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탓에 태양광 발전을 외면한다

  • 등록 2025.02.02 10: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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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온 편지 (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태양광 발전은 환경을 보호하고 전기 요금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매우 좋은 에너지 공급 방법이다. 태양광 발전은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과 견줘 원료가 공짜고 지구온난화의 원인 물질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서 매우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보급이 유럽 여러 나라에 견줘 매우 낮은 것은 국민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에서는 해로운 전자파가 나온다, 독성물질이 나온다고 하는 등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보수 논객이나 보수 성향 유튜브에 의하여 퍼졌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국립전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태양광 시설(3kW)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세기는 전자파 기준값 대비 최대 2.8%에 불과해 인체에 해롭다고 말할 수 없다. 농촌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의 전자파 자기장 세기는 WHO(세계보건기구) 권고 인체 노출기준의 20% 이내로서 인체에 해롭다고 말할 수 없다.

 

태양광 패널의 세척제가 독성물질로서 인근 축사나 인체에 해롭다는 이야기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태양광 패널 세척은 빗물로 자연 세척되거나, 지하수나 수돗물을 이용하여 씻으므로 독성물질 운운하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말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에는 카드뮴, 크롬, 납 등의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어서 패널을 폐기할 때 독성물질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태양광 패널에는 크롬과 카드뮴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납 농도는 0.064~0.541mg/L로 폐기물 관리법에서 정한 3mg/L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어서 문제가 될 수 없다.

 

태양광 보급 초창기에 가짜뉴스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반대가 확산하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민원 해소 차원에서 태양광 시설과의 떨어진 이격거리 조례를 제정하였다. 원래 이격거리란 안전 등을 이유로 건물과 건물 사이 띄워두는 공간 거리를 뜻한다. 민간 연구기관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으로 128개 기초 지자체가 태양광 시설에 대하여 이격 거리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도로로부터 이격거리보다 멀리 있어야 개발을 허가하는데, 평균 이격거리가 300m로서 사실상 태양광 발전을 막고 있다고 한다.

 

이격거리 300m라면 도로를 중심으로 좌우 600m 이내에서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태양광 발전 설비도 이격거리 제한 때문에 설치할 수가 없다. 다행히, 내가 사는 평창군에서는 이격거리를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지 않았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여 이격거리 규제 조례를 제정한 경북 구미시, 전남 함평군, 경남 함양군의 경우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터는 전체 면적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하루빨리 조례를 개정하여 이격거리를 완화하고 태양광 발전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시골에서 사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집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골에서는 지붕이나 마당에 사각형 모양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집을 간혹 볼 수 있다. 시골 사람들 사이에도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우리 마을에 몇 년 전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업자가 나타났다. 그러자 마을에서는 이장이 주민 회의를 소집한다고 한다.

 

각시를 통해서 마을 사람들의 동태를 들어보니 모든 사람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설혹 개인적으로 찬성 뜻이더라도 일단 반대를 해야 태양광 건설업자가 마을에 기부금을 낸다는 것이다. 나는 태양광 발전을 찬성하는 뜻이었지만, 마을 회의에 나가서 주민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비겁하게도(?) 나는 마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2015년에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에 집을 새로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태양광 발전이 보급되는 초기 단계여서 설치비가 상당히 부담되었다. 한 달 전기료가 5만 원을 넘지 않는데 1,000만 원이라는 초기 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또한 태양광 설비의 효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몇 년 지나자, 태양광 발전기의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져 발전 효율은 높아지고, 설치 가격은 낮아졌다. 태양광 발전은 이제 화력이나 원자력에 견줘 경제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유럽 나라들은 태양광 발전을 미래의 에너지로 지목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태양광 발전에 보조금을 주기 시작하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을 표방하면서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2022년 봄에 마을 입구에 현수막이 하나 걸렸는데, 태양광 발전을 신청하면 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걸어서 알아보니 정부와 평창군에서 보조금을 주면 전체 설치 비용 525만 원 중에서 개인 부담은 105만 원이라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25~30년 정도인데, 부속품을 교체해 주고 관리를 잘하면 그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단점은 날씨에 따라서 효율이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효율이 감소하고, 밤에는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또한 겨울에는 낮이 짧아서 효율이 떨어진다. 여름에는 가정의 전기 소비량보다 전기 생산량이 많다. 생산하는 전기는 제일 먼저 우리집에서 사용되는데, 여름에 전기를 많이 생산하면 남는 전기가 한전에 공급되며 기록된다고 한다. 겨울철에 태양광 발전량이 적을 때에는 여름에 남았던 전기를 꺼내어 사용하는데,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나는 태양광 발전을 신청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가짜뉴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2022년 가을에 한전 직원이 와서 우리 집 주차장에 땅을 파고 4곳에 콘크리트를 치고 갔다. 2023년 봄에 한전 직원들이 다시 와서 기둥 4개를 세우고 태양광 패널 6개를 이어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완성하였다.

 

 

우리 집은 냉장고가 3개나 있어서 전기를 많이 쓰는 편이다. 한 달에 전기요금이 4~5만 원 나오는데, 태양광 발전 설치 이후에는 3만 원 정도가 줄어서 1~2만 원 나온다. 태양광 시설 아래로 모닝 승용차를 주차하면 겨울철에 눈이 쌓이지 않아서 좋다.

 

우리 집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뒤에 동네 사람들은 나에게 태양광 시설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물어본다. 나는 제일 먼저 가짜뉴스를 설명해 준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도 태양광 시설 설치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한전에 물어보니 작년에 견줘 개인 부담금이 더 늘었다. 윤석열 정부는 태양광 발전에 소극적이었다. 우리 마을에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사람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마을의 현실로 볼 때도 정치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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