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소장 오춘영)는 아라가야의 왕성으로 알려진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에서 토성의 안팎을 연결하는 배수 체계를 가야문화권 유적에서 처음으로 확인하였으며, 성벽 축조 구조와 성 내부의 대지 조성 과정도 새로 밝혔다. 이에 따라 11월 13일 낮 2시에 발굴 성과를 일반에 공개하는 현장설명회(가야리 유적 발굴현장)를 열고, 11월 20일 낮 1시에는 「함안 가야리 유적」의 최신 조사ㆍ연구 성과를 지역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학술토론회(포럼)(함안박물관)를 진행한다.
* 발굴현장: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586번지 일원
「함안 가야리 유적」은 《함주지(咸州誌) 1587년)》와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1656년)》 등 조선시대 문헌자료에서 옛 나라의 터(古國遺基)로 기록되어 있으며, 최근의 지표ㆍ발굴조사를 통해 아라가야의 왕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값어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9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번 현장설명회에서는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지난해부터 가야리 유적의 북서편 곡간지(谷間地)에서 실시한 발굴조사의 성과가 공개된다. 곡간지는 좁게 움푹 패어 들어간 지형으로, 주변의 물이 모여 자연 배수되는 곳이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이와 같이 내부의 배수 문제와 습하고 연약한 지형의 특성을 고려하여 성벽과 배수체계를 조성한 고대 가야인의 뛰어난 토목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벽은 곡간지의 좁은 입구 부분을 막아 쌓았는데, 먼저 판축기법으로 중심 토루를 쌓고, 좁게 골이 진 성 내부의 지형을 평탄하게 하려고 바닥 부분에 부엽공법을 이용해 대지를 조성하였다. 판축 토루의 내외부에는 경사지게 흙을 켜켜이 다져 쌓은 내벽과 외벽을 조성해 성벽을 보강하였다. 이렇게 조성된 판축 토루의 너비는 5.5m, 내ㆍ외벽의 기저부 너비는 각각 12m, 판축 토루와 내ㆍ외벽을 포함한 기저부의 너비는 29.5m로 확인되었다. 또한, 대지 성토층 내에서는 짧은 목 항아리와 솥 모양 토기가 발견되어, 대지 조성 과정에서 일련의 제사 의례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 토루(土壘): 흙으로 쌓아 둔덕지게 만든 방어용 시설
* 판축(版築): 나무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판재를 이어 붙여 네모꼴의 구조틀을 만들어 그 안에 흙을 켜켜이 다져서 제방이나 성벽을 쌓는 고대의 토목기술
* 부엽공법(敷葉工法) : 저습한 곳이나 연약지반에 제방, 성벽, 대지 성토 등의 토목공사를 할 때 배수, 필터, 토사 유실 방지 등을 위해 초본류ㆍ나뭇가지 등의 유기물을 바닥 부분에 깔아 지반을 강화하는 고대 토목기술(현대의 토목공사에 사용하는 토목섬유와 같은 기능)
이와 함께, 성 내부의 곡간지로 모이는 물을 성 밖으로 배수하기 위한 석축 배수시설이 성벽을 통과하여 밖으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수시설은 너비 1.0~3.5m, 잔존 길이 16.5m이며, 성벽을 통과하는 부분은 뚜껑돌을 덮을 수 있게 암거(暗渠, 땅속에 매설한 수로)의 너비를 1m 안팎으로 좁게 만들었다. 성벽 밖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너비가 최대 3.5m까지 벌어지는 나팔 모양이며, 뚜껑돌이 없는 개거(開渠, 위를 덮지 않고 터놓은 수로)로 파악된다. 성 밖으로 나오면서 수로가 나팔 모양으로 벌어지게 만든 것은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토성의 배수 체계는 가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다.
이어서 오는 20일에는 함안박물관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학술 토론회(포럼)가 진행된다. ▲ 아라가야 왕성, 판축으로 성벽을 쌓다(손성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 아라가야인들 자연을 개척하다(김정윤, 한국사회과학연구원) ▲ 소금길을 통해 본 고대 아라가야의 라이프라인(장대석,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 아라가야, 산성을 쌓아 왕성을 보호하다(안성현, 중부고고학연구소)까지 4건의 주제발표를 통해 가야리 유적의 최신 발굴성과와 아라가야의 중심지인 함안지역에 관한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주제발표 후에는 남재우(창원대학교), 박종익(문화유산위원), 조신규(함안군청) 등 관계 전문가가 고대 아라가야의 역사와 생활 환경에 대한 대담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현장설명회와 학술 토론회(포럼)는 누구나 별도 신청 없이 현장 등록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