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謀事)는 재인(在人), 성사(成事)는 재천(在天)

  • 등록 2025.10.21 11: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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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5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공명가> 앞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하였다. 조조와 대치하고 있는 제갈양, 곧 공명이 오(吳)나라의 주유와 함께 전략을 논의하며 화공(火攻)이어야 승산이 있다는 점에 동의한 뒤, 주유는 걱정만을 하고 있을 때, 공명이 남병산에 올라가 동남풍이 불도록 하늘을 움직였다는 내용을 소개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 이후 부분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신통한 공명의 능력을 보고 난, 동맹국 장수인 오나라의 주유(周瑜)는 시기와 질투심이 생겨나 도움받은 것은 잊은 채, 오히려 공명을 해 칠 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부하들인 서성(徐盛-吳나라의 장수이름), 정봉(丁奉-吳나라의 장수이름) 두 장수에게“공명은 도저히 살려둘 수 없는 모사(謀事)이니, 그의 목을 베어오라”라고 강력하게 지시하였다.

 

모사(謀事)란 “어떤 일을 꾸민다”라는 의미로 부정적인 일을 획책하는 말이다. 관련하여 속담에 “모사는 재인(在人),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는 말, 곧 사람이 일을 꾸미지만, 성사 여부는 하늘이 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주유의 명령대로 두 부하 장수가 공명을 잡으러 남병산에 올랐으나, 공명은 이미 몸을 피해 그곳에 없었다. 다시 강가로 그를 잡으러 내려가지만, 그곳에도 공명은 없었다. 뱃사공에게 물으니, 그가 하는 말이“ 웬 사람이 발 벗고, 머리 풀고 구절죽장(九節竹杖-아홉 마디의 대나무 지팡이) 짚고 예 와 있더니, 강상(江上)의 일엽편주(一葉片舟-한 척의 작은 배) 떠오더니, 한 장수 배 앞에 나서 양손을 읍(揖-상대방에게 공경을 표하는 예법의 하나)하여 선생을 맞아 모시고 강상(江上)으로 행(行)하더라”라고 전해주는 것이다.

 

 

이후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다.

 

「서성(徐盛) 그 말 듣고 선척(배)을 재촉하여 순풍에 돛을 달고 따를 적에, 앞에 가는 배, 돛 없음을 보고, 점점점 따르다가 선두에 성큼 나서 하는 말이,

“앞에 가는 배, 공명 선생이 타셨거든 잠깐 노 놓고, 닻 주고, 배 머무르소서. 우리 도독전(都督殿-군무를 맡아보던 무장으로 여기서는 주유를 말함)의 신신부탁이오니, 말 한마디 들으시고 행선을 하소서”

 

공명이 뱃머리 선뜻 나서 하는 말이,

“서성아 말 들어라. 내 너희 나라에 은혜도 많이 베풀고,

동남풍까지 빌어 주었건만, 무삼 혐의로 나를 해코자 하느냐!

너희 두 장수는 부질없는 길을 따르지 말고, 빨리 돌아가

내 말 갖다가 도독전에 전하고 너의 국사나 도우려무나

 

서성이 들은 채 아니 하고 따를 적에,

자룡이 뱃머리 성큼 나서 외려 하는 말이,

“서성아 말 들어라. 내 너를 죽일 것이로되,

양국의 화기(和氣)가 상할 듯하여 죽이지는 않고,

살려 돌려보내거니와 잠깐 이내 수단이나 비양(比揚, 잘난 체하며 거드럭거리다)하노라.“

 

철궁(鐵弓)에 왜전(矮箭-짧은 화살) 먹여 각지(角指, 활을 쏠 때 엄지손가락의 아랫마디에 끼는 물건) 손 끼어들고 좌궁 우거질까? 우궁이 잦아질까?, 줌 앞날까, 중 뒤날까? 각지 손 지긋 떼니 강상에 번개같이 빠른 살이 서성 돛대 맞아 물에 텀벙 떨어지니 돛은 좌르르 용총 끊어져 뱃머리 피핑핑 돌아를 갈 제, 재삼 연하여 철궁에 왜전 먹여 각지손 지긋 떼니, 강상에 수루루 건너가 서성 쓴 투구 맞아 물에 텀벙 떨어지니, 서성이 혼비백산(魂飛魄散-몹씨 놀라 정신을 잃는다는 말, 넋이 나간다는 의미) 하여 겨우 인사 차려 사공더러 묻는 말이, ‘저기 저 장수는 어떠한 장수냐?’

 

사공이 여짜오되, 전일 장판교(長板橋) 싸움에서 아두(阿斗-유비의 아들. 촉한의 2대 임금으로 알려진 인물)를 품에 품고 순식간에 수만 대병을 제쳐버리고 강판교로 돌아와도 아두 잠들고 깨우지 않았다 하시던 상산 땅의 조자룡(趙子龍)이로소이다

 

서성이 할 일 없이 빈 뱃머리를 본국으로 돌리며 자탄하고 가는 말이 그 유명한 유황숙과 오나라의 손권을 견주는 대목인데, 이 부분은 <수심가> 가락으로 “유황숙은 덕이 두터워 저런 명장을 두었지만, 오왕 손권은 다만 인재(人材)일 뿐이어서 돌아간다”라는 대목이다.

 

이 공명가는 산문체로 이어진 통절형식(通節形式)의 노래인데, <엮음수심가> 조의 창법처럼 소리를 높게 지르거나 또는 길게 뻗어나가는 가락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 목을 조여 내며 떠는 졸음목의 표현법이 시종 긴장감을 이어주는 서도의 대표적인 소리로 알려져 있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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