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 사이 샘에서 발을 씻고서

  • 등록 2024.08.03 11: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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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황(任璜), <물가의 정자[水閣]>
[겨레문화와 시마을 19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물가의 정자[水閣]

 

                                                    - 임황(任璜)

 

     “수풀 사이 샘에서 발을 씻고서 (濯足林泉間)

     흰 바위 위에 편하게 누웠네 (悠然臥白石)

     새소리에 문득 꿈을 깨고 보니 (夢驚幽鳥聲)

     저무는 앞산 가랑비에 젖고 있네 (細雨前山夕)“

 

 

 

 

지난 7월 무덥다는 절기 소서와 대서, 그리고 잡절인 초복과 중복을 지냈다. 어제 8월 2일 아침 10시에는 날씨정보를 제공하는 케이웨더(주)가 일부를 뺀 온 나라 대부분에 ‘폭염특보’를 내렸다. 기상청이 제공한 폭염특보 발효 지도를 보면 온 나라 대부분이 온통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다. 하루 가운데 가장 높은 체감온도가 35℃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린다는 ‘폭염특보’, 그만큼 우리는 불볕더위에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던 조선시대, 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도 없던 선비들은 어떻게 여름을 났을까? 그들은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것을 더위를 물리치는 으뜸 방법으로 여겼다. 거기서 조금 나가면 물가에서 발을 씻고(탁족) 널따란 바위에 누워 잠이 드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는 ”더위를 피하려면 너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고 했다지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조선 경종 때 문인 임황(任璜)은 그의 시 <물가의 정자[水閣]>에서 무더운 여름 물가에서 탁족을 하고 나무 그늘 널따란 바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가 저물녘 숲으로 찾아드는 새들의 울음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나 바라보니 안개 서린 앞산에서 가랑비가 오락가락한다고 노래했다. 이런 선경에 취해 있으면 더위는 저 멀리 달아날 수밖에 없을 것이 아닌가? 거기에 더하여 쥘부채(합죽선)를 이웃에게 선물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 때 우리는 더위를 다스릴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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