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두계놀이는 평안도 가무극(歌舞劇) 형식의 놀이

  • 등록 2023.07.25 11: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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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3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유지숙 명창의 제자들이 준비한 서도소리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로 수심가를 비롯하여, 서도지방의 좌창(坐唱), 입창(立唱), 민요, 그리고 <항두계 놀이>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특히 김정연이나 오복녀 등 월남해 온 명창들로부터 배워 익힌 항두계 놀이는 10여년 전, 이북5도청(평안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는 이야기, 얼마 전, 이 종목은 전국 민속대회에서 그 전통성이나 작품성을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는 이야기, 이 놀이는 두레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역사가 있는 전통의 연희라는 점도 이야기 하였다.

 

항두계 놀이는 평안남도의 가무극(歌舞劇) 형식의 놀이다. 그러므로 이 놀이에서 소리면 소리, 춤이면 춤, 등 해당 지역의 독특한 요소들을 함축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독특한 요소의 함축이란 말에서 우선해서 떠오르는 특징적 요소가 바로 서도소리의 창법에서 발견되는 떠는 소리, 곧 요성(搖聲)의 표현법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시김새, 곧 본음(本音)의 앞이나 뒤에서 그 음을 장식해 주는 여러 꾸밈음, 예를 들면, 떠는 음인 요성(搖聲)도 경기지방의 떠는 소리의 형태나 남도지방의 그것과는 현저히 다른, 독특한 서도지방의 요성 표현이 우러나와야 서도소리라 할 것이다. 요성 가운데서도 서도 지방의 특징적 창법인 졸음 목, 또는 졸름 목이라고 해서 굵게 떨다가 위로 올라가며 차츰 가늘어지면서 촘촘하게 떠는 표현의 숙련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법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그 지역의 언어와도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고, 지역에 전래해 오는 오랜 관습이나 생활 속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감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요성뿐만이 아니다. 높게 들어 올리는, 소위 들 청 소리의 처리라든가, 또는 속 소리인 가성(假聲) 창법의 다양한 형태, 그리고 가끔 쓰이는 콧소리인 비성(鼻聲)의 창법 등도 제대로 구사되어야 평안도 지역의 독특한 소리라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 있다.

서도소리의 창법과 함께 서도지역의 독특한 언어의 구사, 또는 그 활용의 문제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상대와의 대화나 극(劇)중 대사(臺詞)의 발음이라든가, 억양의 문제도 상당한 수련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해당 지역에서 쓰여 온 언어의 적절한 활용과 함께 억양이나 그 고유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서도소리의 원로 명창들은 “대동강 물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서도소리를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써 오기도 했다.

 

남도지방의 판소리어법을 비롯하여 경기지방의 경 토리, 강원도나 충청도의 메나리 토리, 기타 각 지역의 독특한 창법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서도지방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익히지 못한 언어의 구사력이나 노래 속에 보이는 다양한 표현법은 그리 쉽게 익혀지지 않는 분야여서 오랜 기간의 반복 훈련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 표현은 자연스럽게 표출되기 어렵다.

 

 

한편, 서도소리에 쓰이는 장단의 형태는 대체로 불규칙한 형태가 많은 편이나, 크게 구분해 보면 대체로 만(慢)-중(中)-삭(數)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느리게 시작하는 부분은 대개 도드리로 시작하고, 보통의 중간 속도인 굿거리를 거쳐 빠르게 이어가는 세마치장단으로 이어간다. 빠르기에 있어서도 처음 부분에서는 여유 있게 시작하지만, 서서히 빠르게 이어지고, 뒷부분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을 갖는다.

 

항두계 놀이 전 과정에는 수많은 종류의 노래들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고사와 축원 덕담을 비롯하여 전문 창자들에 의해 널리 알려진 통속화된 경서도 소리도 있고, 항두계 놀이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이한 노동요 및 놀이요와 토속적인 소리들도 있다.

 

항두계놀이의 제4경은 김매기소리의 호미타령(이를 호무타령이라 부른다)을 부르는 순서이다. 동네 사람들이 사방에서 호미를 들고 뛰어나오고, 일부는 도롱이 삿갓이나 우장을 차리고 출연하여 다음의 가사를 노래한다. 먼저 후렴을 부르고 메기는 소리로 들어간다. 후렴과 가사는 다음과 같다.

 

호무(호미)타령

(후렴) 헤야 헤야 헤헤 호호호 호무로다.

1. 한일자로 늘어서서 한결같이 김을 맨다. (후렴) 위와 같음

2. 늙은 부모 잘 모시고 어린 권속 잘 기르자. (후렴) 위와 같음

 

 

 

자진호무(호미) 타령

(후렴) 에헤야 에헤야 에에에헤야 에헤야 호무로다.

1.일천 가지 뻗은 논에 삼천석이 될듯하다. (후렴) 위와 같음

2.우리 집 논은 네 귀 잽이, 너의 집 논은 샘 뱀이 전답. (후렴) 위와 같음

3.장구 뱀이 얼뜬 매고, 물 논 뱀이로 들어 갑세다. (후렴) 위와 같음

4.일락서산 해 떨어진다 월출동령 달 솟아 온다. (후렴) 위와 같음

5.얼른 매자, 빨리 매자, 항두김 매기가 이거란다. (후렴) 위와 같음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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