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공주박물관(관장 이정근)은 무령왕 서거 1,500돌을 맞아 특별전“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를 9월 19일(화)부터 12월 10일(일)까지 연다. 무령왕 묘지석과 목관을 비롯한 백제 왕실의 장례문화와 관련된 126건 697점을 선보이며, 무령왕의 장례를 주관한 성왕의 시선을 따라 무령왕의 상장례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관람객은 무령왕 장례식의 방문자가 되어 523년 5월 무령왕의 죽음부터 525년 8월 무덤에 안치까지 백제 최고의 국가행사 결과로서 남겨진 무령왕릉의 모습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전시에서는 3년 동안의 장례를 치르며 새 백제왕으로서 자리와 권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령왕을 이어 더 강한 백제로 나가고자 한 성왕의 의지를 소개하고자 다양한 전시품들과 영상, 조명, 그래픽 등을 적극 활용하였다. 더불어 최신의 조사성과로 밝혀진 백제 장례문화의 전통과 계승을 폭넓게 살펴보는 ‘더 다양한 상장례 이야기’를 통해 무령왕의 장례식과 백제인의 생사관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는 크게 5부로 구성하였다.
서막 <523년 5월 7일, 무령왕이 돌아가시다>에서는 무령왕의 죽음을 묘지석에 남겨진 황제의 죽음을 뜻하는 ‘붕(崩)’ 자의 의미와 함께 전하며, 관람객은 인터렉티브 영상의 ‘추모의 불빛’ 밝히며 무령왕 장례식의 참석자가 된다. ‘성왕의 길’을 따라 걸으면 좌우 벽면에 늘어선 휘장 사이로 반응형 조명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비추면서 1,500년 전 무령왕의 장례식을 주관한 성왕의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Ⅰ부 <무령왕 시대의 마지막, 왕의 장례를 준비하다>에서는 무령왕의 죽음을 맞이한 성왕이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도교적 장례풍습에 따라 매지권을 제작하고, 이전에 없던 연꽃무늬 벽돌(蓮花文塼)로 뒤덮인 무덤방에 목관을 안치하여 무령왕의 선업(善業)이 사후에도 이어지기를 바란 성왕의 염원을 소개한다. 유학에 조예가 깊었던 성왕이 예와 정성을 다해 새롭고 차별화된 것으로 선왕인 무령왕의 장례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전한다.
Ⅱ부 <사마왕은 무령왕으로, 태자 명농은 성왕으로>는 무령왕의 시신을 생전 모습으로 정성껏 꾸민 뒤, 집 모양의 목관에 안치하기까지 과정을 보여준다. 빈례(殯禮)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실 중앙에 목관을 놓고 주변으로 흰 장막을 쳐서 빈전을 재현하고, 목관 위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를 따라 임금의 죽음에서 매장까지 27달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였다. 장례가 진행되며 죽은 임금은 생전 호칭인 사마왕(斯摩王)이 아닌 시호(諡號) 무령왕으로 불리고, 성왕은 태자 명농(明穠)이 아닌 새 임금으로 빈소에서 조문 사절을 맞이했을 것이다.
Ⅲ부 <장례를 마치고, 성왕의 시대가 열리다>에서는 성왕이 빈례를 마치고 성대한 장례행렬을 꾸려 벽돌무덤까지 무령왕의 시신을 옮기고 무덤에 안장하며 제사를 지낸 과정을 전한다. 또한 무령왕비가 돌아가신 527년 성왕이 창건한 백제 첫 사원인 대통사를 임금과 왕비를 위한 추복절로 소개한다. 백제 상장의례(喪葬儀禮)와 관련하여 최근의 서울 석촌동 고분, 하남 감일동 유적, 부여 왕릉원 4호분 등에서 출토된 의례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종결부 <더 강한 백제를 이어가다>는 성공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왕위를 안정적으로 계승한 성왕의 시대를 담았다. 《삼국사기》 성왕 즉위 기사를 소개하고, 다채롭고 화려한 꽃비 영상으로 무령왕에 이어 더 강한 백제를 끌어나갈 성왕의 시대를 기대하며 끝난다.
전시장 안팎에서는 전시의 중요 전시품을 촉각전시물로 만나볼 수 있다. 무령왕 묘지석과 매지권을 만든 것과 같은 석재(각섬석암)로 실물과 흡사한 복제품을 제작하고 영상과 음성, 쉬운 설명과 함께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하였다. ‘무령왕 목관 공방’에서는 실물 대비 1/3과 1/4 크기의 목관을 조립하고 만지며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전시 기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무령왕릉을 밝혀라(10~12월, 첫째 토요일)>, <거울아~ 거울아~ 청동거울아(10~12월, 둘째 토요일)>, <진묘수(9~11월, 넷째 토요일)>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문가 강연으로 <고대 한국인의 생사관과 무령왕릉(나희라 교수_경상국립대학교/10.31.(화)>, <무령왕릉과 백제의 상장의례(박순발 교수_충남대학교/11.23.(목)>를, 격주 수요일 낮 2시 30분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9.20~12.6.)>를 운영한다. 자세한 일정은 국립공주박물관 누리집(gongju.museum.go.kr)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순자(荀子)》 「예론禮論」에 상례는 죽은 이를 살아있을 때 모습 그대로 보내드리는 과정으로 죽음과 삶을 밝히고 애도하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 끝과 시작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삶과 죽음이 이어지듯 1,500년 전 무령왕의 죽음에서 시작되어 성왕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어느 해보다 무령왕릉을 새롭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