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평론가와 함께 떠나는 한양 기행

2023.06.05 11:53:14

《한양 왕의 집 내집처럼 드나들기》, 이용재, 책이 있는 마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조선의 도읍, 한양.

조선왕조 오백 년 동안 도읍지로 오랜 세월을 품어낸 한양은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보고다. 수많은 이들이 오고가고, 살다간 땅의 역사는 풍부하고 깊을 수밖에 없다.

 

이 책 《한양 왕의 집 내집처럼 드나들기》의 지은이 이용재는 건축평론가로 한양 땅을 종횡무진 누볐다. 일요일만 되면 딸과 함께 서울 답사를 다니곤 했다. 5년 동안 함께 전국을 세 바퀴 돌았고, 서울 땅에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됐다.

 

 

이 책은 한양 도성 안에 있던 조선 시대 건축과 일제 강점기 전의 문화유적 가운데 19곳을 가려 뽑아 우리역사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는 책이다. 서울에 오래 살았어도 무심코 지나쳤거나, 보았더라도 그 뜻은 자세히 몰랐을 문화유적을 쉽고도 재밌게 알려준다.

 

가령, 창덕궁 연경당이 지어진 내막을 이렇게 설명한다.

 

(p.60)

벼슬을 하면 대부, 벼슬 안 하고 초야에 묻혀 살면 사.

이 둘을 합쳐 사대부라고 하는 거죠.

1827년 순조 기자회견.

“건강 때문에 여러 해 정사를 소홀히 하고 지체시켰다.

이제 세자가 총명하고 영리하니 대리청정을 시켜라.”

대리청정을 명할 때 효명세자는 19살, 순조는 38살.

효명세자는 창덕궁에 124칸 한옥을 지어 부친을 모신다.

양반가옥은 99칸을 넘을 수 없지만 여긴 왕의 사가라 시비 거는 이는 없죠.

편액은 연경당. ‘경축행사를 벌이는 집’

 

가볍고 경쾌한 문장 덕분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지은이의 안내를 따라 건청궁, 경희궁, 창덕궁 연경당, 창경궁, 환구단, 기기국 번사창, 서울 사직단, 종묘, 중명전, 정관헌, 낙선재, 삼군부 청사, 서울 문묘, 서울 동묘, 칠궁, 운현궁 양관, 광혜원, 북촌문화센터, 서울 성곽을 다니다 보면 어느새 한양에 온 듯한 묘한 착각이 든다.

 

책 곳곳에서 건축학적인 시각이 묻어나는 것도 매력이다. 종묘를 설명하면서도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덧대어 보다 풍부한 인문학적인 시각을 느끼게 한다.

 

(p.133)

우리 건축은 단순하죠.

단순함은 모든 화려함을 이겨내죠.

종묘 건립공사는 152년간 계속된다.

왕이 바뀌거나 말거나. 건축가가 죽거나 말거나.

대한민국은 콩 볶아 먹듯이 집을 지어 인문학적인 건축이 설 자리가 없죠.

정전에는 19실에 49위, ‘길이길이’ 평안한 집 영녕전에는 16실에 34위를 모신다.

한 실의 구성은 제일 뒤에 신위를 모신 감실이 있고 그 앞에 제사 지낼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그 끝에 관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문밖에 툇칸 1칸이 추가로 있다.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 구성이자 최대 구성.

우리 건축은 필요한 만큼만 짓죠.

 

저자의 독특하면서도 재치 있는 묘사를 따라 한양 도성 안의 19개 문화유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살았던 사람과 그들이 살았던 공간의 매력이 한눈에 다가올 것이다.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는 요즘, 시원한 방 안에서 한양 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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