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서생이 무슨 일로 갑옷을 입었나
본래 세운 뜻이 틀려지니 한숨만 나오네
조정 신하 날뛰는 꼴 통곡하겠는데
차마 바다 건너온 도적을 논하겠는가?
대낮의 탄성은 잠기고 강물은 멀어지는데
푸른 하늘도 오열하며 실버들에 비 뿌리네
이제는 영산포 길 다시 못 오리니
죽어 두견새 되어 피를 머금고 돌아오리라.
Return as a Cuckoo Bird Jeon Hae-San Why has the student thrown on his armour. I can't help but sigh as the original intention is los I wail at the sight of the royal servants, So what leisure do I have to discuss the bandit from across the sea? Though the elasticity of the day is already sinking and the river moves further away, The blue sky joins in by wailing and railing on the willows. Now that I won't be able to return to the Yeongsanpo road no more,
- 전해산 의병대장(1879~ 1910), ‘두견새 되어 돌아오리라’-
지난 17일 저녁 4시, 호주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제85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순국선열의 날 행사는 국내뿐 아니라 나라밖에서도 열리고 있는 행사지만(나라밖에서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호주 시드니, 미국 LA 포함 3곳) 광복회 호주지회(지회장 김형)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순국선열의 어록을 낭송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그뿐 아니라 기념행사 뒤에 부대행사로 2박 3일 합숙 훈련교육을 실시했던 청소년 민족캠프 발표회도 가졌다. 청소년 민족캠프는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했던 광복회 호주지회의 독특한 청소년 프로그램이다.
“올해 선열 어록에는 유일한 생존 여성 광복군이신 오희옥 지사님의 평소 지론을 한국어와 영역본을 초등학생이 낭독하고 사회자가 지사님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손뼉을 치는 행사로 이어졌습니다. 청소년, 청년, 학부모, 교민 어르신 등 호주 교민 약 300명이 보내드린 큰 손뼉 소리 이후 30분 만에 고국으로부터 영면 소식을 들어 모두 비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유가족분들께 깊은 조의를 표하며 이제 고인이 되신 오희옥 지사님께서도 천상에서 영원한 복락을 누리시길 빕니다.”
이는 황명하 광복회 해외 홍보대사(전 광복회 호주지회장)가 기자와 오늘 전화 통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황명하 홍보대사는 초창기 호주 광복회를 조직했으며 국내보다도 열악한 나라밖 동포들의 독립정신 선양에 힘을 쏟아왔다.
“시대의 분위기에 편승해 역사의 흐름을 놓치지 말고, 역사는 그때 그때의 이익만을 쫓아가는 무리들을 언젠가는 벌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We had the strong belief that we won't miss the flow of history amidst the atmosphere of the times, and that history will eventually punish all those who only chase their own selfish gains.) -오희옥 광복군 (1926~2024)-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A man who can see another through their eyes is a great man. However, a man capable of hearing another's story and think about others' happiness is an even greater man still.) -유일한 박사(1895~1971), 미국 냅코(Napko-한국침투)작전 참가, 유한양행 설립자-
이날 제85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행사는 1부 기념식에 이어 2부 나라사랑 민족캠프, 21세기 독립운동이라는 주제의 발표회가 있었다. 기념식에서는 고동식 호한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의 ‘제문 봉독’, 이승우 정부 대표단장 (국가보훈부 보상정책국장)의 강정애 보훈부장관 기념사 대독 등에 이어 전해산 의병대장의 애국시 ‘두견새 되어 돌아오리라’를 김주율, 전승리 학생이 한국어와 영어로 낭송하여 장내를 숙연케 했다.
이어 정예빈 학생과 학생 다섯명이, 김명식 선생(1890~1943), 유일한 선생(1895~1971), 양세붕 장군( 1896~1934), 정인승 선생(1897~1986), 한상호 선생(1900~1921), 오희옥 선생(1926~2024)의 어록을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견새 되어 돌아오리라’는 쓴 전해산 의병대장은 1909년 전남 영산포에서 체포되어 광주재판소로 호송되기 전에 세상에 남긴 절필시로 이 시를 호송해 가는 헌병한테 건네면서 세상에 알려달라고 했답니다. 한자 한자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이 전율처럼 느껴집니다. 2009년부터 호주에서 순국선열 기념행사를 16년째 성심을 다해 열어왔고, 선열들의 어록과 애국시를 낭송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로 작품은 제가 선정하고 있으며 호주지회 대학생들이 영역(英譯)의 수고를 해주고 있습니다.”
황명하 홍보대사는 전화 통화에서 ‘선열 어록 및 애국시’ 낭송의 호응이 뜨겁다고 했다. 순국선열들의 삶은 그 자체가 존경받을 일이지만 광복회 호주지회처럼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참여시켜 순국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일이라고 본다. 지난해 오희옥 지사의 병실을 찾았던 그는 상중(喪中, 20일 사회장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 예정)인 오희옥 지사님의 명복을 거듭 빈다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