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조선 후기 궁중 행사를 기록한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을 비롯해 《자치통감 권81~85》,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 「치문경훈 목판」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勤政殿 庭試圖 및 聯句詩 屛風)>은 1747년(영조 23년) 숙종 비 인원왕후(仁元王后) 김씨의 회갑을 맞아, 존호(尊號)*를 올린 것을 축원하고 기리기 위해 경복궁 옛터에서 시행된 정시(庭試)*의 모습과 영조가 내린 어제시(御製詩)*에 50명의 신하가 화답한 연구시(聯句詩)*를 담은 작품이다. 《영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이 작품은 모두 8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 존호: 덕을 높이 기리는 뜻으로 올리는 이름
* 정시: 나라에 경축할 일이 있거나 할 때 비정기적으로 시행되는 과거 시험
* 어제시: 임금이 직접 지은 시
* 연구시: 여러 명이 운자(韻字)를 공유해가며 함께 짓는 시

제1폭에는 근정전 정시의 장면이 담겨 있는데 화면 상단에는 백악산이, 화면 중앙 근정전 터 위에는 햇빛 가리개와 함께 영조의 친림(親臨)*을 상징하는 어좌(御座)*가, 화면 하단에는 경복궁의 금천교인 영제교(永濟橋) 등이 표현되어 있다. 이때 시행된 정시에서 영조는 이유수 등 15명을 뽑았다. 제2폭에는 영조가 내린 어제시가 담겨 있으며, 제3~8폭에는 좌의정 조현명을 비롯한 50명 신하가 화답한 연구시가 담겨 있다.
* 친림: 임금이 어떤 장소에 친히 나가거나 나옴.
* 어좌: 임금이 앉는 자리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은 궁중 행사를 표현한 병풍 가운데 이른 시기의 사례이자 제작 시기가 명확한 기년작으로 회화사적 값어치가 크다. 경복궁 옛터의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등이 상세히 묘사된 점에는 영조가 경복궁 옛터를 중시했던 기조가 반영되어 있으며, 영조가 추진한 탕평책의 핵심 인물들이 연구시를 지은 것을 토대로 작품의 제작 배경 등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 작품은 단순히 왕실 행사의 기록 그림을 넘어, 영조의 정치 철학과 국가 운영 방식을 시각적으로 담아낸 중요한 자료라 평가되므로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보존할 값어치가 충분하다.
영남대학교중앙도서관 소장 《자치통감(資治通鑑)* 권81~85》는 1434년(세종 16년) 편찬에 착수하여 1436년(세종 18년)에 끝난 모두 294권 가운데 권81~85의 5권 1책에 해당한다. 주자소(鑄字所)에서 초주갑인자*로 간행된 금속활자본으로, 현재까지 완질(完帙)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사한 판본이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 여러 곳에 소장되어 있으나, 전해지는 내용과 수량이 많지 않아 귀중한 자료적 값어치를 갖고 있다.
* 자치통감: 북송의 사마광이 편찬한 중국의 역사사로, 주(周) 위열왕 23년(기원전 403년)부터 후주(後周) 세종 6년(959년)까지 내용이 수록되어 있음. 주로 정치와 군사상 업적 위주로 저술되었으므로 임금이 통치할 때 참고하는 중요 자료였음.
* 초주갑인자: 갑인자는 1434년(세종 16년) 주자소에서 만든 금속활자로, 나중에 다시 주조된 갑인자와 구별하기 위해 처음 제작된 활자를 초주갑인자라고 함.

또한, 이번에 함께 지정 예고된 청도 운문사 소장 목판 4건은, 국가유산청이 성보문화유산의 값어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 관리를 위해 (재)불교문화유산연구소와 연차적으로 시행 중인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유산 일제조사’ 사업을 통해 2016년에 조사한 경상남도 지역 사찰 소장 목판 가운데 완전성, 제작 시기, 보존 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정되었다.
4건 가운데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 木板)」은 1515년(중종 10년) 조성된 목판으로, 모두 33판 완질이다. 각선(覺禪) 선사의 주도 아래, 처호(處浩)가 목판을 제작하고 최호(崔浩)가 글자를 새겨 만들어졌다.
*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고려 후기 승려 죽암(竹庵)에 의해 편찬된 불교 의식집으로, 수륙재 때 행하는 여러 의식 절차를 정리한 것임.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원각경》에 해설을 더한 『원각경약소(圓覺經略疏)』를 토대로 조성된 목판으로, 모두 104판 완질이다. 석헌(釋軒) 선사의 주도 아래, 도림(道林)이 글을 쓰고 지희(智熙)가 목판을 제작한 후 인헌(印軒) 등이 글자를 새겨 조성되었다.
*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부처와 12보살이 주고받는 문답형식을 통해 대승불교의 사상과 체계적인 수행의 절차를 설명한 경전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조성된 목판으로, 모두 37판 완질이다. 석헌(釋軒) 선사의 주도 아래, 도림(道林)이 글을 쓰고 지희(智熙)가 목판을 제작한 뒤 의련(儀璉) 등이 글자를 새겨 조성되었다.
*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고려 승려 지눌(知訥)이 당 승려 종밀(宗密)의 《법집별행록》에서 요점만을 초록한 《법집별행록절요》에 자신의 사견인 「사기」를 붙여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라 이름을 붙인 불교 저술


「치문경훈* 목판(緇門警訓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조성된 목판으로, 모두 90판 완질이다. 홍인(弘印) 선사의 주도 아래, 도림(道林)이 교정(校正)하고, 종원(宗元)이 목판을 제작한 뒤 법천(法天) 등이 글자를 새겨 조성되었다.
* 치문경훈: 송 승려 택현(擇賢)이 저술한 치문보훈 을 원 승려 지현(智賢)이 보편(補編)하고 명 승려 여근(如巹)이 중국 역대 고승들의 경훈과 법어 등을 증보한 불서
청도 운문사 소장 4종의 목판은 전래하는 같은 종의 목판 가운데 시기가 가장 앞설 뿐만 아니라 완질판의 목판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값어치가 크다. 또한 이 목판으로 찍은 책도 함께 전하기에, 그 원천 자료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 및 「자치통감 권81~85」등에 대해 30일간 예고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한 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각각 지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