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동의보감과 함께 ‘양생’에 관심을

  • 등록 2025.01.27 10: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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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이지현 글, 원혜영 그림, 웅진주니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동의’는 당당하게 우뚝 선

우리나라 의학을 뜻합니다.

‘보감’은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이지요.

<동의보감>은 지금껏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보배로운 거울이 되었답니다.

 

우리 의학, 동의(東醫)!

중의학이 지배하던 조선 중기, ‘동의’라는 개념은 상당히 생소한 것이었다. 중국식 처방과 중국식 약재로 병을 치료하던 때, ‘우리식’ 처방과 약재를 담은 의학백과 《동의보감》은 획기적인 의서였다.

 

이지현이 쓰고 원혜영이 그림을 그린 이 책, 《동의보감》은 우리식 의학백과를 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으며,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는지,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림책이라 쉬우면서도 알차게 내용을 담고 있어 아이들에게 우리 의학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의서들은 대부분 중국책이라

약재 이름이 모두 중국 이름으로 되어 있어 불편했어요.

우리나라에서 흔한 도라지가 중국 의서에는 ‘길경’이라 적혀 있어서

도라지를 옆에 두고도 약재로 쓰지 못하는 일이 많았답니다.

또한 약재를 중국에서 들여와 써야 해서 약값도 비쌌어요.

가난한 백성들은 아파도 의원을 찾아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우리 백성이 중국 사람과 달라 고통이 심한 것을 본 선조는 임진왜란이 잠깐 잦아들던 1596년, 내의원에서 일하는 어의 허준을 불러 의서를 만들라고 명했다. 이 분부에 따라 내의원에는 의서를 만드는 편찬국이 세워졌고, 허준을 비롯한 의원과 학자 여럿이 모여 의서를 연구했다.

 

그러나 이듬해 다시 전쟁이 일어나 의서 편찬국은 유야무야되었고, 의서를 만드는 일은 오롯이 허준이 맡게 되었다. 허준은 오백 권이 넘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서를 읽고 꼭 필요한 부분을 편집하여 새롭게 정리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은 내경, 외형, 잡병, 탕액, 침구의 다섯 편으로 나뉘어 있다. ‘몸 안의 풍경’을 뜻하는 ‘내경’에서는 몸속 장기인 오장육부를 비롯해 우리 몸 안을 이루는 장기들을 살펴보고, ‘외형’에서는 얼굴, 목, 허리, 팔처럼 몸 밖으로 보이는 부분을 다룬다.

 

‘잡병’에서는 내경과 외형에서 다루지 않은 갖가지 질병과 더불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원리를 설명한다. ‘침구’에서는 기가 흐르는 길인 경락과 혈자리, 침과 뜸을 다루며, ‘탕액’에서는 약재의 쓰임과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담았다.

 

병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병이 나지 않게 미리 막는 것이에요.

병이 나지 않도록 몸을 잘 돌보아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양생’이라고 해요.

특별한 병이 없더라도 평소에 좋은 생활 습관을 들여

꾸준히 실천하면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지요.

 

《동의보감》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결국 ‘양생’이다. 좋은 생활 습관을 들여 병을 사전에 막아내고, 무탈하게 오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법이었다. 《동의보감》에서 소개하는 양생 건강법은 ‘매일 이른 아침에 머리카락을 백이십 번씩 빗기’, ‘두 손바닥을 뜨겁게 비빈 다음, 두 눈을 열네 번씩 눌러 주기’ 등이 있다.

 

1610년, 허준은 선조 임금의 명을 받은 지 15년 만에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친 뒤라 사정이 무척 어려웠고, 책 자체가 25권이나 되는 방대한 양이어서 책을 인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시바삐 《동의보감》을 세간에 널리 읽히고 싶었던 광해군은 한양의 경비를 담당하던 훈련도감의 군인들을 동원하여 목활자를 써서 책을 펴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1613년 세상에 나온 《동의보감》은 오늘날에도 값어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올랐다.

 

동의보감의 특징은 단순히 병이 난 뒤의 치료 방법뿐만 아니라, 병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인 평소 건강관리와 정신 수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병이 나기 전 미리미리 자기 몸과 마음을 세심하게 돌보는 ‘양생’ 건강법을 으뜸으로 친다.

 

허준이 집대성한 《동의보감》은 우리 체질과 음식에 맞는 맞춤형 건강법으로 오늘날에도 음미해 볼 만한 부분이 많다. 새해에는 ‘양생’에 관심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좀 더 돌보면 어떨까? 전쟁 직후의 혼란스러운 때,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자 쉼 없이 붓을 들었던 허준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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