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아스팔트 우파의 집회를 보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무리가 광화문 광장을 점거하고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고, 세이브코리아라는 기독교 단체가 전국을 돌면서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이브코리아는 대담하게도 광주 5.18 광장에도 진출하여 탄핵 반대를 외치고, 동 집회에서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유인물이 배포되기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윤통의 비상계엄 계획을 보면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을 체포, 암살하려고까지 - 그들 표현대로라면 ‘수거’ -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많은 기독교인이 내란에 동조하며 탄핵 반대를 외치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왜 이러는지 궁금하여 고교동기인 오형국 목사에게 이를 어느 정도라도 파악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태극기를 흔드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신학자나 목회자의 글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글 가운데는 극우 기독교인들에 대해 여론조사, 심층면접조사를 하고 쓴 글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기독교인들이 극우의 선동에 넘어가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해한 한도에서 말씀드리면, 우선 조선 말에 미국의 선교사들이 근본주의 신앙관에서 우리나라에 기독교를 전파한 것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참! 그전에 기독교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근본주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야겠군요. ‘근본주의’는 성경을 글자 그대로 믿는 ‘성경무오설(無誤說)’의 입장입니다. 그러니 매우 보수적이지요. 그리고 성경을 절대적 진리로 삼으니 다른 종교는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적그리스도로 타도해야 할 존재로 여깁니다.
이러한 근본주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다아윈의 ‘진화설’, 자유주의 신학 등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성경으로 돌아가자며 강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근본주의는 기독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어떤 종교에든 근본주의는 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이슬람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탈레반 같은 근본주의자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근본주의자들은 비타협적이고 공격적인데, 이들의 공격성을 강화해 주는 것이 구약입니다. 보통 신약의 하느님을 사랑의 하느님, 구약의 하느님을 공의의 하느님이라고 하는데, 구약에는 공의의 하느님이 곳곳에서 이방인들을 철저하게 죽여야 한다는 구절들이 나옵니다.
심지어는 출애굽(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에게 인솔되어 그 곳을 떠나온 일)한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기까지 이방인들과의 전투에서 무릇 여자나 어린아이 가릴 것 없이 숨이 붙어있는 것은 모조리 살려두지 말라는 것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의의 하느님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리 봐야 하는데,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을 글자 그대로 믿기에 이러한 공격성을 그대로 보이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독교가 전파된 지 얼마 안 되어 온갖 잡신들을 믿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이러한 근본주의 신앙은 더욱 강화됩니다. 게다가 6·25전쟁을 치르면서 공산당의 악정을 몸서리치게 체험하였기에, 근본주의 신앙은 더욱 강화되지요. 처음 아스팔트 우파가 나타났을 때 참가한 기독교인들 대부분이 노인네였던 것은 6.25를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극우 파시스트들은 바로 이런 점을 이용했습니다. 이분들이 생래적으로 공산당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근거도 없이 진보적인 사람들을 빨갱이, 종북좌파로 몬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전략은 상당 부분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면 요즈음 2030 세대들이 이런 아스팔트 우파에 합류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오히려 빈부격차는 더 커지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는 걷어치워졌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살아도 내 집 한 칸 마련하기도 힘든 것에 좌절하는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외칩니다. 윤통이 대선 때 밑도 끝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단 7자로 2030 남성의 표심을 끌어들이지 않았습니까? 윤통은 2030 남성들의 불만이 페미니스트(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에 향하도록 이를 이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젊은이들은 민주주의 해보았자 자기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어냐며, 뭔가 자기들을 구원해 줄 강력한 권력을 희망합니다. 이때 극우 파시스트들은 자신의 반대진영을 종북좌파로 몰면서 이들을 끌어모읍니다. 그런데 요즘은 빌빌하는 북한으로는 약발이 약하니까, 중국을 끌어들여 부정선거를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 중국이라는 가짜뉴스까지 퍼뜨리며 2030을 충동질 합니다. 이렇게 하여 2030 젊은이들이 아스팔트 우파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세력이 빨리 커진 데에는 유튜브, SNS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들은 이런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하여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자기 말고도 많다는 것에 안심하고 감격합니다. 여기에 극우언론과 극우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양념을 가하여 이들을 살살 긁어주니 이들은 용기를 얻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런 얼토당토않은 가짜뉴스에 이들이 넘어간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무사유(無思惟)를 얘기했듯이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고 이러한 뉴스나 영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고 미디어에만 빠져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극우 유튜브를 보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하여 계속 더 자극적인 동영상에 빠져들고, 그러면 이들의 생각은 신념으로 빠져듭니다. 이 단계가 되면 아무리 합리적,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여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극우파시스트들이 조금만 불을 지펴주면 이들의 신념은 폭력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서부지법 난입 폭동이 그렇게 하여 발생한 것이며, 여기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참여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파시스트들의 교묘한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에 의하여 극우주의자들은 점점 세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정권이 이들에게 넘어간 나라도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극우 기독교인으로 인하여 한국의 기독교는 지금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아니, 한국의 기독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도 이러한 극렬한 극우 기독교인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이들을 강하게 꾸짖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이건 윤통이 탄핵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아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오오! 하느님! 이 나라를 구원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