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 “몽매함을 떨치고 일어나라”

  • 등록 2025.06.23 11: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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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 – 율곡 선생의 인생 가르침》 이이 지음, 이민수 옮김, 을유문화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격몽(擊蒙).

말 그대로 ‘몽매함을 물리친다’라는 뜻이다.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로 이름 드높은 율곡 이이가 ‘몽매한 자들을 교육하는 중요한 비결’을 담아 펴낸 책이 바로 《격몽요결》이다. 요즘으로 치면 올바르게 살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정리한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한학 전문가인 지은이 이민수가 풀이한 이 책, 《격몽요결》은 율곡 이이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원문의 풀이도 잘 되어있지만, 다른 고전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을 많이 인용해 풍부한 해설을 덧붙였다. 500여 년 전의 자기계발서인데도 워낙 기본적인 자기관리 태도를 담고 있어서인지 크게 이질감이 없다.

 

 

이이는 격몽요결 머리글에서 ‘어쨌든 학문을 하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막히고 소견이 어둡기 마련’이라며 ‘사람은 반드시 글을 읽고 이치를 궁리해서 자기 자신이 행해야 할 길을 밝혀야 한다’라고 썼다.

 

바다 남쪽에 집을 정하고 살 때 학도 한두 사람이 와서 배움을 청했는데, 스승이 되지 못할 상황이라 대신 책 한 권을 쓴 것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아무런 향방 없이 헤매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책으로 자기 마음을 세우는 법, 부모 섬기는 법, 남을 대하는 방법 등을 정리했다.

 

그는 학문하는 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뜻을 세우는 것’, 곧 입지(立志)로 보았다. 이는 쉽게 말하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기 확신이다. 나는 안 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뜻을 세우고 부지런히 공부하면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런 강렬한 자기 확신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 학문하는 자의 근본이다.

 

이렇게 뜻을 세웠으면 옛날의 좋지 않은 습관들은 모두 떨쳐 없애야 한다. 이를 ‘혁구습장(革舊習章)’이라 했다. 여러 가지 해로운 습관들은 ‘반드시 크게 용맹스러운 뜻을 가지고 마치 칼날로 쳐서 물건을 끊듯이 하여 그 뿌리를 잘라 없애서 마음속에 터럭만큼도 그 남은 줄거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사실 ‘새로운 삶을 살겠다’라고 뜻을 세워도 기존에 해오던 습관들이 발목을 잡아 결국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참 많다. 이이도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나쁜 습관은 칼날로 쳐 없애듯 한 번에 끊어내라고 가르쳤다. 물론, 알아도 맘대로 그리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독서장’ 편에서는 독서하는 올바른 방법을 일러준다. 독서는 가장 긴요하면서도 막상 꾸준히 읽는 습관이 배어있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이는 책을 읽을 때 공손히 정신을 집중해 읽고, 반드시 읽고 나서 어떻게 행할 것인지도 같이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p.73-74)

대체로 글을 읽는 자는 반드시 단정하게 손을 마주 잡고 반듯하게 앉아서 공손히 책을 펴 놓고 마음을 오로지하고 뜻을 모아 정밀하게 생각하고, 오래 읽어 그 행할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글의 의미와 뜻을 깊이 터득하고 글 구절마다 반드시 자기가 실천할 방법을 구해 본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고 입으로만 글을 읽을 뿐 자기 마음으로는 이를 본받지 않고, 또 몸으로 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 있고 나는 나대로 따로 있을 뿐이나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

 

독서하는 도리 말고도 부모를 섬기는 도리, 제례를 하는 도리, 처세하는 도리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처세장(處世章)’에서는 사람이 벼슬을 하기 전까지는 벼슬을 하는 것만을 급하게 생각하고, 벼슬을 한 뒤에는 이것을 잃지 않으려고 붙들기에만 골몰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하였다.

 

지위가 높아져도 올바른 도가 행해지지 않을 때는 가히 물러가고, 만일 가난해서 벼슬을 해야만 살겠으면 내직(內職)은 사양하고 외직(外職)으로 나가고, 높은 벼슬은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서 굶주림과 추위만 면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대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가 스스로 ‘오랫동안 우물쭈물하던 자신을 반성하며’, 후학 교육을 위해 집필한 《격몽요결》은 학문을 닦지 않고서는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으며, 학문이란 늘 일상에서 가까이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장을 덮을 때쯤 몽매함이 조금은 트이는 기분이 든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값어치가 있다. 옛 선현의 ‘쓴소리’는 때로는 지극히 당연한 것 같이 느껴지면서도, 언제 꺼내 봐도 마음을 깨우는 특유의 청량함이 있다. 무더운 여름, 가슴을 스치는 한 줄기 청량함을 느끼고 싶다면 《격몽요결》 읽기를 권한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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