도 여유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억지로 버티면 비장과 두뇌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가 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둘째 비장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증진해야
이 세상에서 건강을 적극적으로 향상하는 방법으로는, 한약의 보약과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장도 적극적인 운동을 통하여 구조를 튼튼히 하고 기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비장은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다. 운동 중 비장을 쥐어짜는 행위-호흡이 거칠어짐-을 하지 않으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곧 숨이 가빠지는 상태가 되면 운동이 오히려 비장을 쥐어짜게 된다.
그러다 보니 걷기와 요가 정도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운동이며 실제로 비장에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비장의 부담으로 식곤증을 느끼고 소화가 미진할 때 가벼운 산책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걷기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비장의 기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맨발로 걷기’다. 엄지발가락과 엄지발가락을 따라 옴폭 들어간 부위가 흙, 모래, 돌에 의하여 자극받을 때 비장이 튼튼해질 수 있는 자연의 기운을 흡수하고, 경락의 자극으로 비장이 건강해질 수 있다. 맨발로 걷기를 통해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부가 비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