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원숭환이 홍타이지의 반간계에 처참하게 죽은 것을 보노라니, 이순신 장군이 생각납니다. 이순신 장군도 왜군이 흘린 정보에 속아 넘어간 선조에 의해 죽을뻔했기 때문이지요. 1597년 1월 이중간첩으로 활약하던 요시라는 경상우병사 김응서에게 가등청정이 바다를 건너 부산포로 쳐들어올 것이라는 정보를 흘립니다. 이를 보고받은 선조는 이순신 장군에게 부산포로 출동하여 가등청정을 잡으라고 명령합니다. 그렇지만 이순신은 이게 조선 수군을 함정에 빠뜨리려는 허위정보라 생각하고 출동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어리석은 선조는 명령 불복종으로 이순신 장군을 체포하여 한양으로 압송하여 고문을 가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백성의 신망이 높은 것을 질투한 선조는 이순신 장군을 죽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지중추부사 정탁이 목숨을 걸고 상소하여 백의종군으로 그칩니다.
원숭환과 이순신 모두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다가 어리석은 임금 때문에 사형을 눈앞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원숭환은 원숭환을 죽이라는 엄당의 아우성의 책형을 했고, 이순신은 정탁의 목숨을 건 상소와 뒤이은 류성룡, 이원익 등의 대신들의 만류로 백의종군에 그쳤습니다. 물론 동림당의 관료들은 원숭환을 살려야 한다고 하였지만, 홍타이지와 내통하였다는 반간계에 걸린 원숭환을 살려낼 순 없었습니다.
‘반간계’ 하니까, 삼국지의 유명한 반간계도 생각납니다. 적벽대전을 앞두고 조조는 수군(水軍)을 강화하기 위해 수전에 강한 채모와 장윤을 발탁하여 수군을 강하게 조련합니다. 그러는 한편 오나라가 전통적으로 수군이 강하니까, 주유에게 주유의 친구 장간을 보냅니다. 적의 동태도 살필 겸 항복을 권유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 조조가 수군을 강화하는 것에 위협을 느끼던 주유는 이를 역이용합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 장간에게 회포를 풀자며 자기 방에서 같이 술을 마시면서 술에 취해 잠이 든 척합니다. 그러자 장간은 주유의 책상을 살펴보다가 편지를 발견합니다. 주유가 미리 채모와 장윤이 자신과 내통하고 있다는 거짓편지를 만들어놓았던 것이지요. 장간은 옳다구나 하며 돌아가 조조에게 이를 보고하니, 반간계에 넘어간 조조는 채모와 장윤을 참수합니다. 여기에 장군 황개가 곤장 100대를 맞는 것을 감수하며 펼친 고육지책(苦肉之策)까지 더하니 적벽대전은 조조의 참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지요.
무릇 지도자라면 참과 거짓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윤통은 우익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주장에 빠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탄핵심판에 회부되고 내란죄로 구속 재판을 받는 처지에 빠졌습니다. 그가 현명한 지도자였다면 대법원에서 이미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결이 난 것을 확인했어야 합니다.
부정선거 주장은 일견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부정선거 주장이 넘어야 할 마지막 허들이 있습니다. 부정선거는 전산 조작만 해서는 안 되고, 수개표(手開票)까지 조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수개표까지 조작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그 많은 선관위 직원들, 선거관리위원들, 참관인들과 공모하거나 이들의 눈과 입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부정선거론자들은 이 마지막 허들은 감히 넘을 생각을 못 하면서 계속 부정선거 주장을 외치고, 어리석은 윤통은 이에 넘어가 자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역사에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많은 거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는 끊임없이 우리를 오도(誤導)하는 거짓들이 판치고 있고, 여기에 넘어가 망상세계에서 헤매는 수많은 군상(群像)이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거울을 되돌아보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우리도 언제 이러한 군상 속에 휩쓸려 들어갈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