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20’ 널리 알리기

  • 등록 2023.08.29 11: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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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30]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공학박사의 한글이야기’는 이번 30번째의 이야기로 일단 끝을 맺으려 합니다. 그간 이야기의 요지는 ‘외래어 표기법’ 대신 ‘외국어 표기법’이 필요하다는 것과 ‘한글20’을 외국어 표기법으로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한글20’은 간단하고 활용 가능성이 커서 비단 외국어 표기뿐 아니라 여러 가지 유익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20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촉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돋음체’로 인쇄한다면 점자보다 훨씬 쉽게 인식할 수 있으며 소리를 표기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 언어라도 말소리대로 표현할 수 있어 사용 언어에 상관없이 세계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한 가지 기술만이라도 성공시키면 한글은 세계에 알려져 어디서나 제2의 문자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이야기는 ‘외래어표기법’을 없애자는 것으로 시작하여 ‘한글20’이라는 새로운 문자 시스템을 도입하여 ‘외국어’를 표기하자는 것으로 끝을 냅니다. 다시 말해 시작과 끝이 모두 새로운 제안입니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제안을 실현시키려면 정책결정권자의 지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 이야기 역시 전략부터 세워야 하며 그 전략에서 실패하면 외래어 표기법이 살아남고 그 폐해는 지속될 것이며 한글은 지금처럼 한국말 표기체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한글 같은 무한한 값어치를 가진 문자를 한반도에만 가두어 그 값어치를 제약한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이며 세종대왕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첫 관문은 외래어 표기법의 폐해 인식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외래어 표기법의 폐해를 널리 인식시켜 이를 고쳐야겠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합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대해서는 이미 13번째 이야기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제 강점기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시작되어 대한민국의 국어기본법 시행규칙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청소년들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외국어를 표기하면서 영어 발음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나라 밖 활동에 큰 부담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어의 중요한 발음 몇 개를 표기하지 못해 중국어를 배울 때 로마자 병음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오래전에 (고)박양춘 선생의 책 《한글을 세계 문자로 만들자(1994 지식산업사)》에 잘 정리되었고 여러 전문가가 꾸준히 주장해 왔지만 정부 당국 등 옹호론자의 생각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간 관문은 한글 정책 수정

 

일단 외래어 표기법을 고치자는 데에 국민적 합의를 이루면 한글 정책을 시대에 맞게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글쓴이의 주장은 현행 한글은 우리말의 문자로서 하등의 부족함이나 불편함이 없으므로 그대로 유지하되 외국어 표기를 위해서는 훈민정음 수준의 발음표기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국어 표기법을 특별 취급하는 사례는 일본에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문 용어는 한자로 번역하여 새로운 어휘를 만드는 한편 고유명사 등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 ‘가다가나’로 써서 외국어 표기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외국어 표기는 한국어 표기와 별도로 취급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정하고 훈민정음의 정신에 따라 새로 만들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이 연재를 통해 ‘한글20’을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제안도 받아들여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할 일입니다.

 

 

최종단계: 활용 방법 개발

 

앞 단계에서 개발될 외국어 표기법은 많은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21번째부터 28번째까지의 이야기에서 장황하게 서술했습니다. 문자라는 것은 말을 기호로 바꿔주는 기술인데 말은 소리로 표현되기 때문에 소리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문자가 있으면 사실상 다른 문자는 없어도 됩니다. 글쓴이는 ‘한글20’이 그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한글은 인간의 다양한 말과 문자들 사이에서 상호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다양한 응용 기술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미 수많은 문자가 언어별로 정착되어 쓰이고 있으므로 이들을 ‘한글20’으로 대치하자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에 문자가 서로 달라서 생기는 문제, 문자가 어려워서 배우기 어려운 문제, 혹은 문자가 없는 문제 등은 능히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글20’을 다언어 컴퓨터 입력용으로 개발

 

중국어의 로마자 병음은 어려운 한자 대신 컴퓨터 입력용 문자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글20’은 로마자 병음보다 발음 표기 기능이 우수함으로 중국어는 물론 다른 언어의 입력용으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글20’을 위한 글자판을 만들고 여러 언어의 데이터베이스를 내장시켜 여러 가지 전산 작업을 지원하도록 설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 보다 심중한 토론이 있기를 기대하며 이 연재를 그칩니다.

 

독자들에게 드리는 인사 말씀

 

그간 제 글,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를 읽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물론 독자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바지만 한글은 엄청난 글자입니다. 이 엄청난 글자가 사소한 약점으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워 분에 넘는 주장을 많이 했습니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감행한 것이니 제 태도를 나무라지 마시고 뜻을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80을 넘은 제 나이가 저를 독촉한 점도 있음을 감안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연재는 마감하지만 앞으로 독자들의 질문이나 의견을 주시면 최선을 다해 답변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내내 몸 건강히 행복하시길 기원하며 지속해서 한글 발전에 관심을 두시기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신부용 전 KAIST 교수 byt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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