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억울하답니다

  • 등록 2025.11.26 11: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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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사과’?, 값싸게 맛볼 수 있다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32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손자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고 중학교 2학년이 되더니 목소리가 소프라노에서 테너와 바리톤으로 내려가고 목에 돌기가 튀어나온다. 남자아이나 여자아이가 성장하면서 목소리가 어른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목젖의 구조도 변한다고 하는데 유난히 남자 아이들이 많이 튀어나온다. 나 자신도 처음에는 목소리가 굵어지는 것이 조금 창피했지만, 나중에는 그게 어른의 징표라니 나도 어른이 되는가보다 하며 인정하고 들어간 뒤에야 마음이 편해진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튀어난 목의 돌기를 사람들이 '아담의 사과'라고 부른다는 말을 듣고 은연 중에 우리는 이것을 히브리사람들이 최초의 인류조상이라고 생각하는 아담이 이브의 권유로 사과를 먹다가 목에 걸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통해 이런 말을 들어서일 것이다. 교회 쪽에서 알려주는 '아담의 사과' 이야기는 이렇다.

 

 

야훼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제일 간교한 것이 뱀이었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여자가 뱀에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되, 죽지 않으려거든 이 동산 한가운데 있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고 하셨다." 그러자 뱀이 여자를 꾀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

 

여자가 그 나무를 쳐다보니 과연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줄 것 같아서, 그 열매를 따 먹고 같이 사는 남편에게도 따주었다. 남편도 받아먹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렸다. 날이 저물어 선들바람이 불 때 야훼 하느님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아담과 그의 아내는 야훼 하느님 눈에 띄지 않게 동산 나무 사이에 숨었다.

 

야훼 하느님께서 아담을 부르셨다. "너 어디 있느냐?"

아담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알몸을 드러내기가 두려워 숨었습니다."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내가 따먹지 말라고 일러둔 나무 열매를 네가 따먹었구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담은 핑계를 대었다. "당신께서 저에게 짝지어 주신 여자가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따주기에 먹었을 따름입니다."

 

야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물으셨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했느냐?" 여자도 핑계를 대었다. "뱀에게 속아서 따먹었습니다." ...... 가톨릭《공동번역성서》〈구약성경 창세기〉 ​

 

구약성경의 창세기 3장은 이렇게 아담이 자신의 갈비뼈로 지어진 여자로부터 권유를 받고 선악과를 먹은 것으로 나온다. 다만 그 선악과가 어떤 과일인지 이름은 밝히지 않고 과일이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준다고 묘사한다. 이 이야기는 구약성경의 원전인 유대교의 타나크(Tanakh)경에도 똑같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과일이 어느 틈엔가 사과로 알려져 있고, 남자들의 목은 이때 사과가 넘어가다가 걸려서 목이 튀어나온 것이라고, 그래서 그 부분을 '아담의 사과'라고 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하면 원래 성경에는 선악과가 사과라고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사과라고 알려져 왔을까?

 

 

성서를 보면 선악과는 인간이 야훼를 배신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라고는 하지만, 실존하는 특정 나무의 열매로는 묘사하지 않았다. 성경의 원문에 없는데도 사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원류를 올라가 보면 서유럽이란다. 가톨릭을 포함하는 서방 교회가 대체로 5세기 후반부터 선악과를 사과로 묘사하고 있단다.

 

라틴어에서는 악을 뜻하는 ‘malum’이란 단어가 사과를 뜻하는 ‘malum’과 철자가 같아서, 중세 이후 선악과를 사과와 동일시하는 문화적 관습이 생겨났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사연으로는 그리스 신화나 켈트 신화, 북유럽 신화에서는 사과를 신성한 과일로 여겼는데, 다른 종교를 우상으로 여기며 배척한 가톨릭에서는 사과를 악의 근원이 되는 과일인 선악과로 깎아내렸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유대인의 고향인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가장 흔한 과일은 무화과였기 때문에, 당시 유대인 사이에서는 무화과가 과일의 대명사였다. 그러므로 성경을 정리할 때 굳이 이름을 말할 필요도 없이 과일 하면 당연히 무화과를 가리키기에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선악과를 먹고 수치를 느껴 가린 잎이 무화과나무라는 점에서, 보통 부끄러운 상황이라면 가장 가까운 것으로 가리려 할 테니까 무화과라는 해석도 유대교에서 전승해 오고 있단다. 실제로 무화과가 나는 지역에서 무화과는 전통적으로 성욕의 상징이기도 했고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시스티나 천장화에도 무화과가 선악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선악과, 아담이 먹다가 목에 걸린 과일은 실제로 무엇이었을까?

 

 

가장 강력하게 주장되는 것은 선악과가 살구라는 것이다. 성서를 들쳐보면 선악과에 대해서,

 

"달고 매력적이고"(아가서 2:3),

"향기가 있고"(아가서 7:8),

"색깔은 금빛이고 은빛이 나는 잎이 있으며"(잠언 25:11),

"과즙은 원기를 주고"(아가서 2:5),

"나무는 그늘을 지울 만큼 높고 크다"(아가서 2:3, 8:5)는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표현들을 종합해 볼 때 이것이 살구를 묘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성경의 묘사를 보면 에덴은 팔레스타인 지방이 아니라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이고 이 지역에서 나는 과일은 살구이기에 살구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하나의 유력한 가설은 포도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읽은 외경(外經)인 《에녹스》라는 경에서 "나무 모양은 캐롭나무와 비슷한데 열매는 포도와 비슷하다"라고 묘사했고, 묵시록 4장 8절에서도 역시 선악과를 포도로 해석했다며 이는 포도와 포도주를 동일시하고, 사람을 지혜롭게도 하지만, 반대로 죄를 범하게도 하는 술의 속성을 빗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창세기의 선악과가 살구 건, 포도 건, 사과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고, 그래서 우리들이 좋아하는 사과는 억울하다고 할 것이다. 왜 엉뚱하게 사과가 선악과라고 해서 남자들의 목젖을 튀어나오게 하는 악역으로 취급받느냐는 것일 거다.

 

요즘 우리나라는 사과 풍년이다. 가장 유명했던 사과산지인 대구 쪽이 기후 영향으로 시들해진 이후 문경 안동 지역의 사과가 유명해졌고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영월, 원주 등 강원도 지역에서도 품질 좋은 사과들이 대거 사람들의 입맛을 돋워준다.

 

 

 

우리나라 사과는 고려 숙종 8년에 '능금'이라는 재래종을 재배한 것이 첫 기록이라고 하는데 근세를 넘어 현세로 넘어오면서 사과 품종도 다양해지고 맛도 아주 달콤해서 이제는 과일의 왕이라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된 것 같다. 사과에는 식이섬유, 칼륨, 철분, 비타민C 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는데, 식이섬유는 혈관에 쌓인 유해 콜레스테롤을 빼내고 유익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 경화를 예방해 준다고 한다. 칼륨은 염분을 배출시켜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철분은 혈중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 빈혈을 예방하며, 또 비타민C는 피로 해소와 피부미용에 탁월하다고 하는 등 칭찬할 거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중학생이던 1960년대 후반에는 대구사과와 함께 충주사과가 이름이 았었는데 그 뒤에 해마다 우리나라나 일본 등에서 품종개량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가을철마다 홍로, 홍옥, 국광, 황금사과, 감홍, 그리고 부사에 이르기까지 가장 맛있는 사과가 출하되는 시기가 이어지고 있어 우리나라의 사과는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봄까지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과일이다.

 

동네 가게나 청과물 판매장마다 붉고 굵고 맛이 있어 보이는 사과들이 줄줄이 늘어선 것을 보면서 문득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대로 사과는 남자의 목구멍에 걸려 모양 사납게 하는 과일이 아니라 사람들을 건강하게 해주는 좋은 과일인데도 오해를 받는 것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성경에까지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이 사과가 진짜 선악과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과가 그리 몸에 좋고 그것을 먹으면 머리도 맑아지고 하니 선악과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게 아닌가?

 

 

어쨌든 한 입 베어먹을 때 입안을 돌아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신선한 맛을 반기면서도 지난해 이후 사과 파동으로 사과값이 금값처럼 많이 올라가 우리들이 마음껏 맛보기 힘든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사과를 파시는 분들, 이런 우리들의 사과 칭찬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값싸게 사과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세요. 사과 한 알에 4~5천 원씩 하는 것은 정말 너무하지 않나요? 사과도 마음껏 먹기 힘든 요즘 사람들 생각을 좀 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동식 인문탐험가 sunonthe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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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인문탐험가

전 KBS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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