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그린 49일 여정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2024.04.05 11:13:47

50여 명 전 단원 출연, 섬세한 솔로부터 역동적인 칼군무까지
김재덕ㆍ황진아의 깊이 있는 음악과 이태섭의 최소화한 무대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은 신작 <사자의 서>를 4월 25일(목)부터 4월 27일(토)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23년 4월 취임한 예술감독 김종덕이 부임한 뒤 처음 선보이는 안무작이다.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 파드마삼바바가 남긴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Tibetan Book of the Dead)》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은 망자의 시선으로 의식과 상념을 건너 고요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춤으로 빚어내는 동시에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인간이 죽은 뒤 사후세계에서 헤매지 않고 좋은 길로 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지침서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대표적인 불교 경전으로 손꼽힌다. 안무를 맡은 김종덕 예술감독은 경전에서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단계로 본다는 점에 주목해 작품을 만들었다. 죽음이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자,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통로라 보며 인간의 생애를 담담하게 관조한다. 김종덕은 “가장 적극적인 삶의 태도는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지는 것 같다"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팍팍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죽은 뒤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1장 ‘의식의 바다’는 죽음을 애도하는 제의로 시작, 저승사자가 등장해 망자를 사후세계로 인도한다.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죽음을 애도하는 살아있는 자들의 웅장한 소리가 죽음과 삶의 대비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2장은 ‘상념의 바다’로, 망자의 지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년기부터 장년기까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살면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과 사건의 환영에 사로잡혀 지난 삶을 붙들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삶을 회상하며 겪는 기쁨과 슬픔, 회한과 체념 등 감정의 굴곡을 담은 춤은 망자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장례 절차 가운데 관의 훼손을 막기 위해 발로 흙을 밟는 회다지를 여성 군무로 재해석한 장면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반복 움직임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세계가 연결된다는 철학을 담아낸다.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망자의 절제된 표정과 과장되지 않은 움직임에 깨달음의 진리를 녹여내고, 이승에 남은 이들이 49재를 마무리하며 막을 내린다.

 

작품의 중심인 망자 역할은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주역 무용수 조용진과 독보적인 실력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최호종이 맡았다. 죽음을 맞이한 망자는 조용진, 회상의 망자는 최호종이 연기한다. 국립무용단 50여 명 전 단원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독무ㆍ듀엣ㆍ군무 춤사위에 담아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음악은 현대무용가이자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산조>의 음악을 작곡한 김재덕이 1ㆍ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황진아가 3장을 맡았다. 망자의 애절함과 사후세계의 신비함을 담은 음악으로 작품의 몰입을 끌어올리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대는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이 맡았다. 무대 바닥부터 양쪽 벽까지 20미터에 달하는 삼면이 백색으로 채워지며, 장면에 따라 조각조각 나뉘고 회전하는 무대로 시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한편, 국립무용단은 공연에 앞서 ‘개막 수업’를 4월 5일(금) 저녁 7시 30분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한다. 주요 장면 소개, 출연진과의 대화에 이어 직접 춤을 배워보는 시간이 마련돼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정석현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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