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과 경서도 민요 전공을 신설하다

  • 등록 2024.11.05 10: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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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0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국악과가 신설되고 첫 입학생들과 함께 1984년 10월, 제1회 국악과 정기연주회를 열었을 때, 예상 밖으로 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메웠고, 연주 결과와는 관계없이 분에 넘치는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다는 이야기, 그러나 나와 학생들은 공개적인 발표 무대가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곳인가를 경험하게 되면서 곧바로 단국대 농장(충남 청양군 소재)에서 여름합숙 훈련(Summer Camp)을 시작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합숙 훈련에는 84~85학번 입학생들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새로 입학한 타악 전공자들이 밤새도록 북, 장고, 꽹과리를 치는 소리가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꽹과리의 김병곤(대전시립 연정국악원), 김창석(단국대 강사), 이홍구(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전승희(대전시립 연정국악원) 등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여기서 잠시, 타악(打樂) 전공과 경서도 민요창 전공 분야를 신설하게 된 당시의 배경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의 국악계 흐름은 기악(器樂) 위주여서 대학 대부분이 기악 전공자 중심으로 입시가 이어졌다. 그 배경은 당시 국악을 전공으로 하는 고등학교의 교과과정이 기악 중심이었기에 그 영향이 컸다고 본다. 글쓴이는 국악중고교를 졸업했는데, 그 시절에도 우리들의 전공은 피리, 대금, 해금, 거문고, 가야금, 등 5개 분야의 기악전공에 한하였고 이러한 경향은 그 이후에도 별 변화가 없었다.

 

60년대 이후의 당시 교과 과정에는 물론 성악분야가 주요 과목으로 들어 있었다. 예를 들면 국립국악원 초대 원장 이주환 선생이 지도하는 전통가곡이나 시조창 과목도 있었고, 이창배 선생이 지도해 준 경서도 민요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강장원, 박동진 명창이 지도해 주었던 판소리 교과목도 있었다. 또한 김보남, 이강덕 선생이 지도해 준 전통무용이나, 성경린, 김기수 선생이 지도해 준 국악이론 과목도 개설되어 있었지만, 이 들 교과목들은 학급 전체가 마치, 교양 수업처럼 배웠을 뿐, 개개인이 전공분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교과목으로 개설되어 있지는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의 전공과목에도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곧 극히 일부 대학에서만 가곡이나 판소리 전공을 두었을 뿐, 경서도 민요전공이나 타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80년대 초까지도 대학 진학이 쉽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지휘자가 관현악을 지휘하는 서양의 지휘 방식과는 달리, 전통국악, 곧 정악(正樂)합주나 민속악(民俗樂)합주에 있어서 지휘자의 역할은 거의 장고나 북이 하고 있었고, 성악도 가곡, 가사, 시조, 민요의 반주는 장고가 장단을 맡았고, 판소리의 경우는 소리북이 창자(唱者)와 호흡을 맞추며 음악을 이끌었다.

 

 

이처럼 국악의 기악합주나 성악의 경우, 타악기의 존재는 절대적이어서 매우 중요한 악기인데도, 대학에서는 독립적인 전공분야 악기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70년대 말에는, 김덕수, 이광수 등이 중심이 되어 <사물놀이> 팀을 조직하여 공개발표회를 선보였는데,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풍물굿의 주요 악기인 꽹과리, 장고, 북, 징, 등 4종의 타악기를 앉아서 함께 치거나 서로 주고받으며 가락을 연주해 나가는 사물놀이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역, 직장, 각급 학교에서도 사물놀이팀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타악기의 존재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었던 시대의 상황을 읽고 있던 가운데 학교, 특히 풍물굿패가 있던 농업고등학교 지도 선생님들로부터 타악 전공을 신설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받기도 하였다. 당시의 타악 전공의 필요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던 나는 1984년, 기존의 선율악기 중심으로 이어지던 전공 분야에 타악기를 포함했으며 이와 함께, 성악 전공으로 가곡과 판소리 이외에 경서도 소리 전공을 새로 포함했다.

 

아마도 대학의 국악과가 타악 전공과 경서도 민요 전공을 신설한 것은 거의 단국대학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타악과는 달리, 경서도 민요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도 걱정이 되었지만, 경기소리꾼 김금숙 명창은 “만일 대학에서 민요 전공을 신설해 준다면 응시하려는 학생들이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자신 있게 조언해 주었다.

 

비록 소수라도 대학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숨어있는 인재들을 발굴해 내어 해당 분야의 안정적인 발전상을 이루는 것으로 믿고 우리는 과감하게 전공분야를 확대해 나간 것이다.

 

현재, 단국대 국악과에서는 피리, 대금, 해금, 거문고, 가야금 외에도 소금 단소, 아쟁, 타악(장고ㆍ꽹과리) 등의 기악 전공과, 정가, 판소리, 경서도창의 성악 전공, 그리고 이론과 작곡 전공을 두고 있을 정도로 그 분야가 확대 운영되고 있다.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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