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화강‘을 이뤄 피로를 풀자

  • 등록 2023.08.06 11: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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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줄이고, 손끝으로 머리를 두드리기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204]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한방에서 인간의 생리적 목표점을 의미하는 ‘수승화강(水升火降)’이란 단어는 한의사들이 가장 고심하는 말이다. 쉬운 의미인데 막상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가 되어 일상적인 언어로 승화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수승화강은 한의학의 침 치료의 목표점이자 치료의 지향점이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개념이 아니므로 일반론으로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

 

인간의 건강상태와 이상상태를 설명하려 할 때 정기신(精氣神)에 대한 이해와 수승화강(水升火降)의 원리를 접목하면 쉽고 명쾌하며 해결책마저도 저절로 도출된다. 그런데 이를 환자분들에게 설명하려 하면 뜬구름 잡는 식이 되어 버리고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한 연유로 수승화강(水升火降)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정기신(精氣神)의 작용과 수면의 원리, 피로회복의 이치를 풀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1. 수승화강(水升火降)의 뜻

 

수승화강은 일반적으로는 ‘차가운 기운을 올라가게 하고 뜨거운 기운은 내려가게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라는 한의학 원리 가운데 하나다. '물은 위로, 불은 아래로'라는 의미는 본래 음양오행설에서 나온 용어이다. 우주에서 물(만물의 근원)은 수증기(기화(氣化)되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며, 불(태양의 따뜻함)은 땅속에 흡수돼 내려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어야 우주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이론을 인체에 적용할 때 상하(上下)의 개념과 수화(水火)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체에서 생리적인 상(上) 곧 위의 개념은 현재 직립보행의 상태보다는 네발 달린 짐승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편하다. 좀 더 확연하게 인지하려면 생선의 등과 배로서 상하의 개념을 살펴보면 생리적인 상하(上下)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상(上)은 항문 위부터 시작하여 등과 머리 얼굴의 코와 윗입술까지이며 하(下)는 아랫입술부터 시작하여 흉부 복부 그리고 항문까지의 영역을 말한다.

 

수화의 개념에서 수(水)란 물질이면서 출발하는 작용을 말하며 화(火)란 기능(機能)을 뜻하면서 들어오는 작용을 말한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 수승화강이란 물질(정(精)을 기화(氣化)시켜 기운을 만들어 정신을 완성하고, 신(神)을 하기(下氣)시켜 다시 정(精)으로 순화시키는 것으로 생명활동의 기본이며 치료의 지향점이다. 이를 오장(五臟)의 측면에서 보자면 화(火)를 담당하는 심장과 수(水)를 담당하는 신장이 있는데, 하부의 수(水)는 화(火)의 도움으로 상부로 올라가고 상부의 화는 수의 도움으로 하부로 내려오는 순환을 하게 된다.

 

이를 옛 문헌의 표현으로 하면 심(心)은 주화(主火)하고 신(腎)은 주수(主水)하는데, 심화(心火)가 하강하고 신수(腎水)가 상승하면 수화(水火)가 기제(旣濟)되어 심신(心腎)이 서로 통하여 신기(神氣)가 안정된다. 이처럼 인체 하부의 음수(陰水)가 양화(陽火)의 도움으로 상승하고, 상부의 양화가 음수의 도움으로 하강하는 현상을 수승화강이라 한다.

 

이러한 수승화강의 뜻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곳이 한의학의 경맥(經脈)체계에서 독맥(督脈)과 임맥(任脈)의 순환이다. 독맥(督脈)은 단전(丹田)에서 출발해서 등 쪽으로 순환하면서 각 장부조직의 기능을 촉발하게 시키면서 입천장까지 순환하고 임맥(任脈)은 아랫입술에서 출발하여 흉부와 복부를 거처 아랫배의 단전(丹田)까지 순환하는 경맥을 뜻한다. 이러한 독맥과 임맥의 순환 구조를 ‘소주천(小周天)’이라 하며 수승화강의 순환 통로라 한다.

 

 

이러한 수승화강은 선도(仙道)의 수련이나 불교에서 수련할 때 좀 더 의미가 확장되는데 좌선의 원리로, ‘물기운이 오르고 불기운이 내린다’라는 뜻을 기본으로 한다.

 

‘좌선법’에서는 좌선이란, 마음에 있어서 망념을 쉬고 진성을 나타내며, 몸에 있어서는 화기를 내리고 수기를 오르게 하는 공부로서, 망념이 쉬면 수기가 오르고 수기가 오르면 망념이 쉬어서 몸과 마음이 한결같으며 정신과 기운이 상쾌하리라 했다.

 

“물의 성질은 아래로 내리는 동시에 그 기운이 서늘하고 맑으며, 불의 성질은 위로 오르는 동시에 그 기운이 덥고 탁하나니, 사람이 만일 번잡한 생각을 일으켜서 기운이 오르면 머리가 덥고 정신이 탁하여 진액(津液)이 마르는 것은 불기운이 오르고, 물기운이 내리는 연고이요, 만일 생각이 잠자고 기운이 온화하면 머리가 서늘하고 정신이 명랑하여 맑은 침이 입 속에 도나니, 이는 물기운이 오르고 불기운이 내리는 연고니라”

 

수승(水升)을 포괄적으로 볼 때 육체와 정신이 하나로 순환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승은 육체가 기운으로 화하여 정신활동을 이루는 과정으로 이를 정기신(精氣神)의 작용이라고 한다. 화강(火降)이란 정신이 육체를 제어(制御)하는 과정으로서 신기정(神氣精) 작용이라고 한다. 곧 궁극적으로 수승화강이란 육체와 정신이 생성되고 활동하는 원리로 생명의 순환고리라고 말할 수 있다.

 

 

2,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승화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인체의 모든 불협화음은 수승화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몸의 세 가지 보물(三寶)인 정(精)ㆍ기(氣)ㆍ신(神)의 순환을 말하는데 여기에 혈액의 순환, 호르몬(精) 순환, 기운과 기분의 순환, 의식과 의지의 생성과 작용까지 포괄한다. 수승화강이 원활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크게 다음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머리와 얼굴에서 항상 열(熱)감을 느낀다

 

머리가 아프고, 갱년기 증상처럼 열이 올라오며,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과 머리의 건조감, 압박감을 동반한 피로가 나타나며 안면에 홍조와 열감이 드러난다. 이때 치료의 핵심은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이다. 찬물로 세수하거나 스님처럼 머리를 밀거나 짧게 자르면 열감을 완화할 수 있다. 국화꽃으로 만든 베개를 베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이 국화꽃은 반드시 늦가을 서리를 맞고 딴 것이어야만 찬 성질이 있게 된다.

 

② 발에서 자주 한(寒)기를 느낀다

 

발이 시리고 저리며, 냉(冷)이나 낭습(囊濕)으로 고생하거나 허리가 불편한 증상을 보인다. 이럴 때는 발을 따뜻(溫)하게 할 수 있도록 족욕을 하고, 수면 양말을 신은 채 잠을 자면 좋다.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하염없이’ 걷다 보면 발까지 혈액 순환도 잘되지만, 마음도 편안해진다.

 

③ 순환의 통로인 가슴과 배에 막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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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열감을 느끼고 발에서 한기를 느끼면, 머리와 발의 순환의 통로인 가슴과 가운데에 해당하는 배 부위는 당연히 순환이 안 된다. 그래서 가슴에서 답답함과 마음의 불안이 드러나며, 밥맛도 없고 소화가 안 되며 변비로 고생하게 된다. 이때 치료의 핵심은 소통(疏通)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여 근본을 치료하지 않으면 그 소통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④ 마음이 불안정해진다

 

수승화강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은 육체와 정신에 괴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잡념이 많다는 것이며 마음이 혼란하고 감정에 진폭이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정신이 혼란해지고 마음에 불안정을 초래한다. 대표적으로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현상이 드러나게 된다.

 

⑤ 수면불안이 드러난다

 

수승화강에서 잠들기 시작할 때가 화강(火降)이 가장 왕성한 시점이다. 따라서 화강을 순탄하게 이루는 어린이들은 머리에서 땀을 흠뻑 흘리면서 체열을 발산한다. 화(정신-의식, 무의식포함)가 단전으로 내려가면서 쉽고 빠른 숙면의 세계로 파고들게 된다. 그런데 화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머리의 열을 발산하지 못하면서 숙면의 세계로 쉬이 접어들지 못하면서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얇게 잠들면서 자주 깨게 된다.

 

 

3. 수승화강(水升火降)을 원활하게 이루기 위한 건강생활

 

① 생각, 특히 잡념을 줄여라

 

우리가 하루 중 생각하는 것 가운데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이나 걱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뇌에 산소공급이 많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혈액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열이 위로 뜨게 하는 지름길이다. 지금 당장 생각을 줄이자. 당신의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도 편해질 것이다.

 

② 손끝으로 머리를 두드려주자

 

자리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하며 머리를 많이 쓰는 당신,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지끈지끈함을 느낄 때가 많다. 특히 졸음이 몰려오고 멍한 오후, 손끝을 세워 머리 전체를 골고루 두드려주자. 툭툭 가볍게 또한 율동적으로 두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두피 자극 효과도 있어 탈모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③ 반신욕, 족욕을 생활화하라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는 말이 있다. 반신욕이나 족욕은 두한족열의 적극적인 실천법이며, 이는 곧 수승화강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이때 천일염을 진하게 물에 타서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소금은 하기(下氣)시키고 수렴하는 작용이 강하므로 그냥 물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기운을 활발하게 하는 생강을 같이 갈아 넣으면 금상첨화다.

 

 

④ 복부와 골반을 따뜻하게 하라

 

복부와 골반은 인체순환의 가장 큰 통로다. 이 부위가 차가워지면 인체 전반의 순환력이 떨어지게 된다. 배꼽티와 골반바지, 미니스커트는 복부와 골반을 차갑게 하는 주요 외부 원인이며 차가운 음식은 장을 차게 만드는 주요 내부적인 원인이 된다. 멋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위해 잠시 양보하자. 그리고 차가운 청량음료 대신 따뜻한 우리 전통차를 마시자.

 

⑤ 맨발운동을 통해 발바닥을 적절히 자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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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은 많이 쓰는 쪽으로 몰리게 되어있다. 인체 상부 쪽으로 편향되기 쉬운 에너지를 맨발 운동을 해서 아래로 끌어내리자. 맨발 걷기나 산행은 가장 좋은 하부자극 운동법이다. 발바닥은 인체의 축소판이라고 흔히 말한다. 발바닥만 적절히 자극해줌으로써 수승화강을 촉진하고 몸 전체를 활성화할 수 있다.

 

⑥ 몸과 마음이 조화로워지는 호흡법

 

자리에 편히 누운 상태에서 양팔은 몸통에서 45도 되도록 손바닥이 위를 향하도록 바닥에 놓아주고, 다리는 어깨너비만큼 벌려준다. 눈을 감고 천천히 온몸의 힘을 빼고 이완하도록 한다. 이때 입은 다물고 코를 통해 호흡해보자. 단지 이렇게 휴식하는 것만으로도 심장과 신장이 조화로워지고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룬다.

 

 

유용우 한의사 dolph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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