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성지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커피 이야기

  • 등록 2025.05.30 12: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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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 커피향 덕분에 수행에 더욱 정진할 수 있었다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94]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에티오피아 랄리벨라 공항에 내렸다. 그런데 공항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설렁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좀 더 높은 고지에 사는 모양이다.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랄리벨라로 가는 동안 주위에는 이따금 길 저 멀리에 집이 한, 두 채 보일락 말락 할 정도이다. 주위에는 라스타 산맥이 펼쳐지는데, 산 모양을 갖추어 봉우리를 내밀고 있는 산도 있지만, 위가 평평하게 이어지는 곳이 더 많다.

 

 

그렇지. 비행기 내려갈 때 저 위에는 평평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 농토와 집들이 있었지. 좀 더 가다 보니, 길옆 가까이에 그래도 조그맣게 마을처럼 집들이 있다. 김 교수가 여기에 잠깐 섰다 가자고 한다. 그렇지. 건축학자인 김 교수로서는 에티오피아에 와서도 개량가옥만 보다가 여기서 에티오피아의 전통가옥을 보게 되니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

 

갑자기 동양인들이 우르르 몰려오니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모여들지만, 어른들은 일단 경계의 눈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안내원 가넷이 촌로에게 다가가 우리의 목적을 얘기해준다. 이들의 집은 둥그런 초가집으로 되어 있는데, 잠자는 집은 남자집과 여자집이 따로 있다고 한다. 그러면 부부 생활하려면 남편이 아내집으로 건너 가나?

 

 

하긴 조선시대 양반들은 합방이 생각나면 바깥주인이 안주인이 거처하는 곳으로 갔지. 전에 어떤 전통 양반집에 가보니 뒤쪽으로 바깥양반이 은밀하게 안주인에게 갈 수 있는 통로가 있던 것이 기억난다. 양반 체면에 생각난다고 번질나게 안방마님 방 출입하면 하인들 보기도 그래서 은밀히 출입하려고 만든 통로였지.

 

계속 가옥구조를 살펴보는데, 부엌, 창고, 가축우리가 별개의 초가집으로 되어 있고, 마당에는 감자 같은 곡식을 저장할 수 있도록 땅을 좀 파고 흙을 북돋아 조그만 토굴처럼 만들어 놓았다. 그중 부엌으로 들어가 본다, 벽은 우리네 예전 초가집처럼 흙벽인데, 처음 벽을 만들 때부터 중간중간에 아예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는 주로 항아리에 종자를 넣어 보관한다고 한다. 또 안에서는 한 아낙네가 커피를 볶고 있다.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코를 즐겁게 한다.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원산지이다 보니 이런 시골의 허름한 농가에서도 이렇게 커피를 볶고 있구나.

 

 

참, 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에티오피아 하면 커피의 원산지를 떠올릴 텐데, 여태 커피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구나. 850년 무렵 목동 칼디가 들판에서 염소를 치고 있는데, 그날따라 염소들이 깡충거리고 뒷발로 곧추서서 큰 소리로 짖어대는 등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더란다. 이상해서 유심히 살펴보니 염소들이 이상한 빨간 열매를 따 먹고 그러는 것 같아, 자신도 그 열매를 따 먹었단다. 그랬더니 자기도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더라나.

 

칼디가 이 열매를 더 따서 아내에게 갖다주니, 이를 맛본 아내는 하늘에서 내려준 열매 같으니, 수도원에 보내주자고 하였다. 그러나 수도원장은 예상과는 달리 이 열매는 악마의 작품이라며 불 속으로 집어 던졌다. 수도원장은 열매의 붉은 색을 보고 겁을 먹었던 것일까? 열매를 불에 넣었으니 어떻게 되겠는가? 불 속에서 볶아진 커피의 향기가 수도원에 퍼지고, 수도사들도 어디서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누냐며 몰려들고... 수도원장도 향기를 맡아보고는 볶아진 열매를 항아리에 넣어 물을 부어 보관하라고 한다.

 

그날 밤 수도사들은 이 물을 마시고 맑아진 정신으로 더욱 수행에 정진할 수 있었다. 수도에 효과가 있으니, 그것으로 그치겠는가? 이후 수도사들은 길고 긴 밤 기도를 드리는 중에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를 마셨단다.

 

 

이후 커피는 아라비아에 전해지고, 1615년에는 베니스 상인들에 의해 유럽에도 전해졌다. 그리고 유럽 열강들에 의해 커피는 남아시아, 남아프리카로 옮겨져 대규모 농장에서 재배되어 전 세계에 수출되면서 오늘날과 같이 전 세계인들이 애호하는 음료가 되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산지답게 단순히 커피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다도처럼 커피 의식(세레모니)을 한다. 에티오피아인에게 커피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신께 경배드리는 신성한 예물인 것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이 집 아주머니가 여는 커피 세레모니에 참여하고도 싶었으나, 오늘 가려는 암굴 교회가 5시에 문을 닫기에 우리는 그만 마을을 나온다. 그리고 우리가 갑자기 방문하였음에도 흔쾌히 자기들 사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 답례를 하고...

 

 

양승국 변호사 yangaram@lawlog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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