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여기 제주와 영월의 돌사람이 있습니다. 먼 시간 먼 길을 건너 한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함께 위로하던 제주 동자석, 갖가지 표정으로 소원을 들어주던 영월 나한상, 서로 다른 돌과 서로 다른 모습 안에 삶을 나누는 마음의 대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는 국립제주박물관(관장 박진우)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가장 가까운 위로-제주 동자석, 그리고 영월 나한상>을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제주의 돌사람인 동자석과 영월의 돌사람인 나한상이 함께 만나,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설렘을 주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 선보인 돌사람은 17~20세기의 제주 동자석 35점, 영월 창령사 터 출토 오백나한상 32점, 제주 현대작가의 조각과 회화 11점 등 모두 82점을 전시중이다.
제주 동자석은 죽은자를 수호하는 돌사람, 영월 나한상은 산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돌사람
이번 전시는 삶과 죽음에 관한 위로와 성찰이 주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까지 전해오는 돌사람(석인상)은 수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그중에서도 보통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존재였던 제주 동자석과 영월 창령사 터 출토 오백나한상에 주목했다. 제주 동자석은 봉분 가장 가까운 곳에 서서 산 사람을 대신해 망자를 위로하고 보살핀 돌사람이다. 반면에, 영월 창령사 터 출토 오백나한상은 깨달은 성자(聖者)인 나한을 각양각색의 친근한 표정으로 조각한 돌사람으로, 현세와 내세의 복을 비는 자들의 갖가지 기원을 들어주던 존재다.
전시장 안은 컴컴한 가운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돌사람 전시는 크게 2부로 나눠 각각 제주 동자석과 영월 나한상의 돌사람들이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제1부 ‘내 곁의 위로, 제주 동자석’에서는 제주대학교박물관, 제주돌문화공원,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등이 출품한 동자석과 목조 동자상 등 44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각 동자석은 원래 무덤가에 놓여있던 모습을 최대한 연출한 전시 형태로 동자석이 서 있는 자리 주변에는 이끼와 고사리 등 제주 고유의 식물을 깔아 놓아 박물관의 차디찬 유리 장식장 속이 아닌 이곳으로 옮겨놓기 전의 생생한 느낌을 주고 있다.
동자석 가운데 1685년 무렵 제작된 “두 손을 모은 동자”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있던 산마감목관(山馬監牧官) 김대진(金大振, 1611~1685) 무덤을 지키던 동자석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그런가 하면 한양조씨제주도문중회에서 출품한 “술잔을 올리는 쌍상투 동자”도 전시 중인데 제주에서 보기 드문 쌍상투 동자석으로 이는 경기지역 동자석으로 추정되는 “쌍상투 동자”(국립중앙박물관,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기증)와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다.
영월 나한상에서 풍기는 인자한 어머니 모습
제2부 ‘내 안의 미소, 영월 나한상’에서는 국립춘천박물관 소장 영월 창령사 터 출토 오백나한상 중 대표적인 32점을 선보이고 있다. 2001년 5월 강원도 영월군 남면 산자락에서 처음 나한상이 발견된 이래 317점에 달하는 나한상이 출토되었다. 나한상의 특징은 이국적이거나 위엄있는 모습이 아니라 어머니 같은 인자한 모습 또는 수더분한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동안 영월 창령사 터 나한상은 2018년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전시에 이어 2019년 서울과 부산, 2022년 호주 시드니와 전주, 2023년 강릉 전시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감동적이었다는 찬사를 받은바 있는 돌사람들이다.
어제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만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의 첫 제주 나들이 전”은 2018년 춘천박물관에서 열렸던 특별전을 관람한 기자에게는 6년 만에 다시 만난 어머니를 보는 듯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의미 깊었던 것은 과거 무덤을 지키던 제주 돌사람인 동자석과 나한상을 나란히 전시를 해놓아 한 자리에서 그 모습을 비교,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이다.
참고로 안내창구에서 '실감영상실'을 추천해줘 들어갔는데 모두 신발을 신은 채로 바닥에 않도록 해 꺼림찍하게 앉도록 했고 또 그렇게 앉으니 뒤에 앉은 사람은 앞 사람의 머리에 가려 화면 아랫 쪽 글씨가 보이지 않게 한 것은 박물관 측이 고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또한 360도로 실감영상이 돌아가게 하여 일부 관람객은 어지러움을 호소한 점도 문제거리였다.
<전시안내>
- 전시명 :가장 가까운 위로 - 제주 동자석, 그리고 영월 나한상
- 전시기간: 2024-02-18
- 국립제주박물관 기획전시실 // 064-720-8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