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 완창회를 처음 시작한 박동진이 매일 새벽, 국악원 문을 두드려서 출근한 다음, 곧바로 북을 들고 창고 옆방으로 들어가 소리공부 했다는 이야기, 그가 68년 처음으로 완창회를 성공적으로 발표한 이후, 완창회에 관심을 두고 도전하는 명창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고 이야기했다.

또 오늘의 젊은 노은주도 부담스럽고 힘든 작업을 통해 노력하는 젊은 소리꾼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이야기, 그는 1회 완창회를 위해 2018년 양평에 있는 서종사에 들어가 스님들의 수행 시간처럼 계획을 짜고 연습하였다는 이야기, 특히 공기 좋은 산길을 걸으면서 판소리 연습을 했다는 그의 말은 건강과 소리, 양쪽을 동시에 챙기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작전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노은주 명창의 네 번째 완창 발표회 관련 이야기로 이어간다.

앞에서도 말한 바 있거니와 판소리 완창(完唱)발표회 무대가 누구나 마음을 먹고 계획을 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소리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임은 뻔한 사실이다. 그래서 첫째도 소리 실력이고, 둘째도 소리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 관련하여 건강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소리실력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 비결은 규칙적인 연습 이외에 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제36회 목포국악경연대회에 출전하여 공력있는 소리로 <흥보가>를 부른 노은주 명창은 앞으로 “한농선 선생님께서 올곧게 가르쳐 주신 <흥보가>를 끝까지 제대로 이어나가고 싶다. 그 길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매일 연습하면서 보존해 가야 한다는 스승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며 나가겠다는 결의를 다시 한번 밝힌 바 있다. 그는 항상 귀한 소리를 가르쳐주신 한농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긴장이 풀인 탓인지, 그는 매우 지쳐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올해가 가기 전, 완창은 꼭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다시 힘을 내어 지난해 10월 3일 풍류극장에서 <흥보가> 네 번째 완창 발표회를 가진 것이다. 객석은 시작 전에 만석을 이루었고, 미처 입장을 못 한 관람객들이 밖에서 발을 구르며 화면을 통해 보고 갔다고 한다.

노은주에게 소리의 무대는 늘 공부하는 자리이며 긴장되는 자리라는 소감을 피력하면서도 스승에 대한 고마움은 늘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었다. 완창무대를 준비하면서 한농선 선생께 바치는 제자, 노은주의 마음이 참으로 갸륵하기만 하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흥보가>를 공부하면서 또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한농선 선생님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특히 판소리의 예능보유자가 되시고, 100일이 채 못 되어 후계자도 남기지 못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나신 선생님께 제가 받은 큰 사랑을 소리로써 보답해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가는 선생님의 귀한 소리가 너무도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것이었어요. 저는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선생님의 소리가 이렇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무대를 만들어 보여드리고, 들려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선생님께 배운 소리들을 다시 한번 하나, 하나 확인해 가며, 듣고 점검해 가며 완창을 준비했던 것이지요.

첫 완창회는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한국문화의 집(K0US 코우스)에서, 2시간 조금 넘게 했는데, 객석의 추임새는 물론이고, 제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서 얼마나 힘을 주고 불렀는지, 다음 날 아침까지 통증이 심해 누워서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객석에서는 제소리가 아주 크고 분명하게 잘 들렸다고 해서 다소 안심을 했지만, 그렇다고 소리가 모두 잘 이어간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되었지요“,

소설 한 권을 암기하되, 가락을 얹고 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도중에 만약 사설(가사)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그에게 물었다.

노은주는 자기의 경험을 솔직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

“네, 되도록 잊지 않기 위해 길을 가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수없이 반복하여 확인합니다만, 제 경우 즉흥적으로 모면한 기억이 있어요. 예를 들면 <흥보가> 가운데에 스님이 내려와 ‘흥보 집터 잡아주는 대목’이 있어요. 형 놀부로부터 착한 동생, 흥보가 쫒겨나서 오갈데 없이 되었을 때, 스님이 내려와 집터를 잡아주는 장면이 있지요."(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