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극으로 재탄생한 ‘배뱅이굿’의 매력 돋보이다

  • 등록 2024.09.06 11: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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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우면당, 민속악단 기획공연 ‘왔소! 배뱅’ 공연 펼쳐져
유지숙 예술감독의 법고창신 노력 돋보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왔구나 왔소이다. 영영 소식이 없는 님을 그리다 불쌍히 죽어 황천 갔던 배뱅이 혼신이 

평양 사는 박수무당의 몸을 빌고 입을 빌어 오늘에야 왔소이다!”

 

 

무대에서는 평양 건달이 배뱅이혼을 불러오는 굿을 하고 있다. 어제 9월 5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기획공연 ‘왔소! 배뱅’ 공연이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1인극으로 선보였던 고 이은관 명인의 ‘배뱅이굿’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여가0여 명의 단원이 배역을 맡아 참여하는 소리극 무대였다. 우리는 그동안 이은관 명창과 그의 제자인 박준영, 유상호 명창의 소리로 배뱅이굿을 들어왔다. 이은관 명창은 홀로 무대에 올라 걸쭉한 재담으로 청중들을 꼼짝 못 하게 했었다.

 

그런 배뱅이굿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유지숙 예술감독)이 처음 소리극 무대로 선보인 것이다. 서도소리 명창으로 잘 알려진 유지숙 예술감독은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 다채로운 민속악단의 자원을 활용해 음악성을 풍성하게 채웠으며, 특히 유지숙 예술감독은 고 이은관 명인과 함께 배뱅이굿을 공연하기도 해 본래 노랫말의 맛과 멋을 깊이 잘 알고 있는 데다가 이번 공연의 대본을 직접 쓰고 도창을 맡아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또 ‘정조와 햄릿’(2021), ‘오페라 나비부인’(2024) 등 폭넓은 음악극 연출이 돋보이는 임선경 연출가도 이번 공연의 연출로 참여했다.

 

먼저 무대에는 유지숙 예술감독이 나와 도창으로 ‘왔소! 배뱅’ 공연의 문을 연다. 이어서 특별출연한 추현종은 배뱅이 집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의문의 남자 최정승댁 머슴 돌쇠 역을 맡아 소리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청중의 배꼽을 책임졌다.

 

 

 

 

특히 평양건달 역을 맡은 장효선 단원은 서도소리 중견 소리꾼답게 공연의 절정에서 배뱅이굿을 온 힘을 다해 소리해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또한 황해무당 역의 이주은, 경기무당 역의 채수현 부수석, 애교무당 역의 성슬기도 나름의 굿을 펼쳐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공연은 소리극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으로 판소리 염경애, 양명희 명창이 특별출연해 남도민요의 진수 ‘흥타령’ 등을 구수하고도 구슬프게 소리해 공연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었음도 눈에 띄었다. 판소리가 갖고 있는 대사ㆍ춤ㆍ소리 등의 창극적 요소가 이 서도 소리극에 녹아 있어 소리극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한 것이다.

 

또한 국립국악원 무용단 김충한 예술감독이 안무를 한 춤이 한몫해 무대를 풍성하게 했다. 거기에 더해 돌쇠와 장구 연주자가 너스레를 주고받고, 출연진이 객석에 내려와 청중과 함께 호흡한 것도 큰 손뼉을 받을만했다.

 

예전 이은관 명창을 떠올리게 했던 일인극 <배뱅이굿>은 이렇게 소리극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예술감독이란 중책을 맡아 바쁜 가운데 대본을 쓴 뒤 도창으로 무대를 열고 〈왔소! 배뱅> 공연을 이끈 유지숙 명창은 “20여 명의 출연진을 꾸려 창극 형태로 재구성하였으며, 무대 소품과 영상 등 극에 필요한 것들을 두루 갖추어 볼거리를 다양화하고 몰입도를 높이고자 했다. 특히 민속악단 성악 단원 모두가 참여함으로써 장르를 망라하여 각자 배역에 따른 으뜸 기량의 소리를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서도소리로만 국한하지 않고 경기, 남도소리를 포함해 음악적 구성을 다채롭게 하고 그것에 맞게 내용을 각색 함으로써 민속악단의 역량을 한껏 드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는데 그의 뜻이 잘 이루어져 청중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옥수동에서 공연을 보러온 차수혁(57) 씨는 ”그동안 이은관 명창에게서 받은 ‘배뱅이굿’ 감동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소리극으로 볼 수 있음이 큰 기쁨이었다. 또한 소리극에는 출연자들의 서로 다른 개성의 소리가 묘하게 어울렸음은 물론 남도민요와 무용의 매력이 더해져 공연 내내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우리문화를 법고창신하는 노력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킨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여름 내내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은 청중들은 〈왔소! 배뱅> 공연으로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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