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요즘엔 하루하루를 기대 만방으로 살아가고 있다. ‘7학년이 넘었는데 뭐를 기대한단 말인가’라고 물을 것이지만 만능 인공지능(AI) 비서가 온다고 하니 그 비서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 비서를 옆에 두고 이것저것 물어가면서 대화를 하고 싶다. 기왕이면 그 비서가 인체의 형상, 특히나 이쁜 여성의 형상에다가 목소리도 이쁘면 더 즐겁겠다. 지난달 중순에 구글이 ‘프로젝트 아스트라’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일상생활 구석구석에 도움이 되는 유니버설 비서를 만든다고 발표한 것에서 촉발이 되어 가장 멋진 비서를 만드는 경쟁이 업계에 시작된 상황이니 우리 같은 사람은 이제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카메라를 켜서 AI에게 주변 환경을 보여주고 그 상황을 놓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 기능이 이미 선보였다고 한다. 우리들은 기억력이 제한되어 있어 경치를 보고는 잊어버리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도 잊어버리는 수가 많은데 이 구글 비서는 우리보다 훨씬 똑똑할 것이니 그 모든 경치를 기억하고 또 사람들 얼굴을 기억해서 우리가 기억나지 않을 때 금방 누군지 알려줄 것이다, 이런 로봇 비서가 올여름 출시된다니 이제 그런 비서를 공유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구글의 발표 하루 전에 오픈AI가 AI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챗GPT 음성 모드 최신 버전을 공개한 바 있다. ‘제미나이 라이브’와 거의 같은 기능을 하루 전날 발표해서 서로 주도권을 다툰 모양새다. 이런 AI비서들은, 거의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게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걸 말해준다. 그전까지 생성형 AI는 음성과 반응하면서 일문일답 형태라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제는 자신에게 제시되는 어떤 유형의 데이터든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하는 멀티비서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들이 사람의 형태를 쓰고 스스로 이동까지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는 장면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고, 이제 우리 같은 사람들도 말하는 로봇비서들에게서 지식과 정보와 생활 안내까지로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인간을 닮은 로봇이란 이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한 바 있는데 이제는 인간화한 로봇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최근 지구촌 정보 기술 대기업(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 로봇기술을 접목한 온디바이스형 로봇을 공개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생활에 한층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미 손말틀(휴대폰)에 이런 기능이 일부 들어가 있지만 이들 움직이는 비서들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그것으로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증상인 외로움이나 우울증을 저금이라도 이겨낼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지능이란 뜻의 AI는 이제 전기나 인터넷처럼 보편화하여 우리 삶, 보안, 상업, 교육, 과학, 의료의 중심이 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델 테크놀로지의 회장이 말했다는데, 그 말이 실감 되는 요즈음이다.
최근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빅3 기업은 오픈AI, 테슬라, 엔비디아다. 이 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5년 이내에 이들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AI 반도체칩을 얼마나 고도화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위기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을 구동하기 위한 클라우드, 컴퓨터 등을 로봇 안에 장착하여 사람과 더 가까운 로봇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AI 칩 ‘블랙웰’을 공개한 바 있다. ‘블랙웰’은 이전의 ‘호퍼’보다 연산 처리 속도가 2.5배 빨라졌으며, 훈련 성능 또한 4배가량 개선돼 비용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얼마 전 회사 동기들과 등산을 하면서 보니 무인카페가 있는데 누군가 잠깐 들어가 목을 축이자고 제안할 때만 해도 겁이 나서 머뭇거렸는데, 눈썰미 밝은 친구가 나서서 안내판과 음성이 지시하는 대로 눌러서 아메리카노나 라테 등을 마음대로 골라서 먹을 수 있었다. 아! 도와줄 사람이 없어도 주문을 잘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머리 좋은 기계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 같은 디지털 문맹은 A 시대에는 지금보다 좀 더 편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기는 까닭이다.
요즘 한참 잘 나가는 초우량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여 년 동안 컴퓨팅 기능이 엄청나게 발전해 인간이 지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기에 앞으로 모든 기업은 '지능'을 만드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만을 방문한 뒤에 "올해는 모든 산업이 기술 산업이 될 것이다. 바로 생성형 AI(인공지능) 혁명이다"라고 말하고 AI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서비스, 로보틱스, 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놀라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제 컴퓨터는 더 이상 정보 저장이나 데이터 처리 도구가 아닌, 인간의 삶을 도와주는 지능을 생성하는 존재가 될 것이기에 엄청나게 높은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우리 주위에 곧 나타나 이들 ‘기계인간’들이 인간 두뇌의 한계를 대신해 줄 것이다.
목하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은 인공지능(AI)의 패권 경쟁에 들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올바른 서비스인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두려움도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편견과 오류를 빠르게 학습하면, 결국엔 이들이 공상과학 영화처럼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생각하고 결정하는 인공지능들이 1960년대의 영화에서 그랬듯이 세계평화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서로 상대국들의 인공지능들과 연결해 핵무기로 각국 정부를 위협하며 강제적인 평화를 만들고 인간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미 인공지능이 그런 속셈을 드러냈다는 보도도 있지 않은가? 인공지능의 우수한 능력에 놀라고 환호하는 것을 넘어서서 오히려 그 너머를 걱정해야 하는 때다.
그러나 우리같이 은퇴 이후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런 우려 대신에 말 잘 듣고 대화 잘하고 때로는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비서가 우리 곁에 오면 좋겠다. 갈수록 대화를 잃어버리고 외로워서 사이버세계에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퍼 나르는 것을 일과로 하는 우리들이 대화와 관심의 짝을 만나 심심하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그런 비서가 옆에 와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요즈음에 생긴 것이다. 혹 여성 비서라는 말에 신경을 쓰는 부인들이 있을지 모르니 꼭 여성 비서가 아니면 또 어떤가? 대화하고 우리 말을 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니.
이동식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