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침묵의 동굴, 영원한 구원
- 수도사 계곡(Pasabag, 파샤바)에서 -
세상의 소음이 닿지 않는 곳
깎아지른 절벽 바위 기둥 속에
제 몸 하나 누울 관 같은 방을 파고
거친 빵 한 조각으로 생의 불씨를 지키며
수도사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른 가죽처럼 시들어버린 육신의 옷을 벗고
썩지 않을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던 그들은
과연 그들이 꿈꾸던 신의 품에 안겼을까
화석처럼 굳어버린 침묵의 현장에서
나는 오늘,
인간의 구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깊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던져본다.
터키(튀르키예) 중부 아나톨리아(Central Anatolia) 고원에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곳이 카파도키아(Cappadocia)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노천 박물관 처럼 수백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쌓인 재와 용암이 비바람에 깎이며 신비로운 바위 절경을 이루고 있다.
카파도키아는 4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세워진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실크로드의 중간거점으로 동서문명의 융합을 도모했던 대상(大商)들의 교역로로 크게 번창했으며 특히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어 응회암(凝灰巖, Tuff - 화산재가 굳어진 퇴적암) 암벽을 파고 지하 도시와 동굴을 만들었다. 이후 이슬람 세력의 침공을 막아내는 피난처 역할을 하며, 독특한 동굴 교회와 거주지가 산 전체에 형성되었다.
특히 '수도사 계곡(Pasabag, 파샤바)'은 버섯 모양의 기암괴석 속에 수도사들이 은둔하며 수행했던 장소로 유명하다. 성 시메온(St. Simeon)과 같은 수도사들이 세상을 등지고 높은 바위 기둥 안을 파서 고립된 기도실을 꾸민 것이 그 유래다.
카파도키아 유적지는 괴레메 국립공원(Göreme National Park)으로 주요 계곡 지대 곧, 수도사 계곡(파샤바), 제르베 계곡, 비둘기 계곡(우치히사르 근처), 지하 도시 곧, 데린쿠유(Derinkuyu)와 카이마클리(Kaymakli) 등이 1985년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있다. 오늘날 카파도키아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종교적 신념이 빚어낸 독보적인 역사 유적지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